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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정글북’의 성공을 오판했던 디즈니의 무리한 실사판 - 영화 ‘라이온 킹’

  • 이창규 기자
  • 승인 2019.07.18 20:01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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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이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라이온 킹’이 실사화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당시, 기자는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었다.

우선 ‘라이온 킹’ 자체가 디즈니 역사상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완성도를 가진 애니메이션이었고, 엘튼 존과 한스 짐머의 음악부터 배우들의 연기까지 완벽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사화 연출을 ‘정글 북’으로 이미 실사화 작업을 해 본 존 파브로 감독이 맡는다는 점도 플러스 요소였다. 처음 캐스팅이 공개됐을 때, 원작의 무파사였던 제임스 얼 존스가 복귀한다는 소식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라이온 킹’ 포스터 / IMDB
‘라이온 킹’ 포스터 / IMDB

그리고 아이맥스 3D로 작품을 보게 됐는데, 오프닝은 정말로 원작을 그대로 옮긴 듯한 퀄리티였다. 음악은 약간의 어레인지가 들어가긴 했지만, ‘Circle of Life’까지만 하더라도 작품에 대한 기대를 품을 만 했다.

그런데 이후 사자들의 연기를 보면서 조금씩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스토리는 분명 원작과 거의 흡사한데, 왠지 모를 위화감 때문에 몰입이 힘들었다.

이어진 심바와 날라의 ‘I Just Can't Wait to be King’은 어색함의 절정이었다. 실사화를 거치면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해당 뮤지컬씬의 오버스러운 연출은 배제했어야 하는 부분은 이해한다. 하지만 모든 동물들이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부르는 것도 아닌, 굉장히 붕 뜬 상태로 노래가 진행됐다.

결국 이 뮤지컬 스코어는 ‘Be Prepared’에서 문제가 터져버렸다. 원작에서 스카의 교활함과 야망을 엿볼 수 있었던 이 곡은 길이가 확 줄어버린데다, 처음 시작은 아예 노래라고 생각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거의 대사를 읊어버린다.

‘라이온 킹’ 스틸컷 / IMDB
‘라이온 킹’ 스틸컷 / IMDB

스카(치웨텔 에지오포 분)와 하이에나들 사이의 관계가 원작과는 다르게 설정된 탓에 삭제되는 장면이 있을 수 밖에 없긴 했다. 그러나, 정말 리메이크를 하고 싶었다면 그 장면을 좀 더 색다르게 대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적어도 이 시점에서는 더 이상의 기대를 할 수 없게 됐다.

그나마 티몬(빌리 아이크너 분)과 품바(세스 로건 분)의 연기는 원작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만족스러웠다.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를 부르는 세스 로건이 키가 낮은 탓에 원작의 코믹스러움이 좀 덜해지긴 했지만, 최대한 분위기는 살릴 수 있었다.

이 둘마저 없었다면, ‘라이온 킹’은 무파사와 하이에나들만 믿고 가야했을 것이다. 그나마 제임스 얼 존스도 이제는 노쇠한 탓에 25년 전의 성량이 아닌지라, 원작에서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진 못한다.

‘라이온 킹’ 스틸컷 / IMDB
‘라이온 킹’ 스틸컷 / IMDB

다행히 새로이 캐스팅된 하이에나 3인방(플로렌스 카숨바-키건 마이클 키-에릭 안드레)은 원작과는 또다른 모습을 잘 보여준다. 특히나 쉔지는 원작에서보다도 훨씬 위엄넘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포스만큼은 스카 못지 않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캐스팅도, 노래도 아니다. 바로 등장인물(?)들의 표정이다. 원작에서는 다양한 표정이 등장하기 때문에 동물이어도 충분히 감정이입이 됐지만, 여기서는 표정의 변화가 전혀 없다.

그나마 ‘정글 북’에서는 모글리가 유일하지만 인간 캐릭터였기 때문에, 모글리를 통해 동물들의 감정을 대신 느끼기라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라이온 킹’은 그렇지 못하다. 때문에 아무리 배우들이 감정을 실어서 연기를 하더라도, 그게 제대로 전달이 안되는 것.

‘라이온 킹’ 스틸컷 / IMDB
‘라이온 킹’ 스틸컷 / IMDB

게다가 원작과 차별화되는 지점도 거의 없다. 원작에 나오지 않은 장면들이 나오긴 하지만, 그나마 그 장면들이 극 진행에 큰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 구스 반 산트가 ‘싸이코’를 리메이크한 것과 비슷하다고 봐야 할 정도. 아니, 차라리 정말 그대로 옮겼다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모든 동물들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플러스 요소다. 특히나 아이맥스 레이저 3D로 보다보니 1.43:1의 비율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는 건 좋았다.

종합해보면, 원작에 대한 존경심이 가득 담겼으나, 풀어내는 방식이 너무나 안일했던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원작을 보지 않았을 때에 더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총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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