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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MBC 뉴스데스크가 취재한 고등학생 논문 저자 실태 살펴보니… 교통법규 정도 위반할 수 있다?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9.10.15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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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10월 15일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국내 최대 학술 전공 포털 DBpia에 실린 논문과 발표문 250만 건 중에 고등학생 저자 1,240명, 이들이 참여한 연구물 412건을 조사해 어떻게 이름을 올렸는지, 그 추적한 내용의 결과물을 방송했다.

지난 2012년, 한 학회에 실린 학술 발표문과 2014년에 공개된 의학 논문은 홍삼 성분과 배아줄기세포의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이었다. 두 자료 모두 구 씨 성을 가진 고등학생이 제1저자와 제2저자로 올라와 있는데 책임저자인 서울대병원 구 씨와 성이 같았다.

서울대병원 구 모 교수는 해당 논문은 입시에 사용하지 않았고, 연구 역량은 소명될 수 있다며 제작진에게 서면 답변을 보냈다. 미성년자와 함께 쓴 논문을 모두 신고하라는 교육부 지시를 따르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출판 당시 아들이 대학생이었다고 반박했다.

제작진은 고등학생 저자가 포함된 논문 412건에 대해 대학 97곳, 교수 등 102명에게 질의 전화를 걸거나 찾아가 고등학생이 누군지 파악했는데 부모가 교수인 경우가 수두룩했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대부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이른바 아빠와 엄마 찬스를 썼다는 비판에 대해 부인하지도 않았다. 명지대의 최 모 교수는 “기자님께 말씀드려야 하나?”며 예민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고등학생 아들, 딸과 함께 논문을 쓴 것으로 확인된 교수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명지대 등 13명이었다.

이런 일은 대학뿐만 아니라 기상청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나 국책기관 직원에게도 있었다. 기상청 서기관 이 모 씨는 “자식이 있는데 몰라라 할 수 있나? 일상생활 살아가면서 교통법규를 위반할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논문을 쓴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는 더 많았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관련 정보를 비공개로 일관하고, 많은 교수들이 내 아들과 딸이 맞는지, 아닌지 그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자녀가 논문에 얼마나 기여했는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와 자녀의 논문 공조는 일부러 피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함께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 방송 캡처
MBC ‘뉴스데스크’ 방송 캡처

이런 사례는 혈연뿐만 아니라 지연, 학연 등 부모의 온갖 연줄이 동원된 일도 있었다. 제대로 연구하고 논문을 썼다면 괜찮겠지만 부모덕에 이름만 올린 이른바 무임승차 고등학생들이 있었다. 2013년 치아 이식에 관련된 치의학 논문의 네 번째 저자인 최 모 씨는 미국의 한 사립고등학교 학생이었다. 다른 저자들은 의사나 레지던트로 되어 있었고, 책임저자는 분당서울대학병원 교수였다.

책임저자 교수는 비공식 인턴 프로그램이라고 해명하며 최 모 학생이 섀도잉, 이른바 그림자처럼 구경했다고 답했다. 그저 옆에서 지켜만 봤다는 이유로 네 번째 저자가 됐다는 것이다. 책임저자 교수는 최 모 학생이 뭘 했는지 솔직하게 모른다고 털어놨다.

그는 연구 부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며 논문을 철회하는 게 옳다고 했다. 그러나 그때 당시 상황이나 분위기가 국내 논문에 그거 하나 넣는다고 해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고 한다. 그에게 부탁한 인물은 제2저자 김 모 교수로 제작진에게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제작진과의 전화 통화에서 “걔 외에도 다른 애들도 좀 그랬다. 공동으로 넣어줬다. 그 친구들의 목적은 대학 들어가는데 스펙을 쌓는 것”이라고 했다. 또 “명절 때 고기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돈을 받은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 모 교수에게 최 모 학생을 소개한 사람은 같은 병원의 의사였는데 잘 아는 병원장이 바로 최 모 학생의 아버지였다. 보건복지부는 이 문제의 논문에 9천만 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부모 찬스를 쓸 수 없다면 돈을 써야 했다. 석·박사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공간에는 100만 원에서 200만 원을 받고 고등학생 논문을 대필을 해준다는 글이 버젓이 실려 있었다.

강남의 입시 학원에도 논문 도우미 선생이 등장했다. 수학과 과학을 전문으로 하는 서울 대치동의 입시 학원에 상담을 요청하자 고등학생 수준의 연구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제작진이 조사한 논문 중에는 이 학원의 소개로 쓰인 것도 있었다.

2013년 한국실험동물학회에 진출된 잇몸 염증 관련 학술 발표문의 제2저자 김 모 씨는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다. 제1저자 황 모 씨는 치과대학에 재직 중이었는데 현재 치과 의사였다. 그는 당시 대치동 학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고, 고등학교 과학 동아리의 실험을 도왔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학원이 학부모로부터 연구비를 받았는데 정확한 액수는 모르는 것 같았다. 논문으로 낼 만한 실험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학부모들에게 환불한 경험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런 식으로 학술 대회 발표문을 낸 제2저자 고등학생 김 씨는 현재 서울의대에 재학 중이었다. 교육부는 제작진으로부터 받은 논문 19편을 우선 조사한다고 밝혔는데 그 중에는 서울대, 연세대, 서강대, 광운대, 동국대, 충남대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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