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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유치원과 초등학교 지하실에 방사능 오염토 숨긴 아베 정부, 취재하지 않는 일본 언론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9.08.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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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에 노출되는 최악의 안전사고. 8년이 지난 지금 방사능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각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베 총리는 여러 매체에 출연해 직접 후쿠시마 수산물을 시식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연일 홍보하고 있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KBS2 ‘지식채집프로젝트 베짱이’ 제작진은 지난 7월 16일과 8월 6일, 연속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취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방사능에 노출된 후쿠시마 쌀이 대형 편의점으로 유통된다는 사실과 산처럼 쌓여 있는 오염토 옆에서 태연하게 벼농사를 하고 있는 현장을 공개해 충격을 줬다. 관련 내용을 취재한 고경민 PD는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74회에 출연해 자세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대략 30km 떨어진 이타테현은 피난 지역이 해제된 곳으로 주민들이 하나둘씩 돌아오고 있다. 이토 노부요시 씨는 국가기관이 설치한 모니터링포스트(montoring post)의 수치를 믿지 못하고 개인적으로 수치를 측정하고 있었다. 고경민 PD는 “모니터링포스트에서 1m만 떨어져도 수치가 다르게 나온다. 거리가 멀어질수록 수치가 올라가는데 오염토와 산림으로 갈수록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고경민 PD의 설명에 따르면 노부요시 씨는 본인의 피폭을 항상 기록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2011년 8월 4일에는 세슘이 2,356이 나왔고 100일이라는 세슘의 반감기 덕분에 수치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2017년 1월 16일, 후쿠시마 음식을 절대로 먹지 않다가 산림에서 나온 산나물이 들어간 밥을 먹은 직후 세슘이 1,844가 나왔다. 노부요시 씨는 아베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고 트위터를 통해 피폭 사실을 알리고 있다고 한다.

후쿠시마현 도미오카 마을 주민 마쓰무라 나오토 씨는 키우던 개와 고양이를 버리지 못 하고 차마 피신 길에 오르지 못했다. 그는 후쿠시마 쌀이 싸기 때문에 경쟁이 되므로 편의점에서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마토, 콩, 고추 등을 재배하며 내부 피폭이 인정됐는데도 태연한 표정으로 일관했던 그는 다소 놀리는 듯한 어조로 제작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고경민 PD는 “(나오토 씨는) 세계의 다큐멘터리팀이 관심을 보일 정도로 유명했다. 프랑스 영화제 현장에도 등장할 정도였다. 원전 사고 직후 모두 피난을 갔는데 개와 고양이 등 가축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떠나지 않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나오토 씨도 피난을 가려고 했으나 피폭이 됐다는 이유로 친척에서 거절당했다”고 덧붙였다.

이타테현에서는 3년 전부터 벼농사가 재개됐다. 그리고 뒤에 방치된 오염토는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고경민 PD는 “오염토를 감싸고 있는 비닐은 3년의 유통기한이 있어서 갈아줘야 한다. 과연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후쿠시마에서만 일어난 것이 아니라 전역을 강타한 재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원전 사고 당시 방사능 물질이 공기 중으로 이동해 낙진하면서 주택가 주민들이 스스로 제염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3년 후에 오염토를 정리하겠다고 했으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공동진료소의 요시히코 스기이 씨는 보여줄 것이 있다며 제작진을 도심 근방으로 데리고 갔다.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택가에 오염토 더미가 불과 몇 미터 사이로 방치되고 있었다. 스기이 씨는 “이 오염토 더미는 아무도 손을 안 댄다. 이런 방사능 오염토가 초등학교나 보육원 같은 곳에서도 방치되고 있다. 특히 후쿠시마에서는 많이 볼 수 있다. 원래 3년만 가지고 있으라는 아베 정부의 약속이 있었지만 훨씬 지났다. 어디로 가져가야 하는데 가져갈 장소가 없다”고 토로했다.

고경민 PD는 “이 오염토 더미는 스기이 씨가 있었던 지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방치되고 있었다. 게다가 더미가 터지면 바로바로 덮는 격이었다”고 설명했다. 도심 한가운데에 이렇게 오염토 더미가 방치되고 있는데도 시민들은 왜 반발하지 않을까? 스기이 씨는 “시민들이 익숙해졌고 이런 상황이 무섭다”고 말했다.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캡처
유튜브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방송 캡처

이 지경까지 왔는데도 일본 언론은 전혀 이 사태를 다루지 않고 있다. 2016년에 모 매체가 요코하마 유치원과 초등학교 지하실에 오염토가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을 전한 것 외에는 없었던 것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학부모, 유치원과 초등학교 관계자, 심지어 요코하마 시 관계자들 몰래 오염토가 방치되고 있었고 이 사실이 발각되자 정부가 기준치 이하라는 이유로 내버렸다는 황당한 해명을 내놨다.

요코하마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300km 떨어져 있다. 안전사고 이후 관동지방까지 덮친 방사능 낙진으로 전국에 오염토가 쌓이고 있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오노데라 치츠루 씨는 “건강하던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도 백혈병이 발병했다. 한 반에 2명의 아이가 백혈병에 걸린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김어준 총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같은 공립은 국가에서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어서 지하실에 몰래 오염토를 숨겼던 것이다.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체르노빌처럼 근방 30km 지역을 출입금지하고 50년 이상 시간을 두고 해결해야 했다. 그런데 2020 도쿄 올림픽 일정에 맞추려다 보니 부흥과 재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공동진료소의 스기이 씨는 “어린이의 연간 갑상선암 발병률은 100만 명 중의 3~4명 정도가 나온다. 후쿠시마의 어린이(0~18세) 수는 약 35만 명인데 6~7년 동안 갑상선암 환자가 200명대를 넘었다”며 환자 수가 많이 증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그룹으로 2년에 한 번만 갑상선암을 검사하는 국가의 정책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검사해야 하니 시민단체와 의사들이 모여서 공동진료소를 만들었던 것이다. 

스기이 씨는 “피폭지에서 갑상선 암 발병률이 높다고 할 수 있는데 의료기관에서 이것을 밝히지 않고 있다. 원전으로 가까울수록 암 환자가 높게 나오는 상황인데도 후쿠시마현과 의사협회에서 지금 하는 검사를 멈추라고 하고 있다. 이렇게 자꾸 검사하면 모두 불안하니 그만뒀으면 좋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제작진에게 ‘안 믿기죠?’라고 반문하며 “보통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일본에서, 후쿠시마에서 통용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고경민 PD는 “일본에서 근래 후쿠시마 기사가 없다. 언론에서 막고 있다는 의사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어제(16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아베 총리는 점심 식사를 항상 방송 언론인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사실상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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