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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다큐멘터리 3일’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가 뭐길래… 시멘트X타이어X세제 업체들이 흘리는 땀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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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9월 20일 KBS1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대한민국 산업현장 사람들의 72시간의 기록을 공개했다. 지난 8월 26일,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 발표장에는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이 로비를 가득 메웠다. 픔질분임조란 각자 맡고 있는 생산공정의 문제점을 고민하고 개선하는 소모임을 말한다. 이곳은 생산 현장 노동자들의 축제인 셈이다.

사내 대회와 지역 예산이라는 2중 관문을 통과한 분임조 296팀의 쟁쟁한 경쟁이 시작됐다. 지난 1년간 각자의 산업현장에서 끊임없이 연구하여 얻은 결과물을 발표한다. 참가팀들은 기업 규모와 경쟁 분야로 나눠 경합을 벌이는데 수상을 한 팀은 연말에 대통령상을 받는 영예를 안게 된다. 중견 기업들이 겨루는 발표장에서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주어진 발표 시간은 15분인데 이 짧은 시간에 지난 1년간의 노력을 빠짐없이 보여주는 동안 자녀들은 마냥 신기한 표정이다. 대기업 발표장에서는 PPT 발표에 필요했던 젠더가 없는 바람에 애를 먹은 팀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지난 1년간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제 땀의 현장으로 찾아갈 시간이다. 거대한 시설이 펼쳐진 이곳은 강릉에 위치한 H시멘트 항만공장이다.

석탄 하역기라는 설비는 석탄을 싣고 온 큰 배부터 보이는데 설비를 운전, 조종하는 역할을 한다. 석탄은 시멘트를 굽는데 쓰는 연료인데 이분들의 손길을 거쳐야 석탄 등의 원부자재가 본 공장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만들어진 시멘트가 건설 현장으로 다시 뻗어 나갈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본격적인 상하역 작업에 애를 먹게 된다. 이런 날은 주로 설비를 점검한다.

산속에 있는 본고장까지 무려 4km에 걸쳐 연결된 컨베이어벨트를 점검하는 것이다. 동료들이 교체할 부품을 가져오면 컨베이어벨트 안의 비좁은 공간으로 기어들어 가면서 작업을 시작한다. 시멘트는 현장에 나가서 고속도로라든가 아파트, 중요한 건설 현장에서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근무자들은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작업 전후 반드시 지키는 절차가 있다. 개인 전화번호와 신상이 개인 열쇠에 기록되어 있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안 풀면 벨트 가동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현장이기 때문에 안전은 항상 강조된다. 서로 버팀목이 되어 주는 동료들은 경진 대회에서 발표한 내용도 오랫동안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찾은 곳은 충청남도 청양군의 A세제업체 공장이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입장 절차가 있다. 우선 바람으로 먼지를 턴 뒤 비닐 덧신을 씌워야 한다. 생활위생용품을 만드는 업체답게 직원들은 위생망도 쓰고 작업한다. 경진 대회에 참가했던 팀은 세제를 통에 담아 포장하는 공정에서 일을 한다. 다양한 병 모양에 맞춰 부품을 바꾸고 설비를 새로 설정해 최적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자동화 시설이지만 기계는 자동으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다. 세제를 주입하는 설비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주입된 양이 제각각이라 이럴 때는 직원들이 수작업으로 일일이 용량을 맞춘다. 용량을 제대로 못 맞추고 납기를 제대로 못 지키면 클레임에 걸려서 그만큼 보상을 해줘야 한다. 이렇게 책임을 다한 제품에는 직원의 이름 석 자가 찍혀 나간다. 이름이 찍혀 나간 직원은 지인이 알아줄 때 보람이 있다고 한다.

경상남도 창녕군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N타이어 공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3초에 하나꼴로 생산이 된다. 하루 생산량만 3만 개. 1년이면 1천 백만 개에 달한다. 경진 대회에서 가족의 응원을 받으며 발표했던 정대호(39) 씨가 근무하고 있다. 타이어 고무가 너무 세게 접합이 돼도 안 되고 떨어질 정도로 약하게 돼도 안 되기 때문에 적정한 수준에서 접합하고 감아서 다음 공정에 공급한다.

타이어는 6개의 그룹화를 거쳐 공정이 되는데 제작진은 3번째, 타이어 원단을 이어붙인 뒤 규격에 따라 자르는 공정을 지켜봤다. 타이어는 고무로만 만든 것으로 알지만 얇은 철심 같은 게 들어가 있다. 면사도 들어가고 쇠도 들어가는 등 엄청난 기술이 집약된 제품이 타이어다. 모처럼 생긴 기회에 자신들이 만든 타이어 자랑 릴레이가 시작됐다.

해외여행을 가거나 국내를 돌아다닐 때 도로에서 회사 로고가 박혀있는 타이어가 보일 때마다 뿌듯한 자부심을 느낀다. 세계 150여 개국에 수출한다니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경진 대회 발표를 라이브로 지켜보는 직원들은 호봉 승급 등 선물 보따리를 기대하고 있었다. 결과는 은상. 조금 서운한 면은 없지만 서로 노고를 격려했다.

KBS1 ‘다큐멘터리 3일’ 방송 캡처
KBS1 ‘다큐멘터리 3일’ 방송 캡처

비슷한 시각에 대기업의 결과 발표도 이어지고 있었다. 금상을 받은 D중공업 직원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제작진은 경진 대회 이틀째 진행되는 가운데 발표를 앞둔 팀을 만나기 위해 P홀딩스 부산 사업장을 찾았다. 정밀기계 부품을 만드는 중견 기업이다. 평균 나이는 55세가 넘는다. 30여 년간 한 우물만 판 달인들이다.

이들은 생산 현장에서는 베테랑이지만 강단에서는 초보자인 발표자들이었다. 그들은 몇 달간 고된 노력을 해왔다. 한 직원은 말더듬이 심해 대인관계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발표를 준비하면서 극복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그에게는 일생일대의 도전이다. 발표를 하루 앞둔 오늘 밤이 길어질 것이다.

세제를 만든 공장은 밤낮없이 돌아간다. 밤 12시가 되자 직원들이 찾아가는 곳은 바로 식당. 저녁 6시부터 다음 달 새벽 4시까지 밤샘 근무하는 직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380여 명이 일하는 이 공장은 청양군에서 가장 큰 기업이다. 향토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업체답게 직원 상당수는 지역 주민이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현장 풍경도 달라졌다. 2030세대 직원들이 대거 채용됐기 때문이다. D중공업에서 금상을 받은 직원들은 기분 좋게 출근을 하고 있다. 최근 공장 가동률이 급감하면서 활기가 떨어졌으나 대회 수상 소식이 모처럼 활력소가 됐다. 이곳은 튜브시트를 개선 발표하면서 경진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전국 품질분임조 경진대회를 향하는 P홀딩스 부산 사업장의 직원들의 긴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무대를 향하기 전까지 끊임없이 발표에 대해 연습한다. 현장에 도착해서도 좀처럼 긴장감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중년의 나이에 처음 해보는 발표니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대회 결과는 은상. 그렇게 걱정할 정도로 초조했는데 막상 대회가 끝나고 은상까지 받으니 모두들 기쁜 모습이다.

KBS1 ‘다큐멘터리 3일’은 매주 금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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