(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10월 22일 ‘PD수첩’에서는 검찰개혁의 경종을 울리기 위해 뉴스타파와 함께 검사 범죄를 공동 취재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5년 동안 접수된 검사 범죄만 무려 1만 1천여 건. 그러나 기소된 것은 단 14건이었다. 비율로 환산하면 검사 범죄 기소율이 0.13%로 40%인 일반인에 비하면 비정상적인 수치다.
제작진은 고교 동창 스폰서 사건을 주목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사위로 알려진 김형준 당시 부장검사가 고교 동창 김 씨에게서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김형준 검사와 친구 사이였던 스폰서 김 씨는 대부분의 술값을 냈고, 김형준 검사의 내연녀를 위해 월세 등 생활비까지 대줬다고 주장했다.
스폰서 김 씨는 동업자 한 모 씨에게 고소당한다. 고소장에는 스폰서 김 씨가 김형준 검사에게 제공한 액수가 적시되어 있었다. 김형준 검사는 친분이 있는 박수종 변호사를 스폰서 김 씨에게 소개했다. 박수종 변호사는 M&A 합병 전문가로 증권가에서는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김형준 검사와 박수종 변호사의 사법 동기들이 근무하는 고양지청으로 옮길 작전을 제안했다. 그 대가로 스폰서 김 씨에게 많은 돈을 요구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스폰서 김 씨 사건은 마포경찰에서 수사하게 됐다. 마포경찰서는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서부지방검찰청은 두 번이나 거부하더니 직접 수사하겠다며 송치를 요구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감히 경찰이 검사를 수사해?”라는 프레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검사 지휘권의 폐단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형준 검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증거 인멸을 지시하는 문자를 보냈다. 압수수색이 있을지 모르니 메모들을 점검하고 휴대전화도 바꾸라고 했다. 김형준 검사는 서부지검 검사들을 만나 로비도 하면서 스폰서 김 씨를 신속히 조사하라고 했다. 분노한 스폰서 김 씨는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실을 흘리면서 압박했다.
스폰서 김 씨는 김형준 검사에게 성매매를 시켰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성매매 장소로 지목된 서울 강남의 술집 주차원이 김형준 검사를 바로 알아본다. 이곳은 김형준 검사와 스폰서 김 씨가 자주 찾던 곳이었다. 김형준 검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여성 파트너를 먼저 고른다는 메시지도 보냈다. 이후 스폰서 김 씨는 술집 마담에게 접대 여성 사진을 보내 달라고 요청한다.
두 사람은 접대 여성과 함께 청담동의 한 호텔에서 투숙했다. 김형준 검사의 상대 여성은 호텔 방에 들어간 것과 스폰서 김 씨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인정했지만 김형준 검사를 호텔로 데려다준 대가라고 했다. 스폰서 김 씨의 이런 폭로에 대검찰청은 4개월 동안 수사도 없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스폰서 김 씨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될 당시 그는 도주한 상황이었고,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실을 한겨레 기자에게 제보했다. 당시 스폰서 김 씨는 차명 휴대전화로 자신의 대리인 신형식 변호사하고만 연락했다. 그런데 손영배 당시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신형식 변호사에게 전화해 사실상 회유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박수종 변호사는 스폰서 김 씨에게 돈을 줬고,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실과 내연녀에 대한 일도 언론사에 알리지 말라고 했다. 당시 스폰서 김 씨는 차명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제작진은 손영배 검사가 언론 제보를 막기 위해 비위 검사와 스폰서 간의 돈거래를 중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보고 직접 해명을 들어보기로 했다. 손영배 검사는 사건의 내용을 전혀 모른다고 했지만 한겨레 기자에게도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작진은 김형준 검사, 손영배 검사, 박수종 변호사의 통화 기록을 입수해 분석했다. 손영배 검사가 신형식 변호사에게 전화한 날로부터 박수종 변호사가 스폰서 김 씨에게 돈을 전달한 그날까지 1박 2일 동안 손영배 검사는 김형준 검사, 박수종 변호사와 긴밀히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손영배 검사는 제작진에게 통화한 기억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분석한 결과, 손영배 검사는 2015년 10월부터 김형준 검사의 비위 사실이 보도된 2016년 9월까지 박수종 변호사와 통화 174번, 메시지 22번을 주고받았다. 특히 김형준 검사 사건이 시작된 5달 동안 통화를 130번, 메시지는 18번을 주고받았다. 박수종 변호사는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일까지 벌였다. 한때 의뢰인이었던 스폰서 김 씨의 차명 휴대전화 번호를 검찰에 넘긴 것이다. 다음날 오후 스폰서 김 씨는 검찰에 체포됐다.
MBC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 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