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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②] 설경구, “‘생일’은 휘둘리고 싶지 않은 영화…얘기를 들어줬으면”

  • 김하연 기자
  • 승인 2019.04.08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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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기자] 설경구가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 ‘생일’로 돌아왔다. 

아직은 차가운 바람이 불던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생일’에 출연한 배우 설경구를 만났다.

영화 ‘생일’은 세상을 먼저 떠난 아들 ‘수호’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정일’(설경구 분)과 ‘순남’(전도연 분)의 가족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설경구는 아들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가족의 곁을 지키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아버지 ‘정일’ 역을 맡았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영화는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겪은 유가족 그리고 남겨진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모두에게 아픔으로 남아 있는 세월호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인만큼 설경구도 선뜻 출연한다고 하기에는 어려웠고 잠시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일주일 정도 영화에 대해 생각한 설경구는 스케줄을 조정해서 영화에 참여할 만큼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스케줄 때문에 못하겠다고 말하기 편한 조건이었는데 시나리오를 보고 나서는 그렇게 고민을 많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되게 보편적인 이야기였다. 남겨진 유가족의 이야기가 주 배경이지만 나 그리고 우리가 다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생일’ 모임에 참여하기로한 설경구는 유튜브를 통해 실제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을 찾아봤다. 유가족을 직접 만날 용기는 없기는 없어서 비겁하게 영상의 힘을 빌렸다고 말한 설경구는 그 안에서 ‘정일’을 만났다고 한다. 

“유튜브에 실제 생일 모임이 올라와 있더라. 그때 아버지들의 얼굴을 찾아봤는데 안 무너지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물론 어머니들도 버티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봤다. 그런데 아버지들은 정말 무너지지 않으려고 한다. 어머니들이 우는데 아버지들은 눈이 빨개지는데도 끝까지 참더라. 그게 더 마음이 아팠다” 

영상을 통해 만난 유가족분들의 모습이 떠올랐던 걸까. 설경구는 인터뷰를 하던 중 눈물을 흘리며 멋쩍은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이 영화를 대하는 설경구의 진심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생일’은 갑작스럽게 가족을 떠내보낸 유가족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들을 위로하는 친구들은 물론 유가족에게 가시 돋친 말을 하는 이웃도 등장한다.

그렇다고 극 중 유가족들은 그들에게 큰소리를 내거나 원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설경구는 이런 점들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생일’에는 프레임이 없다. 평범했던, 지금도 평범한 이웃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가 확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휘둘리고 싶지 않은 영화다. 나, 우리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마음을 좀 살펴봐주고 얘기 좀 들어봐줬으면. ‘정일’이 ‘순남’을 설득한 것처럼 보는 분들도 순남을 같이 설득해주고 손잡고 일으켜줬으면 좋겠다”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설경구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극 중 설경구가 맡은 ‘정일’은 사고가 일어났던 2014년 4월 가족들 곁에 있어주지 못한 인물이다. 힘들 때 옆에서 힘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이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는 ‘정일’은 가족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항상 한 발자국 떨어져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인다. 그렇게 ‘정일’은 슬퍼도 마음껏 슬퍼하지 못하고 감정을 꾹 누른다.

설경구는 ‘정일’의 입장에서 가족들에게 슬픈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이제 와서 어딜?’이란 생각을 들게 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이혼 서류를 꺼내서 내미는 ‘순남’이한테 그런 슬픈 감정을 보이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러면 ‘예솔’이를 만난 순간부터 터졌어야 했는데 그것마저도 염치가 없었다. ‘이제 와서 어딜?’이란 생각에 용납이 안 돼서 참아야 했다. 가슴과 머리가 이상할 정도로 따로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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