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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포커스] ‘엑스칼리버’ 김준수는 아더 그 자체였다, 세종문화회관을 꽉 채운 존재감

  • 김하연 기자
  • 승인 2019.07.01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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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기자]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무슨 말이 필요할까. 김준수(XIA)가 아더 그 자체인 것을. 

지난해 12월 군 제대 후 ‘엘리자벳’으로 뮤지컬에 복귀한 김준수가 2019년 ‘엑스칼리버’로 돌아왔다. 

EMK 오리지널 뮤지컬 ‘엑스칼리버’(제작 EMK뮤지컬컴퍼니)는 색슨족의 침략에 맞서 혼란스러운 고대 영국을 지켜낸 신화 속 영웅 아더왕의 전설을 재해석한 작품. 평범했던 한 사람이 빛나는 제왕으로 거듭나는 여정을 담았다. 

1막은 아무것도 모르는 소년 아더가 전설의 칼 ‘엑스칼리버’를 뽑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그렸다면, 2막에서는 한층 더 성숙해지고 책임감이 강해진 왕의 모습을 보여줬다.  

김준수는 극 중 왕의 운명을 타고난 빛나는 카리스마와 존재감을 지닌 청년 ‘아더’로 분했다. 이번 작품은 왜 뮤지컬 관계자들이 김준수, 김준수 노래를 부르는지 알 수 있었던 작품이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 제공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뮤지컬컴퍼니

#화려한 무대 연출과 자꾸 듣고 싶은 넘버 

1막의 아더는 멀린을 통해 자신이 왕이 될 운명을 타고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한다. 하지만 이내 자신의 운명에 순응하며 전설의 칼 엑스칼리버를 뽑고 진정한 왕으로 거듭난다.

그는 운명적인 만남으로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아버지를 잃고 방황하기도 한다. 또 사랑하는 아내와 믿고 의지하던 동료에게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한 후 끌어오르는 용의 분노를 다스리면서 그렇게 아더는 성숙해진다.

이 과정에서 보여지는 화려한 무대 연출과 특수 효과, 적재적소에 등장한 조명은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마법과 마술이 공존하던 고대 영국을 화려한 특수효과로 재현한 환상적인 무대, 실제 숲을 옮겨 놓은 것 같은 연출 등이 보는 재미를 높인 것. ‘엑스칼리버’는 모르가나와 멀린이 나타날 때는 어둡고 묘한 느낌이 들고, 색슨족이 나타날 때는 실제로 두려움이 느껴질 정도로 스산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자아냈다.

70여 명의 배우들이 빗속에서 전투를 펼치는 신은 흥미로웠다. 극적인 장면으로 연출하기 위해 넣은 슬로우 모션은 자칫 잘못하면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배우들은 자연스럽게 소화했고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도록 조명과 음악에 꽤나 힘을 준 티가 났다.

‘엑스칼리버’ 김준수 포스터 / EMK 제공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뮤지컬컴퍼니

‘엑스칼리버’의 대본을 맡은 아이반 멘첼(Ivan Menchell)은 이번 한국 초연에서 더욱 장대하고 강력한 서사를 위해 색슨족이라는 실재의 적을 만들어냈고, 캐릭터 간의 성격과 관계를 더욱 명확히 구축해 보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가 될 수 있도록 스토리를 대폭 수정했다.

눈에 띄는 점은 여성 캐릭터의 변화. ‘엑스칼리버’ 속 기네비어는 무술에 능하고 거침 없는 성격 등 아서 왕의 일대기를 그린 다른 작품들보다 능동적인 여성으로 표현됐다. 아더의 이복 누이로 왕의 후계자 자리를 찬탈하려는 야망을 지닌 모르가나의 아픔과 악이 드러나는 장면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눈길을 사로잡으며 그야말로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특히 모르가나 역의 장은아가 부르는 ‘아비의 죄’는 가히 압도적으로 박수가 절로 나왔다. 

‘엑스칼리버’가 재밌는 점은 뮤지컬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같기도 하고 영화 같기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넘버들이 그랬다. 어떤 곡은 사극을 떠올렸고 어떤 곡은 가요를 떠올렸으며 또 어떤 곡은 나도 모르게 흥이 끌어 오르기도 했다. 다양한 매력이 담겨 있는 넘버는 재관람의 이유가 되기에 충분했다. 

또한 아더 역의 김준수, 멀린 역의 손준호, 랜슬럿 역의 엄기준, 기네비어 역의 김소향, 모르가나 역의 장은아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의 앙상블은 귀를 즐겁게 했다. 

‘엑스칼리버’ 김준수 포스터 / EMK 제공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뮤지컬컴퍼니

#아쉬운 2막의 급전개 속에서도 빛나는 김준수의 열연 

그렇지만 2막의 급전개로 인해 부족하게 느껴지는 개연성은 아쉬웠다.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잃은 아더는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기네비어, 멀린, 랜슬럿 등 자신을 아껴주는 사람들의 손길을 거부하며 차가운 말을 쏟아낸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듣지도 않은 채 자신의 생각만 밀고 나가는 ‘흑화’된 왕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여기에 기네비어와 랜슬럿의 불륜까지, 너무 많은 사건들이 이해하기 어렵게 불친절하게 지나간다. 특히 전투 장면 이후 수녀로 등장한 기네비어의 모습은 조금 황당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웃긴 상황이 발생했다. 처음 관람했을 때와 두 번째 관람했을 때 ‘엑스칼리버’의 느낌이 달라진 것이다. 필자는 지난 6월 21일과 23일 총 2회의 공연을 관람했는데 첫 관람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캐릭터들의 대화나 감정선이 두 번째 관람했을 때는 ‘아 이래서 그랬을까?’하고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김준수의 캐릭터 소화력이 빛을 발한다. 김준수가 연기하는 ‘아더’를 보고 있노라면 내가 지금 아더의 삶을 보고 있는 것인지, 김준수의 삶을 보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 

또 하나 김준수의 딕션이 인상 깊었다. 그는 귀여운 소년부터 강인한 왕이 되기까지 다양한 넘버를 소화면서도 ‘저 가사는 무슨 내용이지?’ 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또렷한 딕션을 선보였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 제공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데뷔 10년 차, 김준수의 성장

김준수는 지난 2010년 ‘모차르트!’를 통해 뮤지컬배우로 데뷔했다. 이후 ‘엘리자벳’, ‘드라뮬라’, ‘데스노트’ 등에 출연하며 매 작품마다 독보적인 개성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그는 ‘엑스칼리버’에서 더욱 깊어진 감정 표현으로 눈길을 끌며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이번 작품은 김준수가 맡았던 캐릭터와는 조금 달랐지만, 처음부터 그를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높은 싱크로율을 보였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부르는 ‘난 나의 것’은 그를 응원하게 만들었고, 아버지가 죽고 희망은 사라졌다며 부르는 ‘심장의 침묵’은 눈물이 찔끔 나왔다. 모든 것을 잃고 엑스칼리버만이 곁에 남은 순간 부르는 ‘왕이 된다는 것’ 넘버에서는 외롭지만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왕의 모습이 묻어나 안쓰러운 마음이 들게 했다. 

2막 엔딩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오열한 후 비틀거리며 바위에 오르는 김준수의 모습은 잔상이 오래도록 남았다. 그의 가창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무엇보다 뮤지컬 배우로서 김준수의 힘은 그 캐릭터를 살아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아닐까.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 제공
뮤지컬 ‘엑스칼리버’ / EMK뮤지컬컴퍼니

이렇듯 김준수는 사랑에 빠진 소년부터 방황기를 거쳐 여러 고난과 역경 속에 한층 더 성숙해진 왕까지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햇수로 10년 전 김준수는 세종문화회관에서 ‘내 운명을 피하고 싶어’라고 울부짖는 ‘모차르트’로 처음 뮤지컬을 시작했다. 그런 그가 2019년에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진정한 왕이 되는 ‘엑스칼리버’ 아더로 성장해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종문화회관이라는 큰 무대를 노래만으로 꽉 채우는 김준수의 모습은 그가 왜 뮤지컬계 ‘흥행 보증수표’인지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압도적인 스케일과 배우들의 열연이 빛나는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오는 8월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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