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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누룩 꽃 피는 날’ 바써르 마크와 옥상달빛의 박세진이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9.09.13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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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9월 13일 KBS1에서는 ‘추석 특집 누룩 꽃 피는 날’이 방송됐다. 한국 문화 경험을 바탕으로 이미 SNS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크리에이터 프랑스 청년 바써르 마크가 한국의 맛과 미를 경험하기 위해 여행길에 올랐다. 옥상달빛의 박세진이 내레이션을 맡은 이번 방송은 특유의 감성을 카메라에 담아 눈길을 끌었다.

와인과 빵의 나라 프랑스에서 온 바써르 마크지만 막걸리가 더 좋다고 한다. 전남 구례군 당산나무 앞에서 일정을 시작한 그는 막걸리의 제조 방법이 궁금해졌다. 주민들의 설명이 시작됐지만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누룩과 누룩 꽃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주민들이 강조하는 것을 보면 분명 대단은 한가 보다.

누룩에 숨겨진 비밀을 찾기 위해 강원 삼척시 도계읍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쌀로 만드는 누룩을 볼 수 있었다. 단단하고 예쁘게 빚어내야 좋은 균들이 많이 자라서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다. 이 술을 위한 누룩을 이화곡이라고 한다. 3주 정도가 지나면 누룩의 미생물들이 자란다. 겉을 깎아낸 누룩은 이제 좋은 술을 위한 미생물로 가득하다. 100일만 기다리면 맛있는 술이 완성된다.

그런데 겉보기에 마요네즈 같아서 바써르 마크는 당황했다. 하지만 막걸리 냄새가 진하게 나고 채소에 찍어 먹어도 맛있다. 이화주는 600년 전부터 빚어낸 술이다. 오로지 쌀로 빚어서 만들어진 양도 많지 않아 귀한 대접을 받았다. 자연이 인류에게 발효라는 선물을 처음 준 것은 약 7천 년 전 포도를 발견하면서부터다. 포도를 따 먹고 난 뒤 남겨진 포도에서 즙이 자연 발효되었다. 이것이 최초의 발효 음식이자 오늘날의 포도주다.

누룩 꽃은 누룩에 피는 곰팡이다. 이쁘게 많이 피었을 때는 누룩이 잘 만들어진다. 좋은 술을 만들 수 있는 좋은 미생물들이 잘 만들어졌다는 뜻이다. 바써르 마크는 여행을 떠나기 앞서 잘 지어진 고두밥에 잘게 부순 누룩을 뿌려 섞었다. 그다음 잘 섞은 누룩과 고두밥에 물을 담아줬다. 그렇게 술을 담근 지 3일이 지나면 누룩과 고두밥이 물 위로 떠 올라 술 익을 준비를 한다.

효모에 대해 갑자기 궁금해진 바써르 마크는 20년 넘게 빵을 만들어 온 셰프를 찾았다. 막걸리와 빵을 만들 때는 효모가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 효모만 있으면 빵과 막걸리를 만들 수 있지만 막걸리를 만들 때는 알코올을 더 많이 발효하게 하고,, 빵을 만들 때는 많이 잘 부풀어나고 좋은 냄새가 나게 하는 알코올을 만드는 효모를 한 가지만 써서 만든다.

효모는 단세포 미생물이다. 너무 작아서 우리 눈으로 볼 수 없지만 우리 몸에 이로운 존재다. 효모가 들어간 대표적인 음식은 맥주, 포도주, 막걸리와 같은 술과 빵이다. 효모는 곡물 속에 당분을 먹고 알코올과 이산화탄소를 만들어내는데 빵을 만들 때 부풀어 오르는 것도 바로 효모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효모가 없으면 빵이 아닌 셈이다.

전 세계의 제빵효모 시장은 프랑스와 미국 등 일부 해외에서 독점하고 있다. 우리는 거의 효모를 수입해 빵을 만들어왔다. 그러다 누룩에서 찾은 토종 효모로 만든 빵이 태어났다. 부산시 금정구를 찾은 바써르 마크는 300년 이상 누룩 꽃을 피워온 마을 금정산성마을을 방문했다. 이곳에서 고두밥과 누룩이 잘 섞일 수 있도록 작업이 한창이다.

발효가 시작되면 막걸리는 하나의 생태계가 된다. 누룩에 있는 많은 효모들은 끊임없이 알코올을 만들어내며 술을 익어가게 한다. 바써르 마크는 누룩방에 들어가 신기한 눈빛으로 누룩 꽃을 감상했다. 명인 유청길 씨는 황국균, 흑국균, 백군균을 총망라한 것을 누룩이라고 설명했다. 누룩 속에는 효모, 유산균 등 유익한 균들이 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KBS1 ‘추석 특집 누룩 꽃 피는 날’ 방송 캡처
KBS1 ‘추석 특집 누룩 꽃 피는 날’ 방송 캡처

누룩은 아시아권 문화다. 곡물을 빻아 물을 섞어 사용하는 누룩과 곡물 나달 자체를 사용하는 흩임 누룩으로 크게 나눈다. 흩임 누룩은 청주 막걸리를 만드는데 주로 사용한다. 찹쌀과 소금을 섞어 누룩 식혜와 누룩 소금을 만들기도 하는데 효모가 만들어내는 맛과 향을 이용하는 음식들이다. 잘 발효된 누룩을 사용하려면 겉에 붙어 있는 불필요한 균들을 털어내야 한다. 버리는 게 아니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작업이다.

누룩으로 막걸리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를 술지게미라고 한다. 이 술지게미를 물로 다시 한 번 걸러내면 남은 효모들을 짜낼 수 있다. 전통 밀가루에 막걸리(술지게미 거른 물)만 넣고 반죽한다. 전남 구례군 내죽마을에서 이 신기한 광경을 지켜본 바써르 마크는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한 표정이다. 이건 술지게미로 만든 술빵이다. 술빵이라고 하니 많이 먹으면 취하기라도 할까? 다행히 반북하는 과정에서 알코올이 모두 빠져나가 아기들도 먹어도 된다고 한다.

1853년 조선을 찾은 한 프랑스 선교사 김 도리 헨리꼬의 편지를 보면 우리 한국 최초의 빵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다. 그 편지에는 이따금 빵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는 내용이 있다. 비록 빵을 만들기에는 열악했지만 그들에게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제빵효모 대신 막걸리를 사용해 반죽을 만들고 떡판에 올려 치대기를 했다.

이렇게 완성된 반죽은 아랫목에 숙성시켰다. 항아리 위에 빵 반죽을 올리고 커다란 항아리로 덮어 열을 가두는 방식으로 간이 오븐을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한국 최초의 빵 우랑떡이다. 빵은 이제 우리의 음식 문화로 자리 잡았다.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며 트렌드를 주도하기도 한다. 천연효모로 만든 빵은 어떤 것을 올려 먹어도 잘 어울릴 수 있도록 했다. 소스나 고기를 얇게 올리는 대신에 쌈장을 바르고 채소와 나물을 올려도 어울린다.

술을 담근 지 7일째 되는 날 바써르 마크는 드디어 익은 술을 맛보게 됐다. 작은 자연의 생명들이 누룩에 내려앉아 꽃을 피운 그 생명들이 만든 향과 맛을 느낀다. 누룩 꽃이 피는 날, 맛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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