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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일본 수출규제, 日 언론조차 아베 총리 비판 와중에 국내 보수 매체만 청와대 공격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9.07.04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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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아베 일본 총리가 어제(3일) 위안부 문제를 꺼내 들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한국이라며 사실상 수출 규제가 경제 보복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수출 규제에 대해 일본 언론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당 대표 토론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역사 인식 문제를 통상 정책과 엮는 것은 아주 좋지 않다”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징용공 문제는 역사 문제가 아니라 국제법상 국가와 국가의 약속을 지키는가 하는 문제”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합의 문제를 거론했다. 역사 인식 문제를 통상 정책과 엮은 게 아니라면서도 이번 수출 규제가 그와 관련됐다는 점을 인정해 버린 것이다.

아베 총리가 경제 보복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은 수출 규제가 결정된 첫 날부터 아베 총리의 통상 정책을 비판하기 시작했다.

아사히 신문은 “대한민국 수출 규제 보복을 즉각 철회하라. 자유무역 원칙을 왜곡하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는 즉시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 신문은 “서로 불행할 것이다. 아베 총리의 수출 규제는 자유무역 원칙에 반하며 한국 기업의 탈일본화가 진행되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 대화로 조기 수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징용공에 대한 보복 조치를 자제하라. 통상 정책으로 대항하는 것은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고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크다”고 설명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한일 경제 정책에 있어 전체적인 악영향이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부품을 공급하는 수평 무역 관계다. 일본 기업에 피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극우 매체로 알려진 산케이조차도 “일본 전자 업체들에 대한 생산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보수 언론조차 아베의 수출 규제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반면 우리 자칭 보수 언론들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

4일 tbs FM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한 김어준 공장장은 “국내 보수들이 또다시 반공을 꺼내 들며 아베의 수출 규제를 돕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어준 공장장은 “일본 매체들도 아베 총리의 통상 정책을 비판하는 마당에 국내 자칭 보수 매체들이 북한만 이롭게 한다는 논리로 나오고 있다”며 “과거에 일장기 들고 나타났던 친일파들이 떠오른다”고 꼬집었다.

이어서 “해방 직후 친일파들이 반공으로 갈아탔다. 일본으로 건너갔던 우익들이 이 지점을 파고들어 반일이 곧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가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반일만 하면 북한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 덕분에 그동안 일본 우익들이 레드 컴플렉스 뒤에 숨을 수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지금 반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법원의 판결을 가지고 일본이 오히려 반한을 하고 혐한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서울고등법원 강민구 부장판사(사법연수원 14기)가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에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이 지연된 배경을 설명해 논란을 키웠다.

양승태 코트에서 선고를 지연한 것은 박근혜 정부에서 외교적으로 시간을 벌어준 것이라고 주장한 것. 결국 양승태 사법부가 사법 농단 적폐로 억울하게 몰렸다고 항변하는 셈이다.

이 소식을 전한 시사IN의 김은지 기자는 “양승태 코트가 시간을 벌어줬다는 것은 참 위험한 발언이다. 사법부의 독립적 판단에 정치적인 고려를 한 것으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강 부장판사가 실은 글의 내용 중에는 “감정적 민족주의 주장은 듣기에는 달콤하고 그렇지만, 현실 국제 외교관계에서는 그런 주장만으로 국익을 지킬 수는 없다.”고 되어 있다.

김어준 공장장은 “감정적으로 나선 것은 일본 총리다. 우리가 감정적으로 나선 것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우리 기업이 돈을 잃는 것만 국익이 아니다. 우리 사법부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지켜주고 그로부터 생기는 자부심도 국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어준 공장장은 앞서 “자칭 보수들은 실제 벌어진 일과 상관 없이 일본 편만 들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시사IN의 김은지 기자 역시 “과거 사법 농단에 대한 반성이 없다”며 강 부장판사가 부산지법원장으로 재직하던 때 행보를 언급하기도 했다.

삼성 미래전략실 장충기 사장에게 13차례 걸쳐 자신의 삼성전자 제품 홍보활동을 알리거나 인사를 청탁하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유튜브 tbs TV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캡처
유튜브 tbs TV ‘김어준의 뉴스공장’ 방송 캡처

아베가 결정한 수출 규제가 일본에게도 치명적이라는 사실은 일본 내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박재근 회장(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그 배경을 더 자세히 설명했다.

박 회장은 “우리 반도체는 가장 앞선 기술이다. 그만큼 소재도 가장 앞선 기술이어야 한다. 그 소재를 공급하는 일본 업체가 거래가 끊기면 납품할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 업체가 거꾸로 일본에 납품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OLED 디스플레이는 소니와 파나소닉 등에 납품하고 있다. 우리 업체가 납품을 못 하면 소니TV도 어려워지는 것이다.

박 회장은 “오랜 시간 국내 업체들이 국산화를 추진 중이었다. 가장 앞선 소재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간에 성공하지는 못하지만 이번을 절호의 기회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아마 이번 수출 규제로 인해 더 빠르게 추진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까지 더해지면 국산화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본의 수출 규제가 지속되면 3~4개월 버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박 회장은 일본 기업에도 치명타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봤다.

또 일본의 이번 수출 규제는 양국 모두 불행한 일이기 때문에 결국 아베 총리의 정치적인 결단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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