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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일’ 설경구, “영화가 끝난 후 손 한번 잡아줬으면”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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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하연 기자) 설경구가 ‘생일’을 통해 우리 주변 ‘이웃’들의 손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한 카페에서 톱스타뉴스와 만나 영화 ‘생일’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영화 ‘생일’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설경구 분)과 ‘순남’(전도연 분)의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 그리고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설경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가족의 곁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아버지 ‘정일’ 역을 맡았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모두에게 아픔으로 남아 있는 세월호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인만큼 설경구도 선뜻 출연한다고 하기에는 어려웠고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영화에 대해 생각한 설경구는 스케줄을 조정해서 영화에 참여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스케줄 때문에 못하겠다고 말하기 편한 조건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는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되게 보편적인 이야기였다. 남겨진 유가족의 이야기가 주 배경이지만 나 그리고 우리가 다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이번 작품은 설경구와 전도연의 만남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 2001년 개봉한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호흡을 맞췄던 두 사람은 18년 만에 ‘생일’로 재회했다.

앞서 설경구보다 먼저 인터뷰를 통해 톱스타뉴스와 만났던 전도연은 설경구와의 재회에 “존재만으로 든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설경구는 “제가 감독님이 책을 줬을 때 제일 먼저 도연이한테 이 책 줬냐고 물어봤다. 딱 집어서 전도연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제작사 측에서 도연이한테 못하겠다고 연락을 받았대서 ‘아..’ 했다. 제가 출연한다고 했을 때도 한 번 더 고사했다더라. 그런데 제작사 대표님이 도연이가 ‘자꾸 어떻게 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서 건들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길래 빨리 잡으러 가라고 했다”며 “며칠 안돼서 출연한다고 연락이 왔는데 뭔가 큰 게 해결된 듯한 느낌이었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전도연은 설경구와 18년 만에 만났지만 웃음이 날 정도로 바뀐 게 없어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이는 설경구도 마찬가지였다. 30대에서 50대로 앞자리가 두 번이나 바뀔 만큼 긴 시간이지만 두 사람 사이에 달라진 것은 없었다. 

설경구는 전도연에 대해 “18년 전이랑 똑같다. 나이도 안 먹은 것 같고 외모도 똑같다”면서 “그런데 도사 느낌이 있다. 툭툭 던지는 포인트가 재미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생일’ 모임에 참여하기로한 설경구는 유튜브를 통해 실제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을 찾아봤다. 유가족을 직접 만날 용기는 없기는 없어서 비겁하게 영상의 힘을 빌렸다고 말한 설경구는 그 안에서 ‘정일’을 만났다고 한다. 

“유튜브에 실제 생일 모임이 올라와 있더라. 그때 아버지들의 얼굴을 찾아봤는데 안 무너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어머니들도 버티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아버지들은 정말 무너지지 않으려고 한다. 어머니들이 우는데 아버지들은 눈이 빨개지는데도 끝까지 참더라.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상을 통해 만난 유가족분들의 모습이 떠올랐던 걸까. 설경구는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며 멋쩍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 영화를 대하는 설경구의 진심이 느껴진 순간이다. 

‘생일’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내보낸 유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들을 위로하는 친구들은 물론 유가족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는 이웃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극 중 유가족들은 그들에게 큰소리를 내거나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설경구는 이런 점들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생일’에는 프레임이 없다. 평범했던, 지금도 평범한 이웃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휘둘리고 싶지 않은 영화다. 나, 우리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마음을 좀 살펴봐주고 얘기 좀 들어봐줬으면. ‘정일’이 ‘순남’을 설득한 것처럼 보는 분들도 순남을 같이 설득해주고 손잡고 일으켜줬으면 좋겠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극 중 설경구가 맡은 ‘정일’은 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 4월 가족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인물이다.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는 ‘정일’은 가족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항상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정일’은 슬퍼도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고 감정을 꾹 누른다.

설경구는 ‘정일’의 입장에서 가족들에게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이제 와서 어딜?’이란 생각을 들게 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이혼 서류를 꺼내서 내미는 ‘순남’이한테 그런 슬픈 감정을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예솔’이를 만난 순간부터 터졌어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염치가 없었다. ‘이제 와서 어딜?’이란 생각에 용납이 안 돼서 참아야 했다. 가슴과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따로 놀았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사건의 당사자이자 관찰자 입장에서 감정을 억누른 설경구는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공항 신을 꼽았다. 또한 면접 장면에서는 마음이 아팠다고.

“공항 신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고 (감정을) 꾸역꾸역 누르다 삐져나왔다. 컷하고서 눈물이 쏟아져서 너무 힘들었다. ‘정일’이는 뭘 물어보면 말을 못 한다. 수호의 어린 시절을 물어볼 때도 눈을 되게 깜빡거리는데 그게 눈물을 참는 거다. 쳐다보면 터질 것 같으니까. 면접신도 마음이 아팠다. ‘왜 해외에 몇년동안 계셨어요?’ 하는데 말을 못하겠는 거다. ‘이 사람도 너무 아픈 사람이구나’ 느꼈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하지만 그에게 잔향이 가장 많이 남은 신은 바로 이웃들의 대화 장면이었다. 

“‘순남’이 울 때 이웃집 딸이 ‘언제까지 울어줘야돼?’하고 아빠가 나가면서 ‘데려다줄게’라고 하는데 그게 마음이 아팠다. 또 마트에서 엄마들이 보상금 얘기를 하는 것도 끔찍한 이야기인데 이해도 됐다. 그게 우리 영화가 가진 것 같다. 일방 통행만 하는 게 아니라 그런 모습들까지 다 담아줄 수 있는 영화다. 오히려 거기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이웃들에게) 막 뭐라고 하면 싫어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세월호라는 소재를 담은 만큼 두려움과 어떠한 편견으로 인해 영화를 쉽게 보지 못하는 대중들도 있을 터. 

그런 대중들에게 ‘생일’이란 영화를 어떻게 표현하고 싶냐고 묻자 설경구는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을 언급했다.

“시사회 리뷰를 보면 나, 우리의 이야기 같다는 말도 있고 좋은 리뷰를 많이 써주시더라. 생일 모임에 초대 받아서 손 잡아주는 영화 같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공감해주는 거다. 일방적으로 이 사람(주인공 가족)의 이야기만 들으라는 게 아니라 주변 이야기도 나온다. 그냥 다 듣고 일어났을 때 손 한 번 잡아줬으면 좋겠다. 특별한 분들이 아니라 그냥 이웃이니까”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2019년 상반기 영화 ‘우상’과 ‘생일’ 두 편으로 스크린을 찾은 설경구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으로 호흡을 맞췄던 변성현 감독의 신작 ‘킹메이커’ 촬영에 돌입한다. 

인터뷰 당시 아직 본인은 촬영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힌 설경구는 “성현이도 그렇고 다들 나를 조심하지도 않고 너무 막대한다. 편해서 그런 것 같다”면서도 ‘킹메이커’에 대한 애정과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영화 ‘생일’은 지난 3일 개봉해 현재 전국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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