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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상’ 천우희, 대체불가 배우의 끝없는 도전 (종합)

  • 신아람 기자
  • 승인 2019.03.19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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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기자]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매 작품마다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천우희가 ‘우상’을 통해 또 한 번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였다. 

지난 11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최련화로 분한 천우희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남자,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남자, 사고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저마다 맹목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공주’로 이름을 알린 이수진 감독의 신작 ‘우상’은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극중 천우희는 유중식(설경구 분)의 아들이 사고를 당한 그날, 사고 현장에 함께 있다 감쪽같이 사라져 버린 여인 최련화 역으로 분했다. 최련화는 극중 서스펜스를 불어넣는 결정적 캐릭터로 등장과 동시에 숨 막히는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영화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사건의 단서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상징적으로 그려지면서 시사회 이후 일각에서는 “어렵다”, “불친절한 영화”, “낯선 영화”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천우희는 “첫 시사를 베를린에서 했는데 정말 재밌게 봤었다. 시나리오보다 명확한 부분도 있고 구연이 잘 됐다.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단순하게 재밌다, 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렇듯 본인이 출연한 작품을 백 프로 관객의 입장에서 보기란 쉽지 않다. 단언컨대 연기적으로 부족한 부분, 아쉬운 부분들이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일 것이다. 

천우희 역시 자신이 나온 영화가 첫 시사 때 재밌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작품은 영화 전체적인 흐름을 쭉 따라가게 되면서 몰입이 잘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영화가 많이 어렵다고 하시더라. 흐름을 맡긴 채, 영화에 몸을 맡긴 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샌가 결말이 와있다. 오히려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때부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고 생각이 든다. 저게 무슨 의미지 저 사건은 뭐지? 순간을 고민하다 보면 영화는 계속 흘러간다. 편하게 보면 쉽게 보이기 때문에 너무 어렵게 생각해주시지 않았으면 좋겠다”

천우희는 그동안 작품 선택 기준이 무조건 시나리오였다면 이번 작품은 감독님에 대한 믿음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지난 2014년 이수진 감독의 데뷔작 ‘한공주’는 천우희에게도 의미 있는 작품 중 하나로 남았기 때문. “‘한공주’ 때 감독님과 합이 커서 기대감 있던 만큼 하나하나 꼼꼼하게 봤었다. 또 내 역할에 대해서도 뜯어보게 되다 보니까 이야기 자체가 처절하게 느껴지더라. 어렵다, 쉽다 부분을 떠나서 세 사람 각자의 입장에 연민이 다 느껴졌다. 특히 련화가 더욱 그랬다”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천우희가 연기한 련화는 우상을 가질 생각도 못 한 채 생존이 최 우선인 인물로 매 순간 절박하고, 매번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선 누군가의 목숨 정도는 쉽게 생각해버리는 것.

겉으로 보이는 련화는 자신의 이복 언니 얼굴에 염산을 붓고, 살인 후에도 죄책감 따위는 없는, 단순히 무시무시하고 강력한 캐릭터로만 보일 수 있다.

이런 련화에 대해 천우희는 인물에 대한 단서가 많이 드러나지 않아 인물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서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 입을 통해서 련화가 표현되는 것을 가지고 분석하고 인물을 상상해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았다. 처음엔 련화가 이렇게까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천우희는 그런 련화의 입장에서 당시 어떤 생각을 하고 왜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고민하며 오직 천우희 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캐릭터로 완성시켜냈다. 

“련화가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그럴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출생신고도 안 되어 있고, 학교도, 병원도 다니지 못했고 문화적인 것도 겪을 수가 없는 인물이다. 인간으로서 갖고 있을 법한 권리가 아예 없는 거니까 그렇기 때문에 정말 단순하게 내가 생각한 련화는 정말 단순했을 것 같다. 정말 평범한 삶, 일반적인 삶은 꿈 꾸지 않았을까. 그것을 얻어내기 위해서 이 셋 중에 의지가 가장 강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느꼈던 련화는 아주 오히려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연민이 느껴졌다”

또 련화에게 느낀 연민을 그 안에 녹여 내려 했다.

“관객들에게 련화의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길 바랐다. 련화가 나오는 장면이 짧지만 련화가 마지막으로 떠났을 땐 관객들이 마음에 여운이 남을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천우희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강렬한 연기뿐만 아니라 외모적으로도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했다. 

눈썹을 모두 미는 것은 여배우로서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터. 천우희는 밀기 전 ‘다시 안 나면 어쩌나‘, 예전처럼 똑같이 안돌아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을 많았지만 막상 밀어보니 나름대로 느낌이었었다며 웃어 보였다.

“막상 밀고 나니 ‘재밌네’하고 웃으면서 즐겁게 촬영을 했었다. 언제 또 눈썹 민 모습으로 작품을 할 수 있겠나 싶으면서 새로웠다. 눈썹이 날 때까지 야외 활동도 안 하고 영화가 개봉할 때까지 지인들에게도 깜짝 재미를 안겨주고 싶어서 이야기를 안 했다” 

영화 속 천우희는 연변 사투리와 중국어 대사를 소화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심한 사투리로 인해 대사의 전달력이 아쉬움을 남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

이에 천우희는 “중국어 선생님, 감독님과 사투리를 정말 리얼하게 할 것인가, 영화적으로 풀어서 할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었다. 대사 하나하나 조율하면서 열심히 노력해서 칭찬도 많이 받았다. 마음 한편으로는 안심되면서 스스로 흡족했는데 전달력이 부족했다는 평을 듣고 상처받았다. (웃음) ‘너무 리얼하게 했던 걸까?’라는 생각도 들더라. 조금만 한국식으로 표현해도 이입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서 모든 걸 리얼하게 하자는 생각이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최근 조선족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많이 등장한 만큼 련화 역시 겹쳐지는 특성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천우희는 이런 편견에 대한 조심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인물이 처해진 상황을 세밀하게 표현되기를 원했다고 말했다. 

“조선족이고 연변에서 온 여자라는 설정이 편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표현한다면 논란이 아니라 조금 더 동질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했었다. 리얼리티를 살려  최대한의 가짜는 만들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각자의 우상을 좇는 세 사람이 맹목적으로 가지고 싶어 했던 참혹한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우상’ 속 련화는 우상이라는 것조차 갖지 못한 인물이다. 

실제 천우희에 대한 우상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 궁금했다. 영화를 찍기 전까지 우상에 대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우상은 없었다는 그는 이 영화를 하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우상은 ‘연기’구나 싶었다는 천우희의 대답에서 천상 배우임을 또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연기라는 게 누구의 취향일 수도 있고 누구의 평가에 의해서 될 수도 있다. 완벽한 연기라는 답이 없는데 그것에 도달하려고 계속해서 노력을 한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지만 맹목적으로 좇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작품을 하면서 깨달은 부분이다”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천우희/ CGV아트하우스 제공

앞서 천우희는 ‘한공주’, ‘손님’, ‘곡성’ 등 주로 임팩트 강한 인물들을 연기했다. 매번 파격적인 연기 변신으로 호평을 이끌어냈지만 한편으로 부담감도, 연기적 한계도 분명 느꼈을 터.

한계를 맛보긴 했지만 무너지는 편이 아니라는 천우희는 故 김주혁 일을 겪었을 당시 배우로서 가장 많이 무너졌던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영화를 위해서, 연기를 위해서 모든 것이 불태워져도 좋다고 할 만큼 맹목적으로 해왔었다. 그 일이 일어나고 나서 연기라는 게, 배우라는 게 부질없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노력한다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해줄까?’ 그 순간이 지배를 하면서 와르르 무너졌던 시기였다”

당시 모든 것이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스스로 별거 아닌 배우라고 느껴져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었다고 말했다. 

“작년에 받은 시나리오를 다 거절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차차 해결됐다. 연기 때문에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연기로 다시 위로 받았다”

그간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오면서도 후유증을 단 한 번도 느끼지 않았을 만큼 환경적인 요소에 동요되지 않는 천우희였기에 이 시기는 더욱 힘들게만 느껴졌다.

당시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잘 몰랐던 천우희에게 ‘우상’은 인생에 있어서 변환점이 된 작품이었다. “‘우상’같은 경우 연기적인 어려움이 아닌 시기적인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한계를 본 그런 작품이어서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다 무너지고 하나하나 새로 쌓아올리는 그런 느낌이다. 이 작품을 겪고 나서 나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알게 됐다”

더 단단해진 배우 천우희의 강렬한 연기 변신은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불어넣기 충분했으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게 될 것이다.

영화는 오는 3월 20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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