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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중고나라 박인재 사기사건’을 아십니까”…중앙지검 사칭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법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9.07.16 15:13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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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결론 : 수사관을 자칭하는 사람에게 딱 두 가지를 알려주지 말자. 하나는 통장 비밀번호, 나머지 하나는 보안카드 번호.

16일 휴가를 즐기고 있던 기자는 ‘01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하나 받았다.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기에 스팸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직업 특성상 안 그럴 때도 있으니 한 번 받아봤다.

이 전화를 받고 나눈 이야기가 이번 기사를 쓰게 된 이유.

제법 프로페셔널한 톤(=신뢰감을 주는)을 가진 여성이 전화를 걸었는데, 그는 자신이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라고 밝히면서 기자가 중고나라 사기사건에 연루됐다고 이야기했다. 기자 명의로 된 대포통장이 경기도 모 시에서 만들어졌다고 제법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나름의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주거래 통장이 무엇인지, 직장인지를 물어보기 시작한 상대방. 나름 거짓 없이 대답하던 와중에 상대는 자신의 이름을 ‘쪽지’에 적으라고 주문했다.

보이스피싱 / 연합뉴스

인터넷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뭔가를 적는다면 주로 컴퓨터나 노트북에 적기 마련인데, 타자소리가 들린 순간, 상대방은 어떤 이야기도 없이 전화를 확 끊어버렸다. ‘합리적 의심’을 했던 상대방이 ‘보이스피싱’ 가해자로 확정된 순간이었다.

뭐 다시 의도를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 그러니 의도는 추측의 영역일 수밖에 없는데, ‘쪽지’에 이름을 적으라고 한 것은 크게 두 가지 의도로 분석이 된다.

첫 번째는 ‘내가 나의 신분을 밝히고 있다’는 인상을 줘서 신뢰감을 더욱 상승시키겠다는 의도.

두 번째는 이렇게 신뢰감을 주더라도 ‘보이스피싱’을 거는 상대가 전자가기기와는 좀 거리를 두게 만들겠다.

이 대화에서 상대방은 은근슬쩍 주변, 혹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과 기자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보였다. 그중 가장 크게 느껴진 것은 ‘제 3자에게 이러한 사건에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리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이런 사건에 연루가 됐다면 주변에 알려야 도움을 받고, 조언을 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럴 경우에는 자신의 계획이 깨질 수 있으니 이렇게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에게 직장인인지, 집인지,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혼자 있는지를 물어본 것도 비슷한 맥락이리라.

본인 나름대로의 ‘드라이빙’으로 피해자(=기자)를 일종의 고립 상태로 만들려고 한 것일 텐데,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타자 소리가 들리자마자 전화를 끊은 이유도 위의 이야기와 맥락이 거의 같다고 판단된다. 컴퓨터를 한다는 것은 높은 확률로 인터넷이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고, 그렇다면 이 이야기가 보이스피싱인지 아닌지 검색해볼 확률이 높으니까.

‘쪽지’를 이용하게 해 전자기기(핸드폰은 통화 중인 상태이니 인터넷서핑 기능이 사실상 봉인됐고)와 거리를 두게 만든다는 전략이 실패한 것이다.

보이스피싱 / 연합뉴스

쉽게 말해 ‘이 보이스피싱은 이미 실패했으니까 손절한다’는 판단을 한 것. 이에 기자로서는 이 이후 전개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알 수 없게 됐다.

구글 검색
구글 검색

통화 종료 후 구글에서 서칭을 좀 해봤는데 사실상 주어 몇 개만 바뀌었을 뿐, 기자의 경험과 대화 패턴이 똑같은 경험사례들이 몇 개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다.

‘서울중앙지검 중고나라 박인재’라고 검색하면 관련 후기들을 볼 수 있다.

그냥 심플하게 ‘서울중앙지검 보이스피싱’이라고 검색하면 이번 사건과 유형은 다르지만 어쨌든 서울중앙지검을 사칭해 보이스피싱을 시도한 사례들에 대한 정보와 기사를 볼 수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통화 끝나고 나서 검찰 측에 실제로 전화해봤고, 공식적으로 이 전화가 ‘보이스피싱’임을 확인받았다.

검찰 측은 절대 ‘010’으로 시작하는 개인번호로 사건 관련자에게 연락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010’으로 시작하면 이유 불문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라는 것. 검찰에서 연락할 때는 검찰 공식번호로 전화를 건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 ‘보이스피싱’을 대함에 있어 피해를 당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딱 두 가지를 잊지 않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하나는 통장 비밀번호, 나머지 하나는 보안카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아무리 돌고 돌아 거창한 이야기를 해도 ‘보이스피싱’이 원하는 건 딱 이 두가지라는 것.

다만 최근에는 실제로 만나서 ‘현찰’을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이 패턴도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에서는 절대 ‘현찰’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이번 경험으로 기자는 좀 다른 의미의 ‘팩트체크’도 하게 됐다. 얼마 전 전자신문 칼럼 중 ‘기자수첩 예쁜 여자가 나한테 말을 걸리가 없다’라는 기사를 매우 감명 깊게 읽었는데, 기자도 이번 경험을 통해 이 기사의 제목과 똑같은 ‘팩트체크’를 하게 됐다.

기자는 위 기사의 제목을 아주 살짝 수정하는 것으로 이번 기사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여자가 나한테 말을 먼저 걸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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