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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본, '징용판결 보복조치' 핑계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한국 수출 규제 진짜 이유는?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7.0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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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일본 정부가 국내외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에 대한 경제보복으로 해석되는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4일 계획대로 단행했다.

이는 과거사와 관련한 외교적 문제에 대해 경제와 통상을 끌어들여 보복을 감행한 것으로, 아베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보복이 아니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수출규제는 '징용판결'에 대한 보복성 조치이며 동시에 한국을 공격하면서 국내 보수 여론을 아베 정부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임에 틀림 없다.

지난 3일 JTBC의 보도 "아베, 지지율 필요할 때마다…'한국 때리기' 억지 주장"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을 짚었다.

아베가 한국을 공격할 때마다 일본의 보수층은 아베에 대한 지지를 보여줬다.

JTBC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일본의 초계기 사건의 배경에도 외국인 노동자 유입 확대 법안을 강행 통과하면서 일본내 여론이 나빠지고 지지율이 급락했었으며, 초계기 사건 이후 아베의 지지율은 다시 올랐다는 것.

또한 그 전에 2017년 1월에도 러시아와의 외교 성과가 좋지 않고 여론이 악화되자 갑자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10억엔을 지급했다며 소녀상 이슈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그 결과 아베의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

이러한 상황들을 이번 규제 조치에 대입해 보면 답은 쉽게 확인된다.

지난달 24일 일본 내각의 지지율이 2주사이 6% 급락했다. 오늘 7월 4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이 급락하자, 아베 정부가 지지율 상승을 위해 다시 한국 때리기에 나선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NHK가 21~23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2천42명을 상대로 실시해 24일 발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2주 전인 7~9일 조사 때의 48%보다 6%p 낮은 42%였다.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비지지율)은 2%p 올라간 34%였다. 

교도통신이 15~16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전달보다 2.9%p 하락한 47.6%였으며, 마이니치신문이 15~16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3%p 하락한 40%였다.

연합뉴스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를 지난 6월 3일 금융청이 내놓은 '100세 시대에 대비한 금융조언 보고서' 때문으로 분석했다. 보고서는 95세까지 생존할 경우 노후에 2천만엔(약 2억1천560만원)의 저축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담았는데, 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스스로 공적 연금제도의 낮은 보장성을 실토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금 논란은 참의원 선거에도 큰 영향을 미칠 변수다.

NHK 조사에서 '공적연금이 노후 생활을 꾸릴 수 있게 할 것 같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4%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그렇다'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이런 여론은 응답자의 30%가 '참의원 선거에서 야당의 의석이 늘어나는 편이 좋다'고 답하게 했으며 '여당의 의석이 늘어나는 편이 좋다'고 말한 응답자는 21%에 그치게 만들어 아베 정부로서는 위기의식이 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아베 정권이 참의원 선거에서 헌법 개정을 이슈화하려 하고 있지만, '개헌의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29%만 '그렇다' 답해 '그렇지 않다'는 응답(32%)보다 낮았다.

내각 지지율과 함께 여당의 지지율도 급락해 자민당의 지지율은 2주 전 조사보다 5.1%p 하락한 31.6%였다.

그러나 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해도 야당 지지율이 오르진 않았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은 5.7%(직전 조사때 보다 0.6%p 증가)이며, 응답자의 42.7%는 지지 정당이 없는 부동층이다.

결국 안정만을 추구하는 보수적인 일본인의 성향이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율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어떤 정책에도 큰 변화나 관심을 잘 안 보이는 가운데, 아베 지지층의 여론은 아베가 더욱 보수적으로 행보할 때 지지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아베는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한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0시부터 일본 업체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한국 기업에 수출할 때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제재를 시작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소재의 공급을 일본 기업에 의존해온 삼성이나 LG 등 한국 기업들의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이차적으로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를 공급받는 전 세계의 관련 업계에 파급 효과가 미칠 전망이다.

규제 대상 품목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반도체 기판 제작 때 쓰는 감광제인 리지스트, 반도체 세정에 사용하는 에칭가스(고순도불화수소)다.

한국 기업들은 플루오드 폴리이미드는 전체의 93.7%, 리지스트는 93.7%를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에칭가스는 일본산(43.9%)과 중국산(46.3%)의 비중이 비슷하다. 

일본은 그동안은 자국의 업체가 이들 3개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 한번 포괄적인 허가를 받으면 3년간 개별 품목에 대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포괄허가'를 부여했다.

이번 규제 조치를 통해 이런 우대 조치가 폐지되고, 개별 제품을 수출할 때마다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에 수출허가를 신청해 심사를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수출 업체들은 제품명, 판매처, 수량 등을 기입하고 계약서 등 필요 서류를 첨부해 경제산업성에 제출해야 한다.

경제산업성은 ▲ 제품이 상대국에 제대로 전달됐는지 ▲ 제품의 사용 목적이 적절한지 ▲ 평화,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없는지 ▲ 수출 대상 기업이 적절하게 관리할 것인지 등을 심사해 허가 혹은 불허가를 결정한다.

심사 과정은 통상 90일 정도가 걸리는데, 제품에 따라서는 그 이상 소요될 수도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조치를 한 배경으로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후속 조치를 제대로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면서도 공식적으로는 '안전보장상의 이유'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다. 

이는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을 문제삼아 일본의 이번 보복조치를 제소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WTO는 한 가맹국에 유리한 조치가 다른 모든 가맹국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최혜국대우(MFN) 의무를 부여하고 있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1994) 제11조는 가맹국을 대상으로 관세에 의하지 않은 수출입 수량 제한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이들 두 조항에 모두 해당할 가능성이 큰데, 일본 정부는 안전보장상 필요가 있다면 예외조치를 인정한다는 GATT 21조를 염두에 두고 '안전보장상의 이유'를 들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1조와 관련해 이번 조치로 실제 수출이 불허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이런 방식을 취한 것은 심사 기간을 자의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들의 조달 기간을 멋대로 조정하면서 한국 기업과 정부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겉으로는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국제적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문제"(3일 아베 총리)라며 보복 조치임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 기업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치가 대상 품목을 수출하는 자국 업체에 피해를 주고 한국에서 반도체를 납품받아 완성품을 생산하는 자국 제조사에 피해를 줄 것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말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했던 일본이 미국이나 중국이 사용하는 '경제보복'을 사용하는 것이 이율배반적인 만큼 명분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 정부는 군사전용 가능성이 있는 품목에 대해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백색)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고 수출 규제 강화 대상 품목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가적인 보복 조치로 고려하고 있다.

또 관세 인상, 송금 규제,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엄격화 등도 추가 보복 조치로 만지작거리고 있다.

일본의 이와 같은 수출 규제와 관련해 국내에서도 누리꾼들의 비판과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지난 1일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라는 청원과 "일본 전지역 여행 경보지역 지정 청원합니다"라는 국민청원이 게시되기도 했고, 청와대 토론방에 "일본제품 불매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일본 경제 제재에 대한 정부의 보복 조치를 요청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1166 

일본 전지역 여행 경보지역 지정 청원합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581160

일본제품 불매하자 (청와대 토론방) 
https://www1.president.go.kr/forums/86786

일본의 이번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는 결국 일본에도 부메랑으로 되돌아갈 공산이 매우 크다.

일본의 가전제품 중 한국으로부터 TV용 유기EL 패널을 공급받는 소니도 TV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애플 역시 삼성전자의 유기EL 패널을 탑재하며, 생산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애플에 다른 제품을 공급하는 일본 기업도 영향을 받게 된다.

오늘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해 "명백한 경제보복"이라고 비판하고, 일본이 규제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보복 조치는 국제법에 위반되기에 철회돼야 한다"며 "만약 (수출 규제가) 시행된다면 한국 경제뿐 아니라 일본에도 공히 피해가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일본이 규제 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한 조치를 반드시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한일 갈등, 한국 WTO 제소 / 연합뉴스
한일 갈등, 한국 WTO 제소 / 연합뉴스

이어 "해외 의존도가 높은 부품·소재·장비 등을 국산화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관련 예산이 필요하다면 임시국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에서 반영을 논의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누리꾼들은 일본기업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며 불매운동을 호소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목록
일본 제품 불매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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