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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영화 ‘생일’, 설경구-전도연이 전하는 세월호 유가족의 삶 그리고 ‘우리 이야기’

  • 김하연 기자
  • 승인 2019.03.2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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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기자] ※ 이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이런 작품이 나와서 참 다행이다”…영화 ‘생일’을 보고 머릿속에 떠오른 한 마디다.  

2014년 4월 16일, 많은 사람들이 잊을 수 없는 그리고 잊지 못하는 날짜이다. 그날 이후로 어떤 사람들은 가족을, 어떤 사람은 친구를 떠나보냈고 또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조차 먹먹한 감정을 안고 살아간다. ‘생일’은 바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은 영화로 우리를 그때 그 순간으로 데려간다.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영화는 세월호 사고로 아들 ‘수호’(윤찬영 분)를 먼저 떠나보낸 ‘정일’(설경구 분)과 ‘순남’(전도연 분) 가족의 이야기를 그렸다. 세월호라는 주제 때문에 영화를 보기 무섭거나 아직은 힘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한 그간 일어났던 무수한 사건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생일’은 사고의 원인을 밝히자거나 정치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영화가 아니다. 또한 아픔만 담겨 있지도 않다. 영화는 그저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보여주면서도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들은 2014년 4월 16일 이후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돌아보게 한다.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이처럼 ‘생일’은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을 아주 담담하면서도 차분하게 담았다. 더불어 그들의 이웃을 통해 유가족이 아닌 ‘우리들’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다. 

극 중 ‘수호’의 엄마인 ‘순남’은 생계유지를 위해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홀로 딸 ‘예솔’(김보민 분)이를 키워간다.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서명운동을 하는 장면을 봐도 생각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한 번 바라만 볼뿐 무언가 나서는 일이 없다. 또한 다른 유가족들의 모임에도 끼려고 하지 않는다. 

그의 남편 ‘정일’은 ‘수호’가 사고로 떠났던 순간 그 자리를 지키지 못한 인물이다. 그는 오랜 시간 ‘순남’과 딸 예솔 곁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로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짠내를 유발한다. 자신에게 차가운 ‘순남’을 알고 있지만 모른 척 천천히 그의 마음을 열기 위해 노력한다. 어렸을 때 헤어져 자신을 기억하지 못하고 어색해하는 딸 ‘예솔’에게도 마찬가지다. 무작정 “내가 너의 아빠야”라고 다가가는 것이 아니라 한 발자국 뒤에서 바라보고 또 천천히 딸이 원하는 것을 해주려고 노력한다.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그렇게 ‘생일’은 아주 조용하게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하지만 ‘수호’의 생일이 다가오면서 관객들은 그들의 가슴 깊숙하게 남은 상처와 마주하게 된다. ‘순남’은 현관 센서등이 켜지면 ‘수호’가 온 줄 알고 잠에서 깨는가 하면 ‘수호’의 옷을 붙잡고 아파트가 떠나가라 울기도 한다.

또한 어린 ‘예솔’이조차 ‘수호’의 사고 이후 물을 두려워해 욕조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등의 트라우마를 겪고 ‘정일’은 그런 가족들을 보며 괴로워하지만 그들의 버팀목이 되기 위해 슬픈 감정을 억누른다. 이 장면이 바로 영화 초반부터 아주 조용하게 그들의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 설경구와 전도연의 힘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영화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도 고스란히 담겼다. 어떠한 이웃은 ‘수호’를 그리워하며 오열하는 ‘순남’을 안아주고 또 다른 이웃은 그런 울음소리에 피해를 보고 있다며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보상금액을 언급하며 돈을 벌기 위해 투자하라고 제안하는 먼 친척, 보상금을 받고 다른 유가족들과 연락을 끊은 또 다른 유가족의 모습 등 남겨진 이들이 겪었던 것들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놨다.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극 후반 등장하는 ‘수호’의 생일 모임은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장면이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그대로 드러난다.

아픔이 가시기도 전에 어김없이 돌아온 ‘수호’의 생일, ‘정일’과 ‘순남’은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아들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과 모임을 가진다.

생일 잔치에 모인 사람들은 ‘수호’의 사진을 보거나 ‘수호’와 쌓았던 추억을 공유하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수호의 생일을 축하한다. 그렇게 그들은 웃고 또 울면서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고 아픈 마음을 채워간다.  

여기서 배우, 감독, 제작진은 섣부른 해석과 왜곡 없이 한 발자국 물러서서 깊은 감정의 폭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했다. 3대의 카메라를 통해 수십 명의 배우가 한 번에 무려 30여 분의 롱테이크 촬영을 진행한 것.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영화 ‘생일’ 스틸컷 / NEW

이종언 감독은 그날의 참사 이후 2015년 여름부터 안산을 찾아 유가족 곁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보고 듣고 느낀 경험을 차분하고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냈다. 진심을 오롯이 담아내기 위해 유가족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바탕으로 플롯을 작성하고 트리트먼트를 거듭하며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

그 결과 남겨진 사람들의 ‘아픔’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는 어떤 위로를 건넬 수 있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생일’이 탄생했다. 

영화 ‘생일’ 포스터 / NEW
영화 ‘생일’ 포스터 / NEW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일’과 ‘순남’ 그 자체였던 설경구와 전도연이 있다. 두 배우는 디테일한 감정 표현과 압도적인 연기력으로 극의 완성도를 한껏 높였다. 

두 사람의 열연에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마를 틈이 없었다. 이 기사를 쓰는 지금도 ‘생일’의 한 장면, 장면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니까. 다시 한번 생각한다. 

“이런 영화가 나와서 다행이다. 그리고 전도연과 설경구가 순남과 정일을 연기해줘서 참 고맙다” 

오는 4월 3일, 잊지 않는 것만으로도 남겨진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영화 ‘생일’이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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