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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종합] 아베, 일본 언론에도 비판 받아…강제징용 판결 보복 수출규제에 한국 누리꾼 불매운동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7.04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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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일본 아베 정부가 4일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 반도체 소재의 한국 수출 규제를 단행한 가운데, 마이니치신문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조치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사설을 게재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마이니치는 이날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통상국가의 이익을 손상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게재해 "외교 문제와 전혀 관계가 없는 무역 절차를 가지고 나와 정치의 도구로 사용한 것"이라며 "일본이 중시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베 정권이 한국에 강경 자세로 임해 보수층에 호소하려는 노림수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며 "눈앞의 인기를 얻고 장기적인 국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해 정곡을 찔렀다.

아베 / 연합뉴스
아베 / 연합뉴스

특히 마이니치는 "중국이 이전에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대립 당시 희토류의 일본 수출을 중단했을 때 일본은 이에 반대했다"며 "그런데도 일본이 그때와 같이 무역을 자의적으로 정치에 이용하려 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마이니치는 "가장 큰 문제는 일본이 주장해온 '규칙에 기초한 자유무역의 추진'이라는 이념에 반한다는 것"이라며 "자원이 적은 일본은 활발한 무역으로 발전해 왔다. 규칙에 기초한 자유무역은 통상국가인 일본의 생명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의장국인 일본은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라는 표현의 공동성명 명기를 주도했다"며 "이에 역행한 무역 규제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이니치 신문 사설
마이니치 신문 사설

마이니치는 "한국이 징용 판결과 관련한 중재위원회 개최에 응하지 않고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했다"고 지적하면서도 "일본 정부가 그렇다고 해서 강제적인 수법으로 호소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또 "아베 정권이 안보를 근거로 조처를 했지만, 세계무역기구(WTO)는 협정에서 유사시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안보를 근거로 한 무역 제한을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가 협정 위반이 의심된다고 지적하는 전문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주요 일간지들은 일본 정부의 이번 보복 조치에 대해 사설을 통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일 '보복을 즉시 철회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자유무역의 원칙을 왜곡하는 조치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도쿄신문은 같은 날 "일본의 조치는 일본에도 영향을 미친다. 대화의 실마리를 찾아 조기 수습을 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보다 앞선 2일에는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징용공 문제에 대해 통상정책을 가지고 나오는 것은 (일본) 기업에 대한 영향 등 부작용이 크다"며 "대항 조치의 응수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수출규제조치가 내려진 시점이 참의원 선거의 후보자 등록과 함께 선거가 고시되는 시점이라는 점에서 아베의 정치적 노림수라는 점은 명확하다.

아베 총리를 비롯한 개헌 세력들은 이번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인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변신시키기 위한 개헌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보수층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한국을 때리고 있는 아베의 위험한 승부수에 대해 일본 언론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베의 한국 때리기는 과거 국내 보수세력이 툭하면 북풍을 끌어내 안보를 무기로 권력을 장악하던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일본 참의원은 일본 국회를 구성하는 양원 중 하나로 상원에 해당하며, 하원에 해당하는 중의원이 따로 있다.

참의원의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의원 정수의 절반을 선출하고 있다. 의원 정수는 242명이다. 이번 7월 참의원 선거는 124석을 두고 치뤄진다.

아베는 개헌을 추진중이며, 이번에 선거를 하지 않는 121석 중 개헌세력 77석을 확보한 상태이며, 개헌을 위해 3분의 2를 확보해야 하는만큼 이번 124석에 대한 선거에 87석 이상을 획득해 총 164석을 확보해야 개헌을 밀어부칠 수 있다.

작년 선거법 개정으로 참의원 전체 의석수가 6석 늘어난 248석이 됐으며 이번에는 선거구 74명(1인 선거구 32명 포함), 비례대표 50명 등 모두 124명을 뽑게 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6일 정기국회 폐회에 맞춰 개최한 임시 각의(국무회의)에서 7월 4일 공고하고 3주 후인 7월 21일(일요일) 투·개표를 진행하는 올여름 참의원 선거 일정을 확정했다.

이번 참의원 선거는 집권 정파인 자민·공명당과 야당 연합체 간의 2파전으로 굳어졌다.

입헌민주, 국민민주, 공산, 사민당과 사회보장 재건 국민회의 등 5개 야권 당파는 이미 '1인 선거구' 32곳에서 단일 후보를 내세우기로 합의했다.

이와 같은 일본의 선거 상황에 따라 아베의 한국 때리기는 21일 참의원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또 다른 형태로 더욱 확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규제로 일본 기업의 수출 심사에 통상 90일 정도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본 정부의 압박이 강해질 경우 더 길어질 수도 있고, 의도적으로 심사를 통과시키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에서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 주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등의 추가 보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 입장에서는 별다른 대응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공포감'은 더 커지는 형국이다.

다만 이번 수출 규제에 대해 국제사회는 물론 일본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글로벌 전자업계로 파장이 확산할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해결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은 한국 정부가 결정한 것이 아니며 엄연히 3권이 분립된 상태에서 법원의 판결일 뿐이다.

이에 대한 아베 정부의 경제적 보복조치는 상식적이지 않은 조치임에도 불구하고 보수층의 목소리가 높아진 일본 사회에서는 아베의 지지율을 끌어 올리는 장치가 되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여행을 자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게 된 배경 역시 일본 국민들이 보수세력의 준동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직접적인 이유가 되고 있다.

더구나 국내의 보수 야당이 이번 일본의 경제적 보복 조치와 관련해 한국 정부 탓을 하는 것에 대해 더욱 격분한 상황이다.

이번 한일 외교 갈등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만큼 갈등이 쉽게 봉합되기도 어렵거니와 개헌을 노리는 아베 입장에선 보수층 결집을 위해 끊임 없이 한국 때리기를 시도할 것이 자명해, 내년 한국의 총선 정국까지 일본은 계속해서 분란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 동조하는 듯한 것으로 비춰지는 국내 정치인이 내년 총선에서 어떠한 평가를 받을 것인가에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 등 수출을 규제하며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경제보복 조치를 한 것을 두고 징용 피해 당사자들은 더욱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강제징용 2차 소송에 참여해 대법원 판결을 앞둔 김재림(89) 할머니는 4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인간의 탈을 쓰고 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 할머니는 "무릎을 꿇고 잘못을 뉘우쳐도 분한 마음이 풀릴까 말까 한데 이렇게 뻔뻔스러울 수가 없다"며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어 "피해자들의 나이가 많아 오늘 밤이 지나면 눈을 뜰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살아있을 동안에 사죄와 배상을 받는 것이 마지막 남은 한"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 정부의 힘만으로 벅차다면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다른 피해국들과 협력해 대응하면 좋겠다"며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강제징용 1차 소송으로 대법원 승소 판결을 끌어낸 양금덕(87) 할머니 역시 "일본이 과거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다"며 "마음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경제보복까지 하는 걸 보면 아베는 끝까지 사과할 뜻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마지막 숨이 붙어있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피해 할머니를 돕고 있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측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응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쓰비시 등 전범 기업들에 대한 불매운동을 벌여온 시민모임 측은 일본이 한국 정부와 한국 경제를 상대로 보복에 나선 만큼 불매운동의 대상을 일본 제품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민모임 관계자는 "일본이 너무나 비상식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일본 제품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누리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금지에 대해 논의중이다.

3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일본기업 제품 불매운동 동참합시다'라는 제목으로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을 실은 게시물이 올라와 '베스트 글'로 선정됐다. 누리꾼들은 100개가 넘는 댓글을 달며 작성자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리스트에는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자동차 브랜드, 소니·파나소닉·캐논 등 전자제품 브랜드, 데상트·유니클로·ABC마트 등 의류 브랜드, 아사히·기린·삿포로 등 맥주 브랜드 등 다양한 일본 브랜드가 포함됐다.

한 유명 육아 카페에도 전날 비슷한 취지의 게시물이 올라와 수십여명이 댓글로 동참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일부 트위터 이용자들도 불매운동 리스트를 공유하고, 관련 이모티콘이나 포스터 이미지를 퍼나르며 참여를 독려했다.

한 인터넷 이용자는 지난해부터 운영한 독도·동해 관련 개인 홈페이지에 '일본 제품 불매 목록'이라는 페이지를 만들고 불매운동 대상 기업 명단을 알리기도 했다.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관련 기사에는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댓글이 여러 차례 달렸다.

일본의 무역제재 소식을 다룬 언론보도에는 '당분간이라도 일본 제품 쓰지 말고 일본 여행도 가지 말자', '가능하면 한국산 제품을 사용하자' 등의 댓글이 달려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포스터도 나왔다. 포스터에는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가 씌어졌다.

일본제품 불매운동 포스터
일본제품 불매운동 포스터
일본 제품 불매 목록 / 트위터
일본 제품 불매 목록 / 트위터
일본 제품 불매 목록 / 트위터
일본 제품 불매 목록 / 트위터
일본 제품 불매 목록 / 트위터
일본 제품 불매 목록 / 트위터

오프라인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등장했다.

대학생 단체 '겨레하나'는 이날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과 광화문 사거리, 광화문 유니클로 매장, 토요타 대리점, 용산역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서 1인시위를 벌였다.

이 단체는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일본 정부는 경제보복과 협박으로 우리 국민들이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 한다"며 "국민들은 자발적인 불매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과 관련해 본격적인 법률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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