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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퍼펙트맨' 설경구-조진웅, 평범한 '오늘'을 돌아보게 하다

  • 김하연 기자
  • 승인 2019.09.26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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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기자]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 하루는 어제 죽어간 이들이 그토록 바라던 하루이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의 한 사람인 소포클레스(Sophocles)의 명언이다.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조진웅)가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 영화 '퍼펙트맨'은 소포클레스의 말처럼 아주 평범한 '오늘'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도록, 혹은 한 번쯤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이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시종일관 예민함 넘치는 돈 쫌 많은 까칠 대표 ‘장수’로 분한 설경구는 시니컬한 눈빛과 엄격한 표정이 돋보이는 진지한 캐릭터로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이에 반해, 매사 흥 넘치는 폼 쫌 잡는 꼴통 건달 ‘영기’ 역을 맡은 조진웅은 인생 한 탕을 꿈꾸는 호탕한 캐릭터로 거침없는 매력을 발산한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장수는 로펌의 대표로 돈, 지위, 명예를 다 가진 인물이지만,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사지마비 판정을 받은 후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나 그는 두 달이란 시간이 남았음에도 여유롭다. 얼마 남지 않는 생명의 시간을 연장시키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갈 땐 가야 한다며 죽음이 오는 순간만을 기다리는 사람 같다. 

영기는 조직 생활을 하는 건달로 회사 돈 7억을 주식에 몰래 쏟아붓는 '오늘만 사는' 인물이다. 그는 후배에게 밀린 뒤 화나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두르다 150시간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장수를 돌보게 된다. 까칠하지만 위엄 있는 장수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만난 사람에게 대하 듯 위축되는 일이 없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이에 장수는 영기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한다. 그냥 죽으면 12억, 사고사면 27억인 보험금을  줄테니 남은 두 달 동안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도와달라는 것. 

장수의 버킷리스트는 소소하다. 야구장에 가기, 수영장에 가서 바나나 우유 먹기, 슈퍼카 타고 달리기, 셋이서 사진찍기 등. 두 사람은 이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며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영기는 자신이 건달이 될 수밖에 없었던 가족사를 장수에게 털어놓는다. 또한 장수가 사지마비가 된 이유를 알게 된 후 그의 남은 시간을 성심성의껏 함께 한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퍼펙트맨'은 시한부 투병, 죽음을 앞두고 누리는 평범한 일상, 알고 보니 마음 아픈 가족사가 있는 건달, 어울리지 않던 두 사람이 가족 같은 사이로 발전 등 뻔한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아 이런 캐릭터 설정이라면 끝에는 이런 결말이겠구나?'하는 예상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뻔한 플롯의 영화인 것. 또한 웃겼다가 슬펐다를 넘어서 느와르적인 느낌을 풍기는 장면들까지 등장, 때로는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전개도 존재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은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실행해 나가는 장수를 보고 있노라면, 아주 평범하고 보잘것없이 느꼈던 오늘 하루가 소중하고 특별하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퍼펙트'하게 살 순 없어도,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지 않을까.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특히 설경구와 조진웅은 이렇게 뻔할 수 있는 영화를 '특별한 영화'로 탈바꿈하는 특별한 힘이 있었다. 

앞서 조진웅은 톱스타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설경구와의 호흡에 대해 "설경구 선배가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 있다는 게 후배로서 진짜 복받은 것"이라며 "그런 걸쭉한 선배가 앞에서 끌어주고 계시니까 그것만큼 든든한 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말처럼 설경구는 극 초반부터 후반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달라지는 '장수'의 감정표현을 섬세하게 그려내며 관객들을 이끌었다. 특히 몸의 움직임에 제약이 많은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얼굴 표정만으로 희로애락을 모두 표현해 감탄을 불렀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조진웅은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 같았다. 앞서 영화 '완벽한 타인'을 통해 코미디 영화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정말 모든 걸 내려놓고 연기했다. 길거리에서 이상한 춤을 추고, 화려한 꽃무늬 패턴 스타일의 패션을 선보이는 그의 모습에서는 어색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영화 ‘퍼펙트맨’ 스틸컷 / 쇼박스

또한 영기의 친동생인 김민석과 20년 단짝 진선규 그리고 조직의 보스인 허준호의 연기도 눈여겨볼 만하다. 김민석은 누가 봐도 어린 남동생 같았으며, 진선규는 나올 때마다 시선을 강탈하며 '신스틸러'의 면모를 뽐냈다. 허준호 역시 조직의 보스라는 지위에 걸맞는 눈빛과 톤으로 등장할 때마다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퍼펙트맨'은 특별하고 색다른 영화는 아니다. 그러나 그 뻔한 이야기 속에서 빛나는 배우들의 연기와 평범한 오늘을 돌아보게 만드는 구성 등은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또한 배꼽 빠지게 웃기지는 않아도, 소소한 웃음이 내내 함께 하는 만큼 10월 극장가를 사로잡을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영화 ‘퍼펙트맨’ 메인 포스터 / 쇼박스
영화 ‘퍼펙트맨’ 메인 포스터 / 쇼박스

"그냥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이 퍼펙트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저 역시 정말 밥숟갈 하나를 드는 게 힘들었을 때가 있었다. 이런 말이 상투적일 수 있지만 그냥 이렇게 살아가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고 몸소 체험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분을 녹여내려 했다"

용수 감독의 말처럼 지금 살아가는 이 순간, 바로 오늘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퍼팩트맨'은 오는 10월 2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6분. 

# 완성도
★★★☆☆

# 연기력
★★★★★

# 총점
★★★★☆

한줄평: 나의 평범한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뻔하지만 'Fun'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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