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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보복 다음주 분수령…美中 무역전쟁에 日수출 규제까지 세계경제 악영향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7.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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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이뤄진 지 보름여가 지난 가운데 다음 주가 한국의 화이트(백색) 국가 제외를 막을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우방국 명단으로 수출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의 의견수렴 마감 시한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 개최 일자가 며칠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부는 일본과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22∼23일께 일본 정부에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과 철회를 촉구하는 이메일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일본은 1일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대(對)한국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WTO로 간 일본 수출규제…정부, 철회 압박 (CG) [연합뉴스TV 제공]
WTO로 간 일본 수출규제…정부, 철회 압박 (CG) [연합뉴스TV 제공]

법령 개정을 위한 의견수렴 마감 시한은 24일까지다.

의견은 일본 정부가 고시한 이메일 또는 전자정부 시스템에 제출하면 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에 보내는 의견서는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집대성한 내용이 될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입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와 증거를 모두 넣어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백색국가 배제 여부를 결정할 일본 정부의 각의 개최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만약 각의에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빼기로 결정한다면 개정안은 공포 21일 후부터 시행된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참석해 일본이 백색 국가 제외 결정을 언제 내릴지 묻는 질의에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하고 빠르면 그 직후 각의를 열어 결정할 수도 있다"며 "7월 말∼8월 초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단 각의 결정이 내려지면 되돌리기가 어려운 만큼 그 전에 일본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부는 12일 실무자(과장)급 양자협의에서 의견수렴 마감일인 24일 이전 고위(국장)급 양자협의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일본은 수용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을 압박할 또 하나의 카드는 23∼24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WTO 일반이사회다.

이번 회의에는 한국 정부의 요청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정식 의제로 올라갔다.

한일 양국은 이례적으로 본국 대표를 파견해 발언하도록 했다. WTO 회의는 주제네바 대사가 발언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해당 내용을 잘 아는 사람을 파견해 국제사회를 보다 확실하게 설득하겠다는 전략이다.

한국에서는 산업부, 일본에서는 경제산업성 국장급 인사가 간다.

만약 한국이 일본의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된다면 비(非) 전략물자 수출도 규제할 수 있는 캐치올(Catch all) 제도에 따라 식품과 목재를 뺀 거의 모든 산업이 영향을 받게 된다.

일본은 식품 역시 비관세장벽을 통해 추가 규제할 것을 시사하고 있어 안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에서도 한국과의 극한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노가미 다카시(湯之上隆) 일본 미세가공연구소 소장은 최근 전기·전자 분야 전문지인 EE타임즈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한국은 반도체 메모리와 유기EL 제조에 필요한 소재와 장치에서 가급적 빨리 일본을 배제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장치 제조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 등과의 사업 기회를 잃어버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거듭된 대화 요청에 일본이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데다가 19일에는 한국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을 논의할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일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는 등 갈등이 풀릴 기미가 현재로선 보이지 않아 장기전이 될 거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산업부 관계자는 "백색 국가 배제는 국내외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부는 한국이 일본의 백색 국가에서 제외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최후의 순간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미중 무역전쟁이 주춤한 가운데 일본이 이달부터 대(對)한국 수출규제에 나서면서 한국 경제 전망이 한층 어두워지고 있다.

일본이 한발 더 나아가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 대상인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한다면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미중 무역전쟁 가라앉나 했더니 일본 경제 보복…韓성장률 전망 줄하향
 
한국은 올 상반기 미중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수출 분야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수출액은 작년 12월부터 7개월째 감소했고 6월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3.5% 줄며 3년 5개월 만에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특히 화웨이(華爲) 제재 등으로 전자기기 시장의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반도체 수출 부진이 심화했다.

IHS마킷 글로벌 전자기기 구매관리자지수(PMI)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 연속으로 전 세계 전자기기 분야의 전월 대비 신규주문이 감소하고 있다. 이는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한 시기와 겹친다.

이 와중에 일본이 에칭가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포토리지스트 등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강화하자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성장률 전망을 2%에 가깝게 낮추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블룸버그가 이달 43개 IB 등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2.1%였다. 지난달 조사치 2.2%보다 0.1%포인트 떨어졌다.

IHS마킷과 ING그룹이 한국 성장률을 1.4%로 내다보며 가장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가 1.5%, 노무라증권과 데카방크, 모건스탠리, OCBC가 1.8%를 점쳤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전망치는 2.0%다.

◇ '화이트 리스트' 제외 강행하면 韓성장률 전망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

문제는 일본의 제재가 여기서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은 지난 12일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 담당 실무자 양자 협의에서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관련 시행령을 개정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의견 수렴을 거친 뒤 각의 결정 후 공포하게 된다. 그로부터 21일이 지난 날로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양국의 긴장 관계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백색 국가 제외 조치를 강행할 가능성이 커지는 형국이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은 지난 19일 오전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일본 측이 정한 제3국 의뢰 방식의 중재위 설치 요구 시한(18일)까지 한국 정부가 답변을 주지 않은 것에 항의했다.

고노 외무상은 이 만남 직후에도 "한국 측에 의해 야기된 엄중한 한일관계 현황을 감안해 한국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추가 경제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만약 일본이 25일 각의를 열어 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하면 효력은 광복절인 내달 15일부터 생길 전망이다.

이럴 경우 한국의 성장률 전망은 추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AML)는 "단기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제재가 장기화하면 거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기에 향후 4주간 경과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별도 보고서를 내고 현재는 한국의 성장률을 2.0%로 전망하지만, 양국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으로 맞서 공급 체인이 심각하게 망가질 경우 성장률이 더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조치로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2019∼2020년 평균 성장률은 기존 2.1%에서 0.5%포인트 내린 1.6%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모건스탠리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고려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내리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백색 국가 제외 조치 영향이 포함되지 않았다.

◇ 일본발 수출 규제, 새 무역전쟁 방아쇠 되나…세계 경제에도 악영향

세계 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 각국이 원자재와 중간재, 최종재를 수입·수출하며 촘촘한 글로벌 가치사슬을 형성하면서 무역분쟁이 당사국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천270억 달러(약 149조원)이다.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국의 반도체 생산·수출이 차질을 빚으면 반도체 D램과 낸드플래시를 사용하는 각종 전자기기도 연쇄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선진경제실장은 "한국의 일본 의존도가 높은 만큼 일본 기업에도 한국은 중요한 고객"이라며 "한국에 부품·소재를 수출하는 기업은 물론 역으로 파나소닉·소니 등 한국 반도체 수입하는 기업도 타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글로벌 가치사슬이 촘촘하게 연결된 만큼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모든 국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중국조차도 이득을 본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라지브 비스와스 IHS마킷 아시아태평양지역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한일 무역 긴장은 새로운 무역 전쟁의 방아쇠가 될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 악영향을 우려했다.

그는 "아시아국가의 수출이 이미 미중 무역 협상과 글로벌 전자기기 신규주문 감소로 강력한 역풍을 맞은 상태에서 일본의 조치가 세계 교역에 긴장을 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몇몇 경제 대국이 무역 제재를 정치적 수단으로 쓰는 일이 늘어난 것이 지난 1년간 세계 교역과 신규 수출 주문을 약화하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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