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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부친은 징병된 제국주의 일본군…중국인 포로 참수 목격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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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명수 기자)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0)가 자신의 부친이 제국주의 시절 징병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을 처음 공개하며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는 10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이날 발매된 월간지 '문예춘추' 6월호는 '고양이를 버린다-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말하는 이야기'라는 제목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를 게재했다고 보도했다.

29페이지 분량의 이 글과 함께 작가가 유년기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실렸다.

에세이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부친이 1938년 20세에 징병돼 중국에 배치됐다며 어릴 적 부친으로부터 자신이 소속됐던 부대가 중국에서 포로를 참수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도(軍刀·군인의 칼)로 사람의 목이 떨어져 나가는 잔인한 광경은 말할 것도 없이 어린 내 마음에 강렬하게 낙인으로 찍혔다"고 썼다.

그는 그러면서 "아무리 불쾌한, (그래서)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것이 있더라도 사람은 이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며 "만약 그렇지(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역사라는 것의 의미는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적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9)가 2018년 11월 모교인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9)가 2018년 11월 모교인 와세다(早稻田)대학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교도=연합뉴스 자료사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에세이를 어릴 적 부친과 함께 고양이를 버렸던 에피소드로 시작했다. 이는 에세이의 제목에도 반영돼 있다.

그는 소학교(초등학교) 학생 시절 아버지와 함께 고양이를 버리고 왔는데, 집에 돌아오자 고양이가 왜인지 집에 와있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고양이는 버리려 해도 어느새 자신의 주변에 돌아와 있는 존재로 묘사된 것으로, 작가가 직접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 일제가 저지른 과오를 지칭하는 은유로 해석된다.

'과거사의 잘못과 마주 봐야 한다'는 것은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역사관이기도 하다. 그는 2017년 발표한 '기사단장 죽이기'에서도 난징(南京)대학살 당시 일본의 만행을 인정하는 내용을 넣었다.

주인공과 다른 등장인물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난징대학살에 대해 "일본군이 항복한 병사와 시민 10만~40만명을 죽였다"는 표현이 나온다. 그는 이와 관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일본 극우들의 공격을 받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난 2월 프랑스에서 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바른 역사를 전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살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자기 나라에 좋은 것만을 역사로 젊은 세대에 전하려는 세력에는 맞서야 한다"고 웅변하기도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의 마지막 부분에 "우리들은 광대한 대지를 향해 떨어지는 수많은 물방울 중 이름 모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한 방울의 빗물 나름의 생각이 있다. 한 방울 빗물의 역사가 있어서, 그것을(역사를) 이어 나가야 한다는 한 방울 빗물의 책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는 아버지와 관련해서는 "관계가 굴절돼 20년 이상 얼굴을 보지 않았다가 2008년 돌아가시기 조금 전에 '화해 같은 것'을 했다"며 부친의 죽음 뒤 5년에 걸쳐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조금씩 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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