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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위 '장자연 리스트' 사건 종결, 84명 조사불구 시효와 증거 한계…조선일보 외압은 인정

  • 김명수 기자
  • 승인 2019.05.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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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기자] 연합뉴스에 따르면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20일 고(故) 장자연 씨 사망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검·경이 부실하게 수사했고, 조선일보가 수사 과정에 외압을 행사한 사실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러나 핵심 의혹인 장씨에 대한 술접대·성상납 강요 등은 공소시효 등의 사유로 수사권고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장씨가 친필로 자신의 피해 사례를 언급한 문건은 대체로 사실에 부합하지만, 가해 남성들을 이름을 목록화했다는 '장자연 리스트' 존재 여부는 실물을 확인할 수 없고,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에서 진상규명이 불가능하다고 봤다.

과거사위는 이날 오후 2시 정부과천청사에서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장자연 사건' 최종심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거사위는 지난 13일 대검찰청 검찰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에서 13개월간의 조사 내용을 담은 '장자연 보고서'를 제출받아 이에 대한 검토 및 논의를 해왔다.

'장자연 사건'은 장씨가 2009년 3월 기업인과 유력 언론사 관계자, 연예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성접대를 했다고 폭로한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다.

당시 수사 결과 장씨가 지목한 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사건이 온전히 규명되지 못한 채 묻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에 조사단이 과거사위 권고에 따라 작년 4월 2일부터 13개월 넘게 이 사건을 새롭게 살펴봤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친필 문건을 통해 주장한 술접대 행위 및 폭행·협박 등의 피해 사례는 대체로 사실에 부합한다고 파악했다.

그러나 피해 사례를 기재한 내용 외에 가해 남성들의 명단이 기재된 이른바 '리스트'가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누가 리스트를 작성했는지, 어떤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기재한 것인지, 리스트에 구체적으로 누가 기재됐는지에 대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장씨가 소속사와의 불합리한 계약에 근거해 술접대 등을 강요받은 여러 정황을 사실로 확인했다.

그와 관련해 당시 검찰이 강요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수사가 미진한 것이고, 부당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속사 대표의 명시적인 협박 행위가 있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과거사위는 초동 수사 과정에서 수첩, 다이어리, 명함 등이 압수수색에서 누락됐고, 통화내역 원본 및 디지털 포렌식 결과 등이 기록에 편철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주요 증거의 확보 및 보존 과정이 소홀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과거사위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조선일보 측이 경찰에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조선일보 측이 당시 수사 기록 등을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는 없어 그 여부를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기획사 대표가 소속 배우지망생 또는 신인 연기자에 대한 지배적인 권력을 폭력적으로 행사했고 이는 신인 연기자가 자신의 생명을 포기할 수밖에 없도록 한 주요 요인"이라고 규정했다.

또한 과거사위는 술접대·성접대 강요 의혹, 장자연 문건 속 '조선일보 방사장' 의혹 등과 관련해 검사의 사건 처리에 여러 문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과거사위는 "술접대 강요가 있었다고 볼 만한 여러 사정이 있었음에도 막연히 장자연 문건의 내용이 모호하고 동료가 직접적인 폭행·협박을 당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기소처분했다"며 "이는 수사미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건에 언급된 '조선일보 방사장'과 관련해서는 "(일정에 적힌) '조선일보 사장 오찬' 스케줄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무관하다는 점에 치중한 채 수사를 종결했다"며 "'방사장'이 누구인지, 장자연이 호소한 피해 사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장씨의 수첩·다이어리·명함 등 주요 증거들이 압수수색에서 누락되고, 장씨 휴대전화 통화 내역 원본 및 디지털포렌식 분석 결과가 기록에서 빠진 점 등도 부실 수사의 근거로 지적됐다.

당시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경찰청장과 경기청장을 찾아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을 조사하지 말라고 압력을 행사한 점도 사실로 확인했다고 과거사위는 밝혔다.

반면 장씨에 대한 술접대·성상납 강요 의혹 중 유일하게 처벌 가능성이 남은 특수강간이나 강간치상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에 즉각 착수할 정도로 충분한 사실과 증거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과거사위는 이 사건을 직접 목격한 것으로 알려진 '핵심 증인' 윤지오씨의 진술이 추정에 근거하고 있어 직접적인 증거로 삼기 어렵다고 봤다. 윤씨 등의 진술만으로는 성범죄의 가해자나 범행 일시, 장소, 방법 등을 알 수 없다는 취지다.

과거사위는 "과거 수사 과정에서 전혀 제기되지 않았던 사항이고 사실인 경우 그 혐의가 매우 중대하다"면서도 "(증언자인) 윤지오 씨 등의 진술만으로는 성폭행이 실제 있었는지와 가해자, 범행 일시, 장소, 방법을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과거사위는 추가 조사가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그간 제기됐던 강요나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난 상태"라며 "수사가 개시되려면 (공소시효가 15년인) 특수강간 또는 강간치상 혐의가 인정돼야 하지만 2인 이상이 공모·합동했는지, 어떤 약물을 사용했는지 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과거사위는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가 이종걸 의원 명예훼손 사건에서 위증한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를 개시해달라고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조사단이 총 84명의 진술을 청취하는 등 광범위한 조사를 벌였지만 통화내역 원본, 디지털포렌식 복구자료 등을 확인할 수 없었고 주요 의혹 관련자들이 면담을 거부해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위원회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성폭행 피해 증거의 사후적 발견에 대비한 기록의 보존 ▲ 디지털 증거의 원본성 확보를 위한 제도 마련 ▲ 압수수색 등 증거확보 및 보존 과정에서 공정성 확보 방안 마련 ▲ 수사기관 종사자의 증거은폐 행위에 대한 법왜곡죄 입법 추진 ▲ 검찰공무원 간의 사건청탁 방지 제도 마련 등을 검찰에 권고했다.

미궁 속으로 사라질 장자연 사건 / 뉴시스
미궁 속으로 사라질 장자연 사건 / 뉴시스

뉴시스에 따르면 장자연 리스트 의혹 사건은 배우 고(故) 장자연씨가 지난 2009년 3월 유력 인사들의 술자리 접대를 강요받은 내용을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이후 장씨가 성 접대 요구, 욕설 및 구타 등을 당해왔다는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가 진행됐다.

당시 리스트에는 재벌 그룹의 총수, 방송사 프로듀서, 언론사 경영진 등의 이름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장씨 소속사 대표 김모씨만이 처벌받았을 뿐 유력 인사들에게는 무혐의 처분이 내려져 진상 은폐 의혹이 제기됐다.

과거사위는 지난해 4월 이 사건을 조사 대상 사건으로 선정했고, 조사단은 먼저 공소시효가 임박한 강제추행 혐의를 집중적으로 검토한 뒤 금융계 인사이자 전직 기자인 A씨에 대한 재수사 권고를 보고했다. 과거사위의 권고 이후 수사가 이뤄져 A씨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조사단은 또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 윤지오씨 등 84명의 사건 관련자들을 불러 진술을 듣고, 관련 기록을 검토하는 등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조사단 내부에서도 진술의 신빙성, 수사 가능성 등을 두고 이견이 생겨 격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사단은 지난 13일 과거사위에 조사 내용을 최종 보고했고, 과거사위의 보완 요구를 받아 이날 추가된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과거사위는 해당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성범죄에 대해서는 재수사권고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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