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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살인의 추억’ 주역 뭉친 ‘나랏말싸미’, 조철현 감독의 인생 역작…“이전까지 그려지지 않았던 세종의 다른 모습 그려낼까” (종합)

  • 이창규 기자
  • 승인 2019.06.26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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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영화 ‘살인의 추억’의 주역들이 조철현 감독의 데뷔작 ‘나랏말싸미’를 위해 16년 만에 다시 뭉쳤다.

지난 25일 오전 11시 서울시 동대문구 동대문 메가박스서 영화 ‘나랏말싸미’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제작보고회에는 송강호, 박해일, 전미선, 조철현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진행은 박경림이 맡았다.

‘나랏말싸미’는 모든 것을 걸고 한글을 만든 세종과 불굴의 신념으로 함께한 사람들, 역사가 담지 못한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송강호가 가장 높은 곳의 임금 세종 역을, 박해일이 가장 낮은 곳의 스님 신미 역, 전미선이 세종의 현명한 배우자 소헌왕후 역을 맡았다. ‘사도’로 춘사영화상 각본상을 수상한 조철현 감독의 첫 연출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무려 30년 만에 연출 입봉작을 내놓게 된 조철현 감독은 제목의 의미에 대해 “제가 단도직입적인 것을 좋아한다”며 “원래는 ‘훈민정음’으로 정하려고 했다. 그러다 한글로 제목을 지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서 변경했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박해일-조철현 감독-전미선-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박해일-조철현 감독-전미선-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이어서 그는 “평상시에 사극을 만드는 데에 자주 참여하면서 우리 5,000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성취는 팔만대장경과 훈민정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15년 정도 작품을 기획했다”며 “얼마 전에 신미 스님이라는 인물이 이 두 가지 성취의 연결고리라는 걸 알게 됐다. 위대한 업적이라고 평가받는 훈민정음이 왜 비밀리에 진행된 프로젝트였을까 그 비밀이 궁금했고, 그걸 알게 된 후 그걸 토대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고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사극은 세 편째다. ‘사도’에서 영조를 연기하고 또 다시 왕을, 그것도 위대한 세종대왕을 연기한다는 것이 부담이 됐다”면서도 “그렇지만 이번에 하지 않으면 또 언제 해볼 수 있을까 싶더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세종대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부분이 많지만, 한글을 만드는 과정에서의 인간적인 고뇌, 왕으로서의 외로움과 고통 등을 작품으로 접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며 “그의 신념과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었다”고 덧붙였다.

박해일-전미선-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박해일-전미선-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박해일은 “모두가 알고 있는 세종대왕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위대함 속에 가려져있던 인간적인 고뇌하는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며 “개인적으로는 한글 창제의 과정 안에서 조력자가 스님이었다는 점이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날은 ‘나랏말싸미’의 2차 예고편이 최초공개되는 날이었다. 예고편에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드는 데에 힘을 보탠 인물들과, 이에 반대했던 인물들의 모습이 모두 담겨 있었다.

특히나 박해일이 극중 산스크리트어를 유창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는 이에 대해 “벼락치기가 아니면 쉽지 않은 언어”라며 “만주어보다도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단지 모사하고 흉내내는 게 아니라 감정이 담겨야 하는 장면이었는데, 다행히도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철현 감독은 “곡성 태안사에서 촬영을 했었는데, 길가에서 촬영장까지 2km 정도를 더 이동해야 했었다. 그런데 (박해일이) 산길을 매일 걸어다니더라”며 “실제 스님의 감정을 표현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송강호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공교롭게도 이날 자리했던 주연 배우 3명은 2003년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서 호흡을 맞췄었다. 송강호와 박해일은 2006년 ‘괴물’서 가족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재회하게 된 소감을 묻자 송강호는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는데, 저만 늙은 것 같다”며 웃어보였고, 박해일은 “작품으로 다시 뵙게 되어 기뻤고, 더욱 그윽해진 게 차이점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전미선은 16년만의 재회에 대해 “너무 오랜만에 영화를 해서 그런지 그 때와 느낌이 똑같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의지하게 된 것 같다”며 “예전에 만났던 오빠, 동생 느낌이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조 감독은 “신미 스님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 여러 언어학자와 전문가들을 만나서 자문을 받고 고증에 힘을 썼다. 그리고 조선왕조실록과 한글에 관련된 다양한 서적, 논문, 기록 영상 등을 만나며 연구에 힘을 썼다”고 작품의 준비 과정에 대해 전했다.

이어 “‘뿌리 깊은 나무’를 포함해 지난 15년 간 출간된 책들을 보고, 한글 세미나에도 참석하고 전국의 사찰들을 성지순례하듯 돌면서 세종과 선미 스님의 인연을 느껴보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박해일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박해일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조철현 감독은 “사실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 중 하나는 바로 돌아가신 제 어머님”이라며 “어머니 평생의 한이 글자를 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감정을 어느 정도 추스른 뒤 그는 배우들의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무릎 위에 올려둔 종이 위의 메모들이 그의 열정을 대변하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감상 포인트에 대해 전미선은 “한글이 백성들을 위한 글자 아니었나. 저도 이 시대를 살면서 잊고 지나가지 않았나 생각 들더라. 영화를 보시고 우리 글자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전미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전미선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박해일은 “요즘 스마트한 시대에 디지털한 사회에서 물과 공기처럼 쓰이는 한글이라는 글자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보시면 흥미로울 것”이라고 말했고, 송강호는 “개인적으로 지하라는 공간을 탈출해 600년의 시간을 거슬러서 위대함을 만나고 왔다”며 “극장을 찾을 관객분들도 그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철현 감독은 “영화를 보시고 나서 영화 속 공간을 가족들과 함께 가보시는 것 추천드린다”며 “개인적으로는 스포일러 없는 영화를 추구하는데, 영화를 본 관객분들이 주변에 내용까지 다 말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혀 영화사상 최초로 감독이 작품을 스포해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나랏말싸미’는 조철현 감독의 혼이 실려 있는 듯한 느낌을 줬다. 배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와 오랜 연구 덕분에 탄탄해진 고증, 그리고 탄탄한 시나리오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나랏말싸미’는 7월 24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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