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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구례 산수유나무숲’ 나이 잊은 김미숙과 함께 떠나는 특별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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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9월 14일 KBS1에서는 ‘2019 추석특집 나무야 나무야’가 방송됐다. 배우 김미숙(나이 60세) 씨가 지난 2019년 설 특집에 이어 힐링 다큐로 다시 돌아왔다. 전라남도 구례군 산동면은 동네 어귀가 돌담으로 되어 있고 나무가 울창해서 운치 있고 여유롭고 정겹다. 산수유꽃은 처음 보는데 열매가 맺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가을을 향해 내달리는 중이다. 

눈을 돌리면 어디든 산수유나무가 있다. 길가에도, 담장 옆에도, 집 마당에도 어디든 잘 자라는 산수유나무는 1990년대부터 시작해 11만 그루가 넘는다고 한다. 산수유나무숲 숲 지기인 두 내외분이 급한 경사를 지나 벼가 익어가는 오늘 산수유나무를 심었다. 산수유나무와 함께 여생을 나란히 한 세월만 50여 년이다. 검게 메마른 열매만 보면 마음도 타들어 가는 것 같다. 내 소유의 나무가 생기면서 자식들의 생계도 책임지게 됐다.

산 넘어 가장 높은 산수유나무숲으로 가는 길에 9년 전 귀농한 강승호(57) 씨와 동행했다. 자동차로 가는 길은 한정되어 있는데 대략 20여 분 산길을 통과해야 한다. 인적이라고는 없는 험한 산길이지만 초피나무 잎을 비벼 모기약 냄새를 나게 한다. 자신만의 모기 기피제를 만들어 새로운 길동무를 기다리는 것이다. 실제로 그에게는 이곳이 훌륭한 접선 장소라고 한다. 또 하나의 아지트라면 바로 마셔도 될 정도로 맑은 물가다.

강승호 씨는 산수유나무가 똑똑한 나무가 아니라 똑똑한 농부라고 말한다. 햇빛과 땅의 양분을 풀들과 나누기 때문이다. 대신 겨울 동안 한해살이풀이 죽으면 그대로 거름으로 쓴다. 강승호 씨는 산수유나무가 스스로 자라서 키우기 쉽다고 한다. 배처럼 열매에 봉지를 씌울 필요도 없고, 꽃가루를 따로 수정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 깨어나고 자란다는 것이다. 게으른 농부가 가장 건강한 산수유나무를 수확할 수도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흡사 우산처럼 펼치듯 가지를 옆으로 뻗어 올리는 산수유나무들은 마치 정글에 온 기분이다. 자손을 멀리 퍼뜨리기 위한 생존 전략으로 더 많은 꽃과 열매를 맺는다. 가까이 보면 유난히 굵은 껍질이 벗겨지는데 흡사 병든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나무의 골격이 커지면서 외피가 벗겨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껍질을 많이 달고 있을수록 건강한 나무일 확률이 높다고 한다. 산수유나무는 생존력이 강하기로도 유명한데 무려 천년이 된 시목이 있다.

산수유 시목은 수령 1,000년으로 추정되는 구례 산수유마을의 보호수다. 중국 산둥성의 한 처녀가 시집올 때 심었다고 전해진다. 굵은 나뭇가지가 옆으로 쓰러지는 것을 막아 놓은 모습이 마치 지팡이로 버티는 것 같다. 주민들은 할머니 나무라고 부르며 정성껏 보살폈다고 한다. 천년 동안 단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여름에는 열매를 맺었다. 김미숙 씨는 그 묵묵한 천년의 세월 앞에 자연의 엄숙함과 숙연함을 느낀다.

KBS1 ‘2019 추석특집 나무야 나무야’ 방송 캡처
KBS1 ‘2019 추석특집 나무야 나무야’ 방송 캡처

유기농으로 숲을 가꾸는 강승호 씨가 아이들과 함께 자연 학습에 나섰다. 잎에서 나오는 섬유질 때문에 잘라도 갈라지지 않는 산수유나무의 신비함 덕분에 아이들은 놀라울 따름이다. 산수유나무 밑에서 자라는 환삼덩굴 잎은 아이들끼리 옷에 붙이기 일쑤다. 애기똥풀은 노란 진액이 나와 매니큐어를 칠하는 장난도 칠 수 있다.

순한 성질의 산수유나무 그늘 아래에는 야생초들의 천국인데 담쟁이덩굴, 파리풀꽃, 개모시풀꽃, 우슬꽃 등이 마음 놓고 꽃을 피우고 있다. 김미숙 씨는 산수유나무에 붙어서 같이 사는 야생화들을 모아 식물도감을 만들었다. 그저 잡초로만 여긴 야생화들에게 이름을 지어주고 싶을 정도다. 산수유나무를 만났다면 그 아래에서 자라는 야생화들을 꼭 만나 보자.

강승호 씨가 산수유나무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낫을 들어 액체비료의 원료를 모은다. 소금물과 설탕, 토착 미생물을 넣고 야생초와 함께 발효시킨다. 울창한 산수유나무숲의 아침은 빛들의 놀이터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다. 직박구리나 파랑새, 꾀꼬리 등 보기 드문 새들도 구경할 수 있다. 산수유나무 나뭇가지는 오래전부터 최고의 지팡이 재료로 쓰였다고 한다. 조직이 촘촘하고 섬유질이 많아 어지간해서는 부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산수유나무 열매의 병충해를 완화하기 위해 액체비료를 뿌리는 강승호 씨를 만났다. 액체비료 속 미생물은 나무에게는 보약과도 같다. 강승호 씨 눈에는 기분이 좋은지 무지갯빛이라도 보이는 모양이다. 건강한 땅과 나무들을 다음 세대에게 넘겨주는 것도 하나의 의무로 여기고 있다. 그는 이미 벌레 먹은 나뭇잎에서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그만큼 산수유나무숲에서 힐링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가을이 오면 산수유나무는 또 한 번 옷을 갈아입는다. 초록 열매가 루비 색깔로 물드는 것이다. 산수유는 오미자, 구기자와 함께 가을을 대표하는 붉은 열매다. 김미숙 씨가 말린 산수유를 먹어봤다. 건포도보다 조금 덜 달지만 새콤하고 맛있다고 한다. 씨를 뺀 생산수유 열매를 서너 번 끓이고 설탕과 꿀을 넣고 2년간 발효한 산수유 진액은 어떤 맛일까? 김미숙 씨는 쌉싸름하면서 시큼한 맛이 나는 약이라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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