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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리뷰] ‘모스트 바이어런트’ 총과 액션이 없는 느와르 작품을 그렸다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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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채희지 기자) 보통의 느와르 장르라면 총과 액션 사기가 기본적이 요소로 쓰인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다르다.

인간의 조용한 욕망을 담아냈으며 관객들에게 도덕과 부패에서 어디까지 타협 할 수 있나를 묻고 있다.

(이 리뷰는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1년 뉴욕은 재정 부족으로 거품이 빠지면서, 범죄가 늘고 정치는 부패하고 있었다. 일명 화이트 플라이트(White Flight : 도심의 안전을 염려한 백인 중산층의 교외 이주) 현상이 정점이 이르렀고, 이민자들이 기회를 찾아 밀려들어오면서 정치, 마피아, 업계 사이의 규칙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에게 한 단계 상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아벨 역시 이 시기에 아메리칸 드림을 꾸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사업확장을 위해 커다란 부지를 사들인 직후, 검찰에 기소를 당한 아벨은 은행에 잔금 150만 달러 대출을 받아야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뛰어 내리기 무서울 때 바로 그때가 뛰어내릴 때죠. 아니면 같은 곳에서 평생 썩든가. 그렇겐 못 합니다.”

무엇이든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신 감과 강한 야망의 소유자 아벨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가장 위험한 시도를 하는 순간이지만, 그럴 때 가장 큰 보상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보다 빨리 성공에 도달하기 위해서 스스로 큰 위험을 자초한다. 다만 그 길에서 한가지 걸림돌이 있다면, 바로 스스로 주문처럼 말하던 ‘정당한 사업’이라는 신념이다.

무엇도 그를 막지 못하고, 모두를 설득해가며 돌진해가는 아벨에게 관객 역시 빠져들던 찰나, 대부의 알 파치노가 겹쳐지는 순간이 온다.

대부의 시작인 돈 코르네오네는 시실리아에서 미국으로 이민해 자수성가한 마피아 두목으로, 곤란에 처한 사람들의 어려움을 대가 없이 해결해주며 하나의 ‘패밀리’를 이루어 그들에게 ‘대부’라 불린다.

덕망 있는 한 도시의 어른이지만, 결국은 폭력과 부정을 토대로 이루어온 길이다. 아벨 역시 회사 직원들 을 가깝게 대하고 진심으로 걱정도 하면서, 자기들만의 ‘패밀리’를 이루어가려는 욕망이 엿보인다.

하지만 그가 선택한 길은 그가 그토록 발을 들이고 싶지 않았던 부정부패의 세계이다. <대부>에서 돈 코르네오네가 사망하자 그의 자리를 이어 받는 사람이 가장 다른 길을 걸어왔던 마이클 코르네오네 
(알 파치노)라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내몰린다면, 결국 할 수 있는 선택이란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그 업계에서 최고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아벨은 공감능력을 잃어가며 부를 얻는 지름길에 점차 의존하게 된다.

모스트 바이어런트에서 매력은 그럼에도 누구든 최고가 되고 싶은 욕망을 ‘아벨’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정확하게 자극하고 묘한 쾌감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범죄와 마피아를 가로지르지만 정통은 깨부수고, 무섭도록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인 긴장감이 터져 나오는 장르적 카타르시스는 완벽하게 소화한 새로운 범죄 느와르의 탄생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엔 캐릭터뿐 아니라 연기까지 알 파치노에 비견될 만큼 뛰어난 역량을 보인 오스카 아이삭이라는 존재를 빠트릴 수 없을 것이다.

주인공의 이름은 아벨 모랄레스(Abel Morales)로, 인류 최초의 살인으로 알려져 있는 ‘카인과 아벨’이 떠오른다. ‘모랄레스’에서는 그가 라틴 아메리카 출신이라는 것도 읽을 수 있지만, ‘Moral+less’의 은유적 표현 같기도 하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벨’과 ‘카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감독은 보통 사람들에게도 찾아오는 선택의 순간을 조명했다. 그 선택이란 흑백논리처럼 단순하게 옳고 그름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이 영화에서 살고 있는 많은 인물들 역시 그러한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먼저 안나 모랄레스는 담배를 피우며 화장을 하는 전형적인 팜므파탈 캐릭터로 시작하지만, 남편 아벨을 지지해주면서도 그에게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하며, 점차 타락한 인물이라는 게 드러난다.

모랄레스 부부의 오른팔이자 변호사인 알버트는 아벨에게 굉장히 충실한 사람 같으나 결국 그에게 완전히 솔직하지는 않았던 보통의 사업가였음이 드러난다.

안나의 오빠 피터 또한 젠틀한 태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이후 아벨이 “매형이 본색을 드러내더군”라는 대사에서 그의 어두운 사업 방식을 짐작할 수 있다.

선한 사람도 그렇다고 악한 사람이라고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모여 이룬 이 범죄시대에서 홀로 깨끗하고 정당한 방법을 고집했던 아벨은 그렇다면 어떠한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혼자만의 노력으로 성공을 이룬 신화를 믿고, 그에 따른 확신도 있지만 사실은 마피아였던 장인어른의 사업의 기반이 있었기 에 남들과는 다른 시작 선에 설 수 있었다는 걸 자신도 간과하고 있다.

아벨은 이후 “전 가장 옳은 길만 선택하며 살아왔습니다. 결과엔 의심을 품어본 적이 없죠. 어떤 길을 택하느냐 고민했을 뿐이지, 언제나 가장 옳은 길이 하나 있습니다. 지금은 이게 그 길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옳은 길”의 끝이 ‘옳은 결과’일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아벨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다만,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는 윤리적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가족, 회사 구성원들의 가족, 그리고 나의 명예 등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그의 선택은 뜻대로 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은 감독의 설명처럼 “그에게 장난이 아닌 생사가 걸린 일이고, 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희생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 만들어낸 신화의 일부이다.

일반적인 이민자 스토리와 달리 자수성가라는 건 없단 걸 보여주고 싶었던 감독은 선악의 경계가 없는 인물들을 통해 절대 정의와 타협할 수 없는 세상에서 사람이란 어떻게 물들어가고 적응해가는지를 치밀하고도 맹렬하게 추적해냈다.

네이버영화 제공
네이버영화 제공

 

‘미스터 할리우드’라 부를 만큼 아메리칸 지골로(1985)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무려 225개 영화의 의상을 담당한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이번에는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인 오스카 아이삭과 제시카 차스테인 주연의 모스트 바이어런트에 참여했다.

영화 속 아르마니의 여성복을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이다.

극 중 배경인 1981년 뉴욕은 아르마니라는 브랜드가 성공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패션이 확고한 부와 권위를 나타내던 시대로, 아르마니 자체가 제시카 차스테인의 ‘안나’라는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할 만큼 성공을 향한 야망으로 가득 찬 그녀의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나는 매개체이다.

조르지오 아르마 니는 영화 속 의상을 구상할 때 맨 처음 캐릭터가 실제 삶에선 어떤 모습일지 상상한 후 역할을 맡은 배우를 모델로 작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마피아의 딸이자 성공한 사업가의 아내인 ‘안나 모렐라스’는 성공과 권력에 대한 욕망이 뜨겁고 거대한 저택과 명품으로 치장한 모습으로 자신이 성취한 것을 표현하려 한다. “안나의 의상은 그녀의 갑옷”이라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설명처럼 ‘안나’는 어깨가 한껏 강조된 파워숄더와 여성성을 드러내는 깊은 파임, 몸에 딱 맞도록 제작되었다.

아르마니의 관능적인 라인으로 영화의 무게감과 세련미를 더한 모스트 바이어런트에서 극중 젊고 유능한 사업가 ‘아벨 모랄레스’ 역을 맡은 오스카 아이삭의 의상 역시 눈에 띈다.

의상감독 카시아 월릭카 메이몬은 문라이즈 킹덤, 머니 볼, 폭스캐쳐 등 단순히 캐릭터에만 국한되지 않고 당시 대상과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80년대를 대표하는 카멜 색의 코트를 비롯,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고객으로 있는 마틴 그린필드와 함께 현존하지 않는 재단으로 제작한 수트 등, 80년대의 의상을 구현해냈다.

느와르 영화 ‘모스트 바이어런트’는 2015년에 개봉해 누적관객수 10,175 명 (2019.03.26,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을 기록, 관람객 7.90 기자·평론가 평점 7,13, 네티즌 평점 7.86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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