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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PD수첩’ 필리핀 마약 경찰국의 한국인 납치·살해 사건 뒤에 숨겨진 충격적 진실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9.09.17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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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9월 17일 ‘PD수첩’에서는 2015년에서 2018년까지 한국인 살인 사건이 가장 많은 필리핀 현지의 충격적인 실태를 추적했다. 제작진은 지난 2016년 10월 18일,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던 한국인이 돌연 사라지고 살해된 사체가 필리핀 경찰청 주차장에서 발견된 끔찍한 사건을 집중적으로 취재했다.

납치된 인물은 한인 사업가 지익주 씨로 당시 이웃 주민이 촬영한 영상이 있었으며, 같이 납치된 가정부가 간신히 풀려났다. 지익주 씨의 부인 최경진 씨는 겁에 질린 가정부에게 범인에 대해 알려줄 것을 하소연했고 결국 경찰 배지를 봤다는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앙헬레스에는 2만여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는데 근방에 카지노가 있다 보니 불미스러운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지익주 씨의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과 지인들은 그를 반듯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평범한 사업가였던 그를 납치한 인물이 대체 누구인지 최경진 씨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익주 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통해 납치됐다. 최경진 씨는 주변 CCTV를 통해서 남편의 흔적을 백방으로 찾아다녔다.

최경진 씨는 CCTV 영상에서 지익주 씨 차 주변에 용의자 차량 두 대를 확인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소식은 없었고, 답답한 최경진 씨는 거금을 들여 오토바이 수색대 50여 대를 동원해 추적했다. 그러다 돈을 요구하는 납치범들의 연락이 왔다.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사람은 교민뿐이었다. 최경진 씨는 몸값에 해당하는 금액을 촬영하고 접선 장소를 찾았다.

납치범은 돈을 차에 놔두고 근방 식당에서 기다리라고 지시했다. 최경진 씨는 지인의 도움으로 납치범을 촬영할 계획을 짰다. 하지만 갑자기 사람들이 밀려오면서 혼란이 시작됐고 그렇게 몸값은 사라져 버렸다. 누군가의 훼방이 있었던 것인지, 지인의 촬영 계획도 틀어졌다. 한인 관련 범죄를 예방하는 코리안데스크가 있었지만 더 급한 사건 탓에 여력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대사관도 개인 통역을 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와 기댈 곳이 없었다.

최경진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기자회견을 시도했고, 3개월 만에 남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이 들려왔다. 납치 당일 괴한들은 필리핀 경찰청 본청으로 지익주 씨를 끌고 갔다. 최경진 씨의 기자회견으로 언론이 떠들썩해지자 용의자 한 명이 경찰에 출두했다. 마약 단속반 경찰 로이 빌레가스는 지익주 씨를 어떻게 납치하고 살해했는지 실토했다.

당시 장례식장에서 지익주 씨의 시신을 확인한 관계자들은 끔찍한 고문의 흔적을 증언했다. 그런데 유족의 동의 없이 화장에 들어간 사실이 알려졌다. 범인들은 관련 서류를 조작하고 장례식장 직원에게 유골을 화장실 변기에 버리라고 지시했다. 최경진 씨는 매일 같이 드나들었던 경찰청 안에서 남편이 사망했다는 소식으로 충격에 빠졌다.

MBC ‘PD수첩’ 방송 캡처
MBC ‘PD수첩’ 방송 캡처

이 끔찍한 범행에 가담한 또 다른 공범 역시 마약 단속국 경찰관이었다. 지익주 씨는 남편의 카드에서 현금이 인출된 은행을 확인하고 현장 CCTV 영상을 요청해 그의 얼굴을 확인했다. 지익주 씨의 차량을 미행한 도요타 차량도 범인의 아내 것이었다. 납치됐던 가정부도 현장에서 그를 봤다고 증언했다. 그들은 마약 단속을 빙자해 지익주 씨 집에 침입했고, 그가 저항하자 살해했던 것이다. 

그는 바로 산타 이사벨. 제작진은 그의 가족을 만났는데 그들은 모두 범행을 부인했다. 변호사 역시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며 범행 일체를 전면 부인했다. 그런데 주민들은 산타 이사벨 가족이 갑자기 부자가 됐다고 증언했다. 월급쟁이가 갑자기 4억 원의 부자가 됐다는 사실에 대해 그의 아내는 사업 자본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20년 전부터 보험업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 그러면서 CCTV 영상에 찍힌 남자는 남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전문가와 함께 CCTV 영상을 분석한 결과 목 두께, 귀 옆쪽의 헤어라인, 손을 올리는 습관적인 패턴 등이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작진은 더 큰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필리핀 경찰국이 조직적으로 납치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필리핀 내 한국인 수감자를 만났다. 그는 공기관과 손을 잡고 한국인의 돈을 뜯는 헌터라고 자처했다. 필리핀 경찰이 헌터를 통해 한국인의 정보를 수집하고 헌터에게 수수료를 보내주는 구조다.

그는 AKG(납치전담반) 디렉터가 원래 납치 비즈니스를 했다는 충격적인 주장을 했다. AKG는 최경주 씨가 남편을 찾기 위해 수도 없이 드나들었던 곳이다. 헌터라고 자처한 그는 최종 사인은 팀장이 하지만 최고위층에서 영장을 청구했다는 근거로 그 위까지 연결되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살해 용의자 산타 이사벨은 제작진에게 상관 라파엘 둠라오가 모든 계획을 실행했다고 주장했다. 둠라오는 마약단속국 경찰청 팀장으로 사건이 알려지자 몸을 숨겼다.

그런데 산타 이사벨은 둠라오가 끝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개입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진짜 범인들한테 살해 협박까지 받고 있다며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고 한다. 사건 배후에 경찰 간부들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태가 커지자 범인들의 머리를 한국에 보내겠다고 단언했다. 최경진 씨를 직접 만나 사과하고 범인들의 강력한 처벌을 약속했다. 하지만 몇 주 후 뜬금없이 한국인들이 지익주 사건과 연관됐다는 이유로 줄줄이 구속됐다.

그중에는 지익주 씨를 찾기 위한 이웃 교민도 있었다. 그는 억울함을 호소했다. 필리핀 정부가 사건을 축소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물타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필리핀은 사법체계가 우리와 달라 피의자 측이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으면 사건이 기각되고 용의자가 석방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용의자였던 라파엘 둠라오가 방청석에 앉아 있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산타 이사벨 재판은 아무런 진전도 없이 끝났고, 둠라오는 보석으로 풀려나 거리를 활보하고 있었다. 이를 지켜본 한 교민은 분통을 터드렸다.

MBC ‘PD수첩’은 매주 화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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