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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알고 싶다(그알)’ 조두순으로 인해 생긴 ‘조두순 법’, 그 내용은?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9.04.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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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앞으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받은 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보호 관찰관의 1대1 감시를 받게 된다.

법무부는 16일부터 이런 내용을 담은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이른바 조두순법)을 시행했다.

조두순법에 따라 미성년자를 성폭행해 전자발찌를 착용한 범죄자는 주거지역이 제한되며 특정인에 대한 접근이 금지된다.

재범 위험성이 높은 성범죄자는 보호 관찰관이 1대1로 붙어 집중 관리한다. 보호관찰관을 지정할지는 재범 위험성, 범죄 전력, 정신병력 등을 따져 법무부 '전담 보호관찰 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

법무부는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 3천65명 중 우선 5명을 재범 고위험 대상자로 보고 1대1 전담 보호관찰관 지정 여부를 심의하기로 했다.

보호 관찰관은 재범 고위험자의 이동 경로를 24시간 추적하고, 아동 접촉을 시도하는지 등 행동관찰도 한다. 관찰 대상자가 음란물을 지니지 않도록 관리하고, 심리치료도 돕게 된다.

관찰 대상자로 지정되면 최소 6개월간 보호관찰을 받아야 한다. 이후 심의위가 심사를 통해 해제 여부를 결정한다.

지난 2009년 11월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두순에 대해 조명했다. 739회 ‘그알’ 방송 당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전자발찌(위치추적 전자장치)를 절단하고 외국으로 도주한 50대 성범죄 전과자가 지난 1월 9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고 있다. / 연합뉴스

분노... 유기징역 12년형


지난 2008년 12월 11일 아침, 한 남자가 등교하는 8살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아이에게 마구 폭행을 가했다. 성폭행으로 인해 조그마한 8살 아이는 항문은 물론 대장까지 잃었다. 이 끔찍한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바로 올해 57세의 조두순. 검찰은 아동성폭행범 조두순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유기징역 1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조두순은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인정되어 감형을 받았다. 조두순 사건과 그의 형량이 세상에 알려지자 온 국민은 분노했다. 정말 술은 죄를 용서하는가? 

조두순을 추적하다- 그는 정말 술 때문에 죄를 지었나?
우리는 피해 아이의 아빠를 만났다. 아이의 아빠 김우진(가명)씨는 법원에서 처음 선고를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고 한다. 재판 내내 한 번도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에 아빠의 좌절감은 더 컸다. 조두순은 체포되어 경찰에서 조사를 받는 내내 자신의 범죄를 부인했다. 재판과정에서도 술을 핑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정말 술을 마셔 정신이 없는 상태였을까? 사실, 그는 전과 18범의 기록을 갖고 있다. 그 전과에는 강간치상, 상해치사 등의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그 사건들을 통해 ‘술 때문에’라는 그의 말이 납득할 수 있는 것인지 추적해 본다. 

술은 최고의 변호사... “술을 먹인다?”
술로 인해 죄인이 형량 감경을 받는 일은 비단 조두순 사건만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 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다룬 성폭력 범죄 판결문을 분석한 이경환 변호사에 따르면 술로 인한 21건의 성폭력사건 중, 놀랍게도 20건의 사건에서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라는 핑계가 받아들여져 감형이 이뤄졌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용철 교수는 조두순 사건만의 문제가 아니라 법원이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감경을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법조인들 사이에는 ‘술을 먹인다’라는 은어가 있다. 어렵게 변호하기보다 피고인을 음주자로 만들어 쉽게 감형을 얻어낼 때 쓰는 말이다. 재판에서 술은 최고의 변호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술이 죄지 사람은 죄가 아니다? - 술 권하는 사회, 술 봐주는 사회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윤성 소장은 법이 술에 관대한 이유는 단 하나, 사회가 술에 관대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 시내 한 복판의 한 지구대, 밤이 되면 지구대의 주요 업무는 주취자 처리이다. 술에 취해 택시비를 내지 않는 승객부터, 술에 취해 기물을 파손하고 싸우는 사람까지 술 때문에 벌어지는 모든 일이 지구대로 신고 된다. 술 취해 난동을 부리는 사람들에게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술이 깨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술이 죄지 사람이 죄는 아니다’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현장이다. 우리 사회는 왜, 언제부터 술에 관대해진 것일까? 

대한민국에서의 음주, 그 만취의 매커니즘
‘술의 사회학’을 쓴 인태정 교수는 한국의 음주는 사회문화적으로 ‘절제의 메커니즘’보다는 ‘만취의 메커니즘’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태원 거리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만취할 때 까지는 마시는 한국인들을 보고 놀랐다는 얘기를 전해주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 1898년 한국을 방문하고 여행기를 쓴 영국인 비숍여사는 ‘한국에서는 어떤 사람이 이성을 잃을 정도로 곡주를 마신다 하더라도 누구도 그를 짐승처럼 여기지 않는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음주만취의 전통은 오랜 기간 그것이 관행이 되어 술자리의 웬만한 실수나 주정은 다 이해하고 덮어두는 경향을 만들어 냈다. 우리는 음주만취의 메커니즘 때문에 술로 인한 실수를 쉽게 눈감아주는 공범자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술 때문에...’- 누구를, 무엇을 위한 관용인가?
가장 엄정해야 할 재판정에서도 정확한 확인 없이 기계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술때문에’라는 핑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정승윤 교수는 기준 없고, 관행적인 음주감경으로 인해 우리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해자가 되었을 때 억울한 만큼 법의 판단과 심판을 기대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만취를 서로 권장하고, 취중실수를 용서하는 그 관대함이 우리에게 더 큰 상처로 되돌아올 수 있다. 술에 관대한 문화는 이대로 방치해도 문제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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