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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서울대 학생, 총학생회의 조국 사퇴 요구 및 촛불집회 반대 의견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게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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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27일 서울대 학생회관 앞 게시판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게시됐다.

서울대 총학생회가 8월 23일 수백명의 학생이 모여 촛불집회를 했다며,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것과 관련해 서울대의 한 학생이 서울대총학생회의 촛불집회 개최에 반대 의사를 표한 것이다.

대자보 작성자는 총학생회가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촉구하는 진의를 의심했다.

작성자 K는 "어떠한 학내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에 편승해 마치 그것이 전체 학생들의 여론인 마냥 호도하고 정당화하여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총학생회의 결정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합니다"라며 조국을 반대하는 총학생회의 결정에 반대를 표했다.

그러나 K는 조국 후보를 비호할 생각도, 조국을 비판하는 학생들을 비판할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K가 제기한 문제는 왜 총학생회는 그동안 청년세대들의 암울하고 억울한 죽음들에는 침묵해 왔으면서 갑작스레 조국 후보의 사퇴에 열을 올리는가에 대한 것이다.

대자보를 통해 직접적으로 총학생회가 그동안 무엇을 했느냐고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회 정의에 침묵하던 총학생회가 조국 후보자의 딸과 관련해서 유독 촛불집회까지 나서는 이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K는 입시제도의 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이 그동안 사회구조적 문제에는 함구해온 만큼 사회정의가 아니라 현재의 입시제도의 공정성 나아가서는 서울대라는 학벌 타이틀을 수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며 총학생회를 비판했다.

현재의 서울대총학생회는 이른바 비권이다. 오랫동안 운동권 학생들이 총학생회를 운영했었으나 학생운동의 역사와 전통이 사라지고 비운동권이 총학생회장이 된지 오래다.

K의 비판은 현 서울대 총학생회 역시 사회정의와 관련해서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던 그 자체를 비판하고 있으며, 왜 갑자기 조국 후보자의 이슈에 대해서는 유독 비판을 시작했는가에 대해 진의를 의심하고 있는 듯한 뉘앙스도 풍긴다.

서울대 총학생회 비판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서울대 총학생회 비판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아래는 서울대 총학생회 비판 대자보 '안녕들 하십니까?' 전문>

아직 청문회도 열리지 않았으며 제대로 된 검증도 이루어지지 않은 사안에 대하여 마침내 총학생회에서 "청년 대학생들의 분노"를 얘기하며 응당 이를 대변하여 조국 후보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을 들겠노라 하는 데 이르러, 또한 언론에서 마치 이를 우리 시대 모든 청년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처럼 대서특필하며 모처럼 청년들의 여론을 굽어 살펴주는 시늉을 하고 있는데 이르러, 지금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훗날 그것이 우리 학교 학생들의 모든 여론인마냥 왜곡되어 기억될 것을 우려하여 감히 글을 쓰며 다음과 같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말 당당합니까? 우리가 조국 후보를 향해 외치는 정의는 과연 어떤 정의입니까?

조국 후보 딸이 부모를 잘 만나 훌륭한 스펙을 쌓았고 남부러운 인생 커리어를 밟아 왔다는 사실은 물론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제도의 허점을 교묘하게 이용한 것이라고는 할 수 있을망정 특권적 힘으로 제도 자체를 무시하거나 뛰어넘은 것이라고 할 수 없다는 점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분노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입니까? 조국 후보의 딸이 "우리보다 손쉽게" 대학에 입학했고 장학금을 받았으며 의전원까지 다녔다는 사실입니까? 요즘과 같은 능력주의와 경쟁주의 시대에 남들보다 덜 고생을 하였으니 응당 분노의 표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까? 정작 제도의 바깥에서 제도 않의 다수를 기만하며 군림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애써 못 본 체 하면서, 제도의 안에 있는 우리끼리 서로 끝없이 경쟁하며 고통의 평등주의를 강요하는 헐뜯고 헐뜯는 악순환의 서커스를 우리는 지금 다시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조국 후보의 딸에 대하여 우리가 부러움을 느끼고 박탈감을 느끼고 분노를 느끼는 것이 설사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라 하더라도, 거기에 정의와 공정의 수사를 덧붙이기에는 진실로 그 가치들이 향하고 구현되어야 할 부분들이 너무나 많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우리의 분노를 두고 "청년 세대의 정의감"을 얘기하기에는, 우리가 못 본 체 했으며, 모른 체 해온 최소한의 사회적 정의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청년들"이 너무나 많지 않습니까?

대한민국의 또 다른 청년들이 전철역에서 화력발전소에서 실습장에서 노동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의 죽음과 그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자 하는 노력들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하거나 왜곡하거나 조롱하고 냉소해왔던 언론들이 지금 서울대와 고려대의 몇 백 명 학생들의 집회를 두고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에 주목하고 "청년들의 분노"를 대변하는 일이라고 칭송하며 연일 적극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우리는 조금도 부끄러운 마음 없이 그저 당당히 촛불을 들면 족한 것입니까? 과연 우리가 조국 후보를 향해 드는 촛불은 우리가 외치는 정의는 무엇을 향하고 있는 촛불이며 정의입니까? 언론으로부터는 외면 받는 다수 청년들이 처해 있는 구조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촛불입니까, 아니면 정작 그러한 모순과 문제를 강화해온 현 사회 제도 그러나 적어도 "우리들" 만큼은 그 속에서 나름 소소한 승리를 거둬온 그리하여 이처럼 언론들의 주목도 용이하게 받을 수 있게 한 학벌 타이틀을 쥐어 준 현 사회 제도를 보다 철저히 수호하고 강화하기 위한 촛불입니까? 우리가 외치는 정의는 과연 포용하기 위한 정의입니까, 아니면 더욱 철저히 배제하기 위한 정의입니까? 우리가 말하는 정의는 정말 우리 시대 "청년들"의 정의입니까?

조국 후보를 비호할 생각도 없고 조국 후보를 비판하는 청년들의 마음을 비판할 생각도 없습니다. 저 또한 그가 자녀 문제에 대해 보인 태도를 비판하며 철저한 반성을 촉구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조국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학생회가 주도하는 촛불 집회를 열기 이전에 과연 우리는 얼마나 당당한지를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조국 후보 딸의 용이했던 스펙 쌓기와 커리어 관리를 두고 우리가 차마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없는 거악(巨惡)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그동안 손쉽게 참아온 거악이 너무나 많은 것 아닙니까? 만일 이 사건으로 인하여 우리가 "청년세대"의 이루 말할 수 없는 박탈감을 느껴 그것을 대변하겠다고 하기에는 그동안 우리가 모른 체하고 눈 감아 온 우리 시대 청년 세대의 현실이 너무나 많고 어둡지 않습니까?

어떠한 학내 공론화 과정도 없이 인터넷상의 여론에 편승해 마치 그것이 전체 학생들의 여론인 마냥 호도하고 정당화하여 촛불집회를 개최하는 총학생회의 결정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표합니다. 또한 아직 청문회가 열리지 않았음에도 조국 후보가 "제기되는 의혹들에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며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성급하게 촛불 집회 주최를 결정한 총학회장단의 진의에도 의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만일 반드시 촛불집회를 열어야만 한다면 과연 우리가 지금 촛불을 들어 밝히고자 하는 정의가, 공정이, "좋은 사회"가 어떤 것인지, 우리가 지금 촛불을 들어 조국의 장관 지명을 좌절시키면 그저 그것으로 족한 것인지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반드시 되물어야 할 것입니다.

어느 청년의 부조리한 죽음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냉소하였고, 그 죽음이 있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개혁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에는 적극적인 방해를 벌여왔던 정당들과 언론들로부터 정의로운 청년 대학생들이 마침내 조국이라는 감히 용납할 수 없는 거악을 몰아내고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는 찬사를 얻고 나면,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 만족하고 자축을 하고 나면, 그것으로 당신은, 우리는, 우리 시대의 "청년들"은 정말 안녕들 한 것입니까?

2019년 8월 27일 K


<아래는 서울대 총학 입장문 전문>

조국 교수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한다.

지난 8월 23일 서울대학교 아크로 광장에서 서울대학교 학생과 동문 500여 명이 모여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지금 서울대학교 구성원들은 조국 후보자에게 제기되고 있는 여러 의혹에 대해 분노와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조국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시절 2주간의 인턴십만으로 SCIE 급 논문의 제1 저자가 되었다는 점, 해당 논문의 연구 기간이 끝난 이후에 조국 후보자의 딸이 박사 연구원으로 등재되었다는 점, 해당 논문이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점, 해당 논문이 대학 입시에 부정하게 사용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점, 진학한 대학과 대학원에서 비정상적으로 많은 장학금을 받았다는 점 등에 대해 우리 서울대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청년 대학생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가 조국 교수에게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요구하는 것은 서울대학교 학생사회가 ‘보수화’되고 ‘우경화’되었기 때문이 아니다. 고등학생의 신분으로 2주간의 인턴십에 참여하여 논문에 제1 저자로 등재된 것을 보고 밤낮없이 논문 작성을 위해 실험과 연구에 매진하는 학생들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 두 번의 유급에도 불구하고 조국 후보자의 딸에게 수천만 원의 장학금이 돌아간 것을 보고 청년들이 허탈감을 느끼는 것 또한 당연하다.

언론을 통해 제기된 조국 후보자에 대한 의혹들이 모두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 조국 후보자가 해당 사안들에 직접 개입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국민과 청년 대학생들은 납득 가능한 설명과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정의와 공정을 말하던 공직자의 모순된 모습에 배신감을 느끼는 국민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조국 후보자는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자신에게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법적인 문제는 없다’라고 말하며 후안무치의 태도로 일관하는 조국 교수가 법무부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백 명의 동문이 참여한 8월 23일의 촛불집회가 이를 뒷받침한다. 사회적 부조리와 비상식에 대한 학생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총학생회의 당연한 책무이다.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한다.

제61대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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