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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안먼 탱크맨'처럼 경찰총구 막아선 홍콩 피스톨맨 앤서니 "옳은일 했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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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범죄인 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진 이달 25일(현지시간) 밤 홍콩 췬안 지역에서 경찰의 총성이 울렸다.

쇠파이프와 각목을 든 시위대와 격렬하게 대치하던 경찰이 공중으로 38구경 권총을 발사했다. 경고 사격이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발사 직후 안경을 쓴 한 남성이 시위대를 향해 권총을 겨눈 경찰관 앞으로 달려 나가 무릎을 꿇고 앉아 총을 쏘지 말라고 호소했다.

실탄 경고사격 당시 경찰 총구 맨몸으로 막으며 '쏘지 말라' 호소한 피스톨맨 앤서니
실탄 경고사격 당시 경찰 총구 맨몸으로 막으며 '쏘지 말라' 호소한 피스톨맨 앤서니

한 손에 우산을 들고 있던 이 남성은 총을 겨눈 경찰관의 발길질에 뒤로 넘어졌다.

올해 6월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첫 실탄 경고사격이 있던 날 맨몸으로 경찰의 총구를 막아선 그를 본 홍콩인들은 30년 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의 '탱크맨'을 떠올렸다.

톈안먼 탱크맨은 1989년 민주화 운동 당시 흰 셔츠 차림으로 진압군의 탱크 행렬 앞을 막아섰던 시민이었다.

톈안먼 탱크맨 사진은 이후 톈안먼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 됐다.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상징 '탱크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상징 '탱크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찰의 총구를 막아선 '홍콩판 탱크맨'은 42세 시민 '앤서니'로 확인됐다고 영국 매체 BBC가 홍콩의 독립 매체를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그는 홍콩 '이니시움 미디어'와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췬안 지역에 사는 앤서니는 그날 밤 시위 진압에 나선 경찰을 도우려는 생각으로 우산과 휴대전화만 달랑 챙겨 집을 나섰다고 한다.

이 지역은 시위대를 겨냥한 '백색테러'가 여러 번 벌어진 곳이어서 시위가 격화할 우려가 큰 곳이다. 

우려대로 현장의 분위기는 거칠어졌고 앤서니는 각목을 든 채 흥분한 시위대를 향해 경찰을 공격하지 말라고 말리던 중에 총성을 들었다.

깜짝 놀란 시위대가 물러섰지만, 앤서니는 총을 든 경찰을 향해 달려 나가 "이건 도움이 안된다, 도움이 안된다"라고 외쳤다고 했다.

그는 "전신이 덜덜 떨렸지만 그건 공포는 아니었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앤서니는 "내가 총에 맞으면 물론 가족에 죄책감을 갖게 되겠지만, 그래도 옳은 일을 하는 쪽으로 생각이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경찰에 걷어차인 후에도 앤서니는 다시 일어나 팔을 벌려 경찰을 막아섰다.

앤서니는 자신을 찬 경찰관의 행동은 본능적 반응이었을 것이라면서, 진압하는 경찰관도 두려워하며 긴장했으며 감정이 격해진 것처럼 보였다고 묘사했다.

그는 "총을 빼든 경찰관들이 아니라 그들 뒤에 버티고 있는 체제에 화가 난다"며, "왜 홍콩이 이렇게 됐나. 더는 내가 아는 홍콩이 아니다"라고 분노했다.

앤서니가 '홍콩의 탱크맨'으로 불리며 영웅담이 퍼지자, 중국 관영 매체는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처음에는 시위대와 함께 경찰을 추격했고 경고사격 후 시위대가 전열을 정비할 수 있도록 "쇼를 벌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앤서니는 "나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게 돼 사태를 중단시키려 한 중년의 남자일 뿐"이라며 "전혀 대단치 않은 일"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그는 이어 "신이 내 목숨을 거둬간다면 내 행동을 기뻐할 게 틀림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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