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이슈종합] '별장 성접대 사건' 김학의 성폭행 의혹 무혐의 종결, 윤중천만 강간치상 적용…검찰 '제 식구 감싸기' 논란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6.04 11:44
  • 댓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명수 기자] 김학의(63)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58) 씨가 검찰의 세 번째 수사 만에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미완의 수사로 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연관된 성폭행 의혹과 2013년과 2014년 검·경 수사 과정에서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수사외압을 했다는 의혹을 두고는 처벌할 근거나 혐의점을 찾을 수 없다고 결론냈다.

4일 '김학의 전 차관 사건'의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김 전 차관과 윤씨를 구속기소하면서 핵심 의혹인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와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의 수사외압 혐의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혐의 종결했다.

특히 검찰은 성폭행 의혹 공범인 윤씨에 대해서만 강간치상 혐의를 적용하고, 김 전 차관에 대해서는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혐의에서 제외해 제 식구 감싸기 수사가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수사단은 윤씨가 피해 여성 A씨를 심리적으로 억압해 3회에 걸쳐 성폭행해 정신적 상해를 가하고 김 전 차관에게 성접대를 하도록 강요했다고 결론냈지만, 김 전 차관은 이러한 정황을 모르고 A씨와 성관계를 맺은 것으로 봐 성폭행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봤다.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직접 폭행·협박하거나 공범의 폭행·협박 사실을 알고서도 성관계를 맺었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 

검찰은 피해 여성 A씨가 김 전 차관에게 폭행·협박 당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김 전 차관의 성폭행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전 차관과 A씨의 성관계가 비정상적인 장소와 방식으로 이뤄진 정황이 제시된 만큼 당사자들의 진술에만 의존해 김 전 차관이 폭행·협박 사실을 몰랐다고 결론 낸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원로 변호사는 "오랜 기간 비정상적으로 성관계를 맺은 피해 여성이 폭행이나 협박을 받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것을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폭행·협박 사실을 알 수밖에 없었던 반대 정황 등을 다수 확보해서라도 혐의를 입증하려 시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1억6천만원대 뇌물수수·성접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5.16
1억6천만원대 뇌물수수·성접대 혐의를 받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19.5.16 / 연합뉴스

김 전 차관은 지난 2013년 3월 13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됐으나, 다음날 한 방송사가 윤씨의 별장에서 고위층 인사들의 성접대가 있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일명 '별장 성접대 사건'으로 알려진 이 사건은 과거 김 전 차관에 대해 경찰이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해 기소 의견을 검찰에 넘겼으나 검찰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었다.

당시 강원도의 한 별장에서 각종 음란비디오와 쇠사슬, 채찍 등이 발견됐고, 성접대에 동원된 여성이 모두 30명이며, 그 중 5명은 대학생으로 밝혀졌다. 이 성접대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이권을 따내기 위해 검찰 고위직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성접대에 연루된 여성들은 폭력과 협박으로 필로폰 등 마약과 최음제를 먹이고 성접대를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에게 마약을 먹인 정황도 있었으나 김 전 차관은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차관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지난 2018년 1월 17일 개혁연대 민생행동 송운학 대표는 "이번 사건은 성 접대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김학의 일당의 집단 강간, 윤간 그리고 수간 사건"이라 강조했다. 광화문시대의 김지윤 리더는 "이번 사건은 집단윤간, 집단수간, 집단강간 사건을 성접대 사건이라고 언론이 호도하고 물타기한 것이다"라며 분노했다.

당시 경찰 조사에 따르면, 동영상을 통해 들어난 사실은 윤중천이 김학의 등과 함께 피해여성을 번갈아 가며 성폭행하고, 기르던 개를 동원해 수간까지 시켰다는 것.

그러나 검찰이 4일 이와 같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종결시킴에 따라 '별장 성접대 사건'과 관련해 과거에도 사건을 무마하려던 검찰과 현재의 검찰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결론만 남게 됐다.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과거 검찰의 무혐의 처분과 관련해 여러 인물이 거론되기도 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와 김학의 전 차관은 경기고 1년 선후배로 사법연수원 한 기수 차이다. 그래서 법무부 장·차관 임명 당시부터 호흡이 잘 맞을 것이라는 검찰 안팎의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점을 들어 당시 김 전 차관 무혐의 처분에 황 전 장관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18년 4월 17일 MBC PD수첩 '별장 성 접대 동영상 사건'에서도 이 사건은 자세히 다뤄진 바 있다.  

PD수첩이 공개한 ‘윤회장 성접대 리스트’에는 김학의(전 법무부 차관), 성○○(전 ○○원 국장), 박○○(일산○○병원 원장), 이○○(○○당 인수위 대변인실), 박○○(○○○건설 대표), 이○○(○○그룹 부회장), 문○○(○○○그룹 회장), 김○○(○○건설 회장), 하○○(○○대 교수), 지○○(○○○피부과 원장), 최○○, 손○○ 등 유력한 인사들이 포함됐다.   

PD수첩 방송에서 피해 여성들은 음료수에 약을 탄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방송에서는 "술을 주는데 입만 살짝 댔는데 이상하게 맛이 갔다", "윤중천이 드링크제와 마이신 같이 생긴 약을 피로회복제라고 주면서 자기도 먹었다. 그냥 나른해지는데 어느 순간 제가 윤중천과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됐다. 그걸 찍어놨더라" 등의 발언이 이어졌다. 

당시 김 전 차관 성폭행 혐의를 무혐의 처분한 당사자로 여러 사람이 거론되기도 했다. 

1. 2008년 BBK 특검에서 다스 수사팀장을 맡아 무혐의를 이끌어낸 박정식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현 서울고등검찰청 검사장)   
2.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당시 윤석열 팀장(현 서울중앙지방검찰정 검사장)에게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조영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현 법무법인 대표변호사)  
3. 2013년 연예인 불법도박사건을 담당했떤 윤재필 부장검사(현 수원지검 안산진청 차장검사)  
4. 2017년 후배 검사를 성추행해 면직된 담당 부장검사 강해운  
5. 박근혜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인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검사장 김수남
6. 2014년 정윤회 문건이 조작된 문서라 결론낸 유상범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현 변호사)
7. 당시 검찰의 수장이었던 김진태 검찰총장(현 변호사)   
8.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2013년 당시 경찰의 김 전 차관에 대한 내사를 방해하고 부당하게 수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단은 혐의를 입증할 단서나 정황을 인정할 만한 사정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대해 수사단은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들이 청와대로부터 질책이나 부당한 요구, 지시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진술한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수사 경찰들을 부당하게 인사조치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당시 인사 담당자들이 부당한 조치가 아니었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관련 자료도 검토해 봤지만, 수사외압과 부당한 인사조치라고 볼 만한 사정을 확인하지 못했다는 설명도 추가했다.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당시 경찰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면서 김 전 차관 등에게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선 설득력 있는 논거가 제시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몇몇 주요 의혹을 규명하는 데에는 실패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른다.

경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송치할 당시 뇌물죄를 적용하지 않은 부분은 사건을 재조사한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당시 검·경이 부실한 수사를 할 수밖에 없었던 주요 원인으로 꼽은 사안이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의혹이 발생한 지 이미 10여년이 지나 관련 단서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수사단이 너무 성급한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민경한 전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는 "김 전 차관의 성폭행 의혹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수사외압 의혹은 이 사건의 가장 중요한 쟁점이었다"면서 "수사단이 좀 더 시간을 갖고 관련 단서나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