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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SBS스페셜’ 조현병은 결국 트라우마가 작용하는 것… 전문의 해석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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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경기도의 한 바닷가 마을. 이곳에서는 지윤희(가명) 씨와 인근 주민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고 한다.

인근 주민들은 윤희 씨가 벌써 수년째, 휴대폰과 태블릿PC 등으로 사진을 찍으면서 험악한 욕설과 때로는 폭력까지 쓰고 있다고 말한다.

모자와 마스크를 한 채 휴대전화를 항상 들고 다니는 그녀는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다. 인근 주민들은 조현병을 의심하고 있었다.

대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28일 ‘SBS 스페셜’에서는 나탈리로 불리는 그녀를 직접 만나봤다. 인근 주민의 말대로 그녀는 제작진에게도 경계심을 보였다.

그녀는 제작진에게 “90년도에 유학을 하러 가서 불문학을 공부했다. 프랑스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해 불어를 잘하고 발음도 좋았다. 파리에 소문도 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국에 오자 자신을 괴롭히는 배후 조종자가 있다는 것. 그 배후 조종자가 하수인들을 시켜서 사생활을 일일이 캐고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제작진과의 인터뷰 도중에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하수인이라고 지목했다. 지나가는 자동차도 경계하는 그녀.

그녀는 이미 인근 지구대에서도 유명인사였다. 관련 신고 건수만 한 달 평균 10여 건. 그녀 때문에 골치 아픈 쪽은 지구대도 마찬가지였다.

윤희 씨가 거주하는 빌라의 주인 역시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녀 때문에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밀린 월세만 해도 1,000만 원에 육박하고 윤희 씨가 복도와 옥상 등 공용공간에 짐을 쌓아두고 매일 이웃과 다툼을 벌이는 바람에 세입자들이 모두 이사를 가버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미 윤희 씨가 사는 층은 한 집을 제외하고 모두 공실이 된 상태였다. 게다가 윤희 씨 집 안은 짐들로 꽉 차 발 디딜 공간조차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퇴거 명령 이후 집행관이 찾은 그녀의 집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었다. 강제로 열린 문은 현관 문턱까지 짐들로 꽉 차 있었고 악취도 상당했다.

인근 주민들의 주장대로 윤희 씨는 실제로 조현병일까? 인근 주민들이 제보한 영상을 분석한 전문의도 조현병을 강력히 의심했다.

전문의는 “정신의학에서 흔히 말하면 관계망상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주변 사람들 행동이 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사주를 받아서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나를 감시하고 괴롭힌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현병의 대표적 증상인 환청과 피해망상, 관계망상이 관철된다는 것이다. 전문의는 “환청은 결국 감각이 달라지는 것이다. 안 들리던 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병적으로 감각이 변해 느껴지는 세상과 느껴지는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이다. 근데 그것이 인격을 지배하고 행동까지 지배한다. 이런 것이 대개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을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윤희 씨는 제작진에게 메일을 한 통 보냈다. 메일에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배후 세력의 영상이 담겨 있었다. 영상 자료 52개, 신고 자료 85개, 사진 자료는 194개였다.

전문의는 여러 가지 정황을 보면 최근에 발병한 증상이 아닌 것으로 진단했다. 조현병은 결론적으로 망상과 환청이 생기지만 결국은 사람이 무너진다.

결국 윤희 씨에게는 흔히 트라우마, 즉 마음의 상처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 윤희 씨. 

윤희 씨의 치료를 위해서라도 그녀의 과거 행적을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혼자 사는 그녀의 사연을 물어볼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제작진은 불문과 졸업, 프랑스에서 박사과정 공부, 프랑스 어학원 강사를 했다는 그녀의 주장을 단서로 과거를 추정해 보기로 했다.

제작진이 알아본 결과 실제로 그녀의 이력은 사실로 보였다. 한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까지는 큰 문제가 없었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SBS ‘SBS 스페셜’ 방송 캡처
SBS ‘SBS 스페셜’ 방송 캡처

혹시 프랑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본 제작진은 윤희 씨와 같은 교회를 다녔던 지인을 만났다. 그의 말에 따르면 윤희 씨는 프랑스 의사와 짝사랑에 빠졌다가 상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짝사랑이 점차 스토킹으로 변하고 프랑스까지 떠난 것으로 보이는 윤희 씨. 그녀는 의사를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짝사랑의 실패로 인한 트라우마 탓인 걸까? 망상의 세계가 견고해진 윤희 씨는 자신이 짝사랑했던 의사의 지시를 받은 정 모 여인을 배후자로 의심하고 있었다.

전문의는 “목소리를 내서 내 귀에 들리는 게 정상적인 청각이다. 없던 소리가 갑자기 들리면 감각이 변한 것이다. 근데 그 달리 느껴지는 감각에 대응하기 위해서 고민하는데 그 결과 주변에서 감시하고 그게 곧 망상으로 결론 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의는 “누가 나와 관련이 있다는 관계망상은 현실적으로 믿기 어려운 믿음이 동반된다. 그 망상과 환청에는 괴로운 내용도 있지만 다른 한편은 본인을 외롭지 않게 해주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한편으로 외롭지 않게 한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걸까? 전문의는 “(윤희 씨는) 내가 중요한 사람이니 누가 날 쫓아오는 것이다. 외로운 상황에서 누가 자꾸 말을 건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진주아파트방화사건’, ‘조현병 환자 역주행’사건 같은 끔찍한 일이 발생한 이후 조현병 당사자들에 대한 불안한 시선은 더욱 커져만 가는 상황이다. 특히 조현병 당사자들의 가족과 이웃은 고충은 더 커진다.

환자의 자의에 의한 입원이 어려운 경우, 가족들의 동의하에 입원을 시키는 보호입원이나 자·타해 위협이 있는 경우 관련기관의 도움을 받아 응급입원과 행정입원이 가능하다. 

윤희 씨는 현재 가족 없이 혼자 살고 있어 윤희 씨 자의로 통원치료나 입원치료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지자체에서도 가족과 연락을 취할 수 없어 보호입원도 어려운 상황이다.

자·타해 위협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한 응급입원과 행정입원도 불가능하기에 현재 윤희 씨가 치료를 받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SBS ‘SBS 스페셜’은 매주 일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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