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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종합] '충격'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8년… 보육원과 벼농사 옆에 방치된 '오염토'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9.07.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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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지난 16일, KBS2 ‘지식채집프로젝트 베짱이’가 후쿠시마 먹거리를 다뤄 눈길을 끌었다. 방사능에 노출된 후쿠시마 쌀이 대형 편의점으로 유통된다는 사실을 알려 충격을 줬다.

직접 취재에 나선 고경민 PD는 18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린 후쿠시마의 한 시민이 태연하고 다소 놀리는 듯한 말투로 발언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고경민 PD가 말한 그 시민은 후쿠시마현 도미오카정에 거주하고 있다. 토마토, 콩, 고추 등을 재배하며 스스로 섭취하고 있는데 내부 피폭이 인정됐는데도 위험하지 않다며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체내에 방사능이 차츰 축적돼 세포에 영향을 준 것이다. 그는 후쿠시마 쌀이 싸기 때문에 경쟁이 되므로 편의점에서 앞다퉈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형 체인 편의점들이 전부 경쟁해서 사들이고 있어 전부 도시락, 삼각김밥으로 간다고 덧붙였다. 그는 거의 후쿠시마 쌀이라고 하면서 체념하는 듯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베짱이 제작진은 직접 편의점에서 문제의 도시락들을 취재했다. 가공식품들은 국산으로만 쓰여 있어 정확한 원산지를 알 수가 없었다.

2011년 3월 12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에 노출되는 최악의 안전사고. 8년이 지난 지금 방사능 먹거리에 대한 불안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각종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제작진은 안전사고 지역에서 300km 떨어진 요코하마를 먼저 방문했다. 오노데라 치츠루 씨는 건강하던 아이가 백혈병에 걸려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유치원에 다니는 친구도 백혈병이 발병했다. 한 반에 2명의 아이가 백혈병에 걸린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치츠루 씨는 그 원인으로 오염토를 지목했다. 안전사고 이후 관동지방까지 덮친 방사능 낙진으로 전국에 오염토가 쌓이고 있다. 요모하마의 학교와 보육원에서는 급하게 제염작업을 했다.

그러나 오염토 대부분이 외부로 옮겨지지 않고 방치되고 있다. 치츠루 씨의 아이들이 백혈병과 싸우는 동안 오염토는 보육원 근처에 계속 남아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정확한 조사와 조치가 없는 상황. 학부모들은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학부모는 화단 속에 오염토가 있다며 토마토를 심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방사능 낙진에 뒤덮인 일본은 곳곳에 오염토를 임시 보관 중이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도쿄 올림픽을 한다고 하는데 후쿠시마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요코하마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여러 매체에 출연해 직접 후쿠시마 수산물을 시식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연일 홍보하고 있다. 여기에 유명 연예인들도 동참하고 있다.

그런데 제작진이 만난 시민들은 정부의 이런 홍보를 믿고 있었다. 한 시민은 “직접 후쿠시마에 가서 먹었으며 역시 맛있다”고 했으며 또 다른 시민은 “위험하다는 건 한국인만의 생각”이라며 “일본 정부가 수치로 확실하게 밝히니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찰떡같이 일본 정부를 믿는다는 시민들의 말과 달리 후쿠시마의 현 상황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원전에 가까울수록 집은 텅 비어 있었고 방사능 경고음은 더 심하게 울렸다.

후쿠시마 원전을 다가가고 있을 무렵, 차 안에서도 방사능 경보가 울렸는데 기준치의 20배가 넘었다. 원전 앞까지 도달하자 기준치는 36배를 넘어섰다. 여전히 사람들이 살 수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제작진이 나오는 길에 발견한 비닐에 쌓인 오염토. 해당 오염토들은 산처럼 쌓여 있는데 거대한 방사능 무덤으로 봐도 무방할 정도다.

후쿠시마현 이타테촌의 주민들은 매일 방사능 수치를 확인하고 있다. 한 주민은 “도로는 비가 오면서 방사능이 씻겨 내려가는데도 0.5배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곳은 후쿠시마 원전으로부터 30km 떨어져 있지만 방사능 수치는 기준치 3배에 이른다. 앞서 만난 주민은 사실상 죽을 때까지 피폭이라고 토로했다.

KBS2 ‘지식채집프로젝트 베짱이’ 방송 캡처
KBS2 ‘지식채집프로젝트 베짱이’ 방송 캡처

그런데 3년 전부터 벼농사가 재개됐다는 말이 들려 현장을 찾았다. 방사능 수치가 낮게 검출된다는 이유로 벼농사를 재개한다는데 충격적인 것은 바로 뒤에 오염토를 모아놓은 마대 자루가 있었다는 것이다.

산더미처럼 쌓인 오염토. 그 옆에서 벼가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런 벼를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을까? 한 주민은 “재배된 것들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판매된다”고 말했다.

제작진의 취재에 따르면 내부 피폭은 인체에 차츰 영향을 주는데 일본 정부가 조사하는 것은 세슘-137과 그 외 몇 가지뿐이며 나머지 200여 건이 넘는 건 알 수가 없다.

뼈, 근육, 장기에 축적해 백혈병이나 암 등을 유발할 수 있는데도 실제로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의 조사도 없고 정보가 없다 보니 오염토 옆에서 태연하게 벼농사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만난 주민은 “후쿠시마산을 먹지 말라는 말은 있는데 먹으면 어떻게 된다는 말은 없다. 지식이 없으니까 먹어도 된다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현 이와카시에서는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시민들이 직접 방사능 측정소를 만들었다. 이곳은 원산지가 불분명한 식품을 조사하고 의뢰도 받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안전할까? 제작진의 취재에 따르면 WTO 규정상 수입품 원산지는 국가만 표시되어 있다. 식품안전나라에서 검색은 가능하지만 지역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고경민 PD는 “일본 내 시민단체에서는 사람들의 인식이 양극화돼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정부 발표밖에 믿을 게 없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반대로 정부를 못 믿는 사람들은 센터를 만들어 직접 방사능 수치를 조사하고 측정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방사능 수치를 전수 검사했는데 이제부터는 유의미한 수치가 없다는 이유로 표본 검사만 한다는 점 때문이다. 

고경민 PD는 “우리가 WTO 승소로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여행객은 먹을 수 있다”며 “내년에 있을 도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에게 제공되는 식재료를 후속 취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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