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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리틀 드러머 걸’, 박찬욱 감독의 손길로 재탄생한 드라마…“‘깐느박’의 새로운 도전” (종합)

  • 이창규 기자
  • 승인 2019.03.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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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규 기자] ‘리틀 드러머 걸’ 박찬욱 감독이 사상 처음으로 연출한 드라마를 국내에 정식으로 공개한다.

‘감독판’이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만큼 그의 색채가 진하게 묻어나와 눈길을 끈다.

20일 오후 3시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리틀 드러머 걸 : 감독판’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언론시사회에는 박찬욱 감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박찬욱 감독 / 왓챠 제공
박찬욱 감독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은 스파이 소설의 거장 존 르 카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1979년 이스라엘 비밀 작전에 연루된 배우 찰리(플로렌스 휴 분)와 그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2018년 영국 BBC와 미국 AMC서 공개돼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박찬욱 감독은 “방송인 박찬욱”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기자간담회 시간을 활짝 열어젖혔다. 그의 한 마디는 모두를 웃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이어서 “모든 에피소드가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공개된 후에) 나머지 네 편도 찾아서 봐주시길 바란다”고 소감을 전했다.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지난해 방영된 일반판과 감독판의 차이점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어떤 분들은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실 수도 있다. 하지만 꼼꼼히 집중해서 보신다면, 같은 장면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편집 자체가 다른 부분이 있고, 같은 장면이라도 테이크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제가 좋아하는 연기와 방송국이 원하는 연기가 상충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BBC는 폭력묘사에, AMC는 노출과 욕설에 엄격했다. 제 입장에서는 다 못하는 장면이었다”고 밝혀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박찬욱 감독은 “물론 다 알고 찍었기 때문에 그렇게 자극적인 장면은 없었지만, 찍다 보면 언뜻 보이는 부분이 있다. 의도하지 않았던 부분들은 그대로 두고 싶었지만 억지로 들어내야 했다”면서 “감독판에서는 그런 문제에서 자유로웠다”고 언급했다.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이전에 ‘공동경비구역 JSA’, ‘올드보이’, ‘박쥐’, 최근의 ‘아가씨’까지 그의 필모는 대체로 원작을 각색한 경우가 많았다. 존 르 카레의 원작 소설을 옮기는 데에 그가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뭘까.

박찬욱 감독은 “이 작품이 첩보 스릴러이면서 동시에 로맨스라는 부분이 제일 좋았다”며 “각색을 할 때 저를 매료시켰던 특징이 사라지지 않도록, 그 요소가 다른 것에 압도되어 희석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총격전 같은 흔한 첩보 스릴러의 자극적인 요소에 묻혀버리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그렇다면 이 작품을 드라마로 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드라마를 하고 싶어서 작품을 고른 게 아니라, ‘리틀 드러머 걸’을 하고 싶어서 드라마라는 형식을 취하게 된 것”이라면서 “원작 소설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굉장히 두껍고 내용이 방대하다. 그걸 영화로 옮기려면 엄청난 분량을 쳐내야 하고 인물들도 삭제해야 한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영화로 낼까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럴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또한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작품이지만, 이것도 많이 줄인 것”이라며 “원작을 그대로 다루려면 10회에서 20회는 다뤄야 한다. 분량 때문에 원작을 훼손하고 싶지 않아서 드라마를 택했다”고 확고한 의지를 전했다.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그렇다면 감독판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이 있을까. 이에 대해 그는 “작중 커츠(마이클 섀넌 분)가 칼릴(샤리프 가타스 분)의 형제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말하는 부분을 제일 좋아하는데, 방송에는 나오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박찬욱 감독은 “그들을 굉장히 잔혹하게 처리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에서 대화하듯이 이야기하지 않나. 그런 모습으로 하여금 인물들이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을 더했다.

이전에 이미 할리우드서 작업한 경험이 있는 그에게 이번 작품은 또다른 도전이었다. 유럽 각지의 도시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로케이션은 재미있었지만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그는 “이스라엘이나 독일, 그리스, 그리고 여기선 등장하지 않았지만 레바논, 유고슬라비아도 등장하는데, 이곳을 모두 돌아다니면서 찍을 수는 없었다”며 “그래서 실제로는 영국, 그리스, 체코에서 아주 영리하게 부분부분을 잘 포착해서 촬영했다. 최소한의 이동으로 다양한 지역색을 표현해야 했기에 저로서는 커다란 도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만한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총 80회차의 촬영으로 드라마 6편의 촬영을 진행했다는 박찬욱 감독은 “한국에서 작업할 때 영화 한 편 분량을 찍을 때보다도 부족한 촬영 일정이었다. 제작비 문제가 컸다”면서 “이동도 많은데다 현지 스태프들과 새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부분도 필요해서 힘겨운 시간이었다”고 촬영 기간 동안의 고초를 털어놨다.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함께 호흡을 맞춘 스태프들에 대해 박찬욱 감독은 “촬영할 당시에는 촬영감독과 프로듀서만 한국 분이었고, 나머지는 주로 영국분이었다”면서 “미국에서도 일을 해봤지만, 영화인들은 어디나 다 비슷한 것 같다. 생각하는 게 거기서 거기라서, 얼마나 유능한지가 중요한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떤 미술감독과 함께하느냐가 중요한 문제였는데, 이전부터 함께 일하고 싶었던 마리아 조코비치 미술감독과 함께 해 영광이었다”며 “처음부터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했던 미술감독을 꼭 기용해달라고 요구했다. 저와 취향이 정말 잘 맞아서 작업하는 게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리틀 드러머 걸’ 스틸컷 / 왓챠 제공

그렇다면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해 다루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이 질분에 박찬욱 감독은 “사실 저도 잘 몰랐던 부분인데, 원작을 접하면서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예전 같았으면 지나쳤을 기사도 꼼꼼히 읽고, 책도 많이 읽었다”고 작품을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데, 전 세계 사람들이 우리에 대해 관심이 없다고 하면 얼마나 외롭겠나. 그들은 우리와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지만, 되풀이되는 폭력 속에서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고 작품 연출 의도를 밝혔다.

박찬욱 감독 / 왓챠 제공
박찬욱 감독 / 왓챠 제공

마지막으로 그는 “회차를 더할수록 재밌어진다. 오늘 보시고 기대만 못했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참고 보신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사를 전했다.

‘리틀 드러머 걸 : 감독판’은 비록 2화 분량만 공개되었지만, 그 2화 분량이 엄청난 흡입력을 갖고 있었다. ‘깐느박’이 어떻게 해외에서 일을 계속할 수 있는 지를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다른 4편의 에피소드에도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리틀 드러머 걸’은 29일 왓챠플레이서 6편 전편이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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