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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여인간 1] 아싸적 관점에서 보는 인싸&아싸 이야기…인싸는 ‘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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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인싸 : 명사 ‘인사이더’라는 뜻으로, 각종 행사나 모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지내는 사람을 이르는 말. ‘인사이더’를 세게 발음하면서 다소 변형한 형태로 표기한 것이다.
 
이제 국어사전 오픈백과에 이런 단어가 등재되는 시대가 됐다. 심지어 ‘인싸 뜻’이라는 단어가 실검에 오르기도 한다.
 
네이버에서 오래된 순으로 단어 검색을 해보니 2011년 한겨레 기사에서 사용한 게 인터넷기사 중 최초였다. 그 이후 년에 한번 꼴로 드문드문 사용되더니 2017년부터 조금씩 관련 기사가 많아진다. 그리고 2018년부터는 인싸라는 단어가 들어간 기사가 몇 개나 되는지 세기도 힘들 정도로 많아졌다.
 
본디 인터넷 용어라는 건 페이스북 유명 페이지나 기사에 나올 정도 되면 ‘단어의 재미’는 수명이 다한 것과 다름없다. 그냥 흔히 존재하는 단어 중 하나(=유행어가 아닌)로 격하되거나, 아니면 단물이 다 빠져 아예 버려지고 잊혀 진다.

아웃사이더 ‘외톨이’ MV 캡처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인싸’는 재미 자체는 좀 떨어졌지만, 전성기 자체는 구가하고 있는, 딱 그 정도 위치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적게 잡아도 2011년에는 있었던 단어가 18-19년도에 들어서 전성기를 구가한다니, 이것도 참 희귀한 케이스가 아닐지.
 
여튼 단어의 유행 덕분에 인싸 패션이라느니, 인싸 템이라느니, 인싸 되는 법이라느니 참 별게 다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연예계에도 꽤나 많이 퍼져서 예능인부터 아이돌까지 안 쓰는 사람이 없다. 자본주의의 첨병인 광고에서도 자주 쓰이는 것보면 나름 지금 몸값이 높은 상태라고 봐도 되지 않을까.

 
‘FNC의 새 걸그룹 체리블렛의 리얼리티 이름도 인싸채널 체리블렛이다’


 
다만 아싸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인싸 템이나 인싸 패션 같은 건 ‘인싸가 되기 위한 방법 내지 도구’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굳이 재정의하자면 ‘인싸가 인싸임을 재확인 받기 위한 방법 내지 도구’가 알맞지 않을까.

 
‘소위 인싸 춤이라고 불리는 오나나 댄스, 심지어 오나나 댄스 챌린지 같은 것도 있다’


 
‘인싸 템’은 인싸‘라서’ 쓰는 것이다. 아싸가 인싸가 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다소 내성적이고,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해서 ‘리얼 아싸’라고 보기는 힘들다. 만약 용기내서 손을 내밀었을 때, 높은 확률로 남이 기꺼이 손을 잡아줄 사람이라면, 그는 ‘아싸’라기 보단 ‘인싸(진)’에 가깝다고 봐야한다. 당장 인싸라고 보기는 힘들지만 언젠간 인싸 대열에 합류할 ‘예비 인싸’라는 얘기. 이런 ‘예비 인싸’들이 인싸 템, 인싸 패션해서 인기가 좀 올라갔다고 나도 저 사람들처럼 될 수 있다고 착각해선 곤란하다. 결과적으로 상처받는 건 본인이 될 수 있다.
 
‘리얼 아싸’는 타인 입장에서 굳이 손을 내밀 필요가 없는 사람이어야 하고, 내가 손을 내밀었을 때 상대가 ‘기꺼이 거부할 만한 스펙’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여기까지가 기본적인 전제조건이고, 그 이후부터 유형이 갈린다.

노라조 콘셉트 포토 / 마루기획 제공
노라조 콘셉트 포토 / 마루기획 제공

‘락계의 아싸여서 락스타 같은 노래도 불렀던 노라조. 2019년 현재는 대표 인싸 뮤지션으로 통하고 있는데, 그 어떤 의도없이 진심으로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다’

자신이 아싸라는 걸 아주 철저히 자각하고 있어서 마음 속 철벽을 철저히 치는 경우, 누가 봐도 아싸지만 본인은 정작 자각을 못하고 있는 경우, 내가 아싸 중에선 나은 아싸라고 생각하는 경우, 내가 아싸 중에서도 못난 아싸라고 지나치게 자기 비하를 하는 경우, 아싸라고 자기 비하를 하지만 은근히 너 정도면 괜찮은 편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경우 등등 아싸들은 자기들 나름대로 꽤나 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 넓은 스펙트럼 안에 도저히 낄 수 없는 존재가 있다. 그것이 바로 인싸다.
 
아싸적 관점에서 ‘인싸’는 [자칭]이 될 수가 없다. ‘인싸’는 오로지 타칭일 때 제대로 기능한다. 어둡고 칙칙한 나와는 달리 밝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메이저세계 속 인간. 그래서 질투도 나고 부럽기도 한 그런 존재. 이 열등감 넘치는 마음+열등감 속에서 핀 경의를 담아 ‘타인’을 인싸라고 부른다.(요즘은 하도 많이 쓰여서 다른 의미로도 쓸 수 있긴 하지만)
 
고로 뭔가를 하거나 무엇을 사면 인싸가 된다는 이야기는 ‘거짓’이다. 아싸 탈출은 그런 걸 통해서 이뤄지지 않는다고 나는 믿는다. 뭘 사고 뭔가를 하면 인싸가 된다는 얘기는 마케팅 담당자의 술책이며 희망고문일 뿐이다.

 

픽사베이
픽사베이

 

“(내가 남이라면) 나는 나와 과연 친해지고 싶을 것인가”
 
이 질문에 ‘네’라고 선뜻 대답하지 못한다면, 이 믿음의 근거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독자 분들은 위의 질문에 고민 없이 곧장 대답할 수 있으신지.
 
위에서 언급한 아싸 중 하나에 속하는 사람 입장에서 봤을 때, 자발적 아싸라는 건 결국 ‘나 자신에 대한 확고한 포기’로부터 출발한다. 감정-시간-돈-노력 등을 ‘손해’보지 않고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나라는 존재에겐 대단히 힘든 일이거나 불가능한 일임을 선명하게 자각하게 되면, 그 때부터 기꺼이 자발적으로 아싸가 된다.
 
“나도 당신에게 줄건 없지만, 나도 당신 혹은 당신들에게 특별히 바랄 게 없으니 그냥 서로 줄 거 없이 받을 것 없이 삽시다. 상호 없는 사람인 셈 칩시다”
 
자발적 아싸 선언에는 대략 이런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런 메시지를 모르고 (아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래도 사회생활을 하려면 친화력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이야말로 소위 ‘핵인싸’가 아닐지.
 
이런 자발적 아싸 선언 같은 건 하고 싶지 않고 진정으로 인싸가 되고 싶다면, 일단 인싸 무리와 ‘동등’하게 대화를 할 만한 스펙-무기부터 갖춰야 한다. 이 스펙을 갖추지 않고서 인싸 무리에 끼어봐야 결국 스스로 지쳐 떨어져 나가게 된다.
 
왜냐면 함께 있기는 해도 상호 ‘동등’한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둘째 치고 본인 스스로 자신을 둘러싼 관계가 동등하다고 여기지 못한다면 결과는 ‘확실히’ 정해져 있다. 나도 저들과 동등하다고 여길만한 근거, 솔직히 밀리는 면은 있지만 그래도 허용범위 안에는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자신을 ‘소모’하지 않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사실 다 아는 이야기긴 하지만 아는 걸 실제로 행하는 게 힘든 일. 이 글을 쓰는 본인도 마찬가지다.
 
화자는 앞서 언급한 유형 중에선 ‘확실하게 포기하는 스타일’에 가까운 편이다. 확실하게 포기하기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긴 했는데, 수련 결과(?) 나름 제법 예전에 비해선 잘 포기할 수 있게 됐다. 포기력이 강해졌다고 여기는 게 착각일 수도 있기 때문에, 늘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고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으려 한다. 이 포기를 통해 잃는 것은 사람 내지 관계고, 얻는 것은 마음의 평화다.
 
사실 근데 이게 포기가 안 되는 것도 어찌 보면 인지상정이다. 아싸조차도 아싸보단 인싸를 좋아하기 쉽고(=아싸를 싫어하기 쉽고), 완벽한 포기를 통해 얻는 평화보다는 사람들과 교류를 통해 얻는 안정감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러니 온전한 아싸가 되던, (어찌됐든) 인싸가 되기 위해 발버둥을 치던 양쪽 다 비정상적일 것도 없고, 비인간적일 것도 없다. (상호 방향이 다르다 할지라도) 어느 쪽의 인간이든 지극히 인간적인 인간이다.

‘소위 루저 감성, 아싸 감성을 정말 진실하게 담아낸 뮤지션이었던 故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굳이 이런 이야기를 길게 쓰는 이유는 소위 인싸템을 샀고, 인싸들이 하는 행위를 했는데 인싸가 됐다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독자들이 어느 정도 있을 것 같아서다. 특히 20살 미만의 어린 독자들.
 
본디 어느 무리 안에 ‘제대로’ 들어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건 뭔가를 사고, 뭔가를 하는 행위를 통해 해결되지 않는 것이 ‘지극히 정상’이다. 만약 인싸템을 구매했는데도 인싸가 되지 못해 일종의 좌절감 같은 걸 느낀 분이 있다면 안 그래도 된다. 원래 그것들은 당신을 천국으로 보내줄 물건이 아니었다. 쉽게 포켓몬 게임 스토리를 깨고 싶은데 스타팅 포켓몬을 치코리타로 고른 것(심지어 돈을 주고)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그저 어느 위치에서 어떤 일을 하는 게 ‘자신에게 에너지를 주는 가’인지만 생각하시라. 당신이 원하는 인싸 세계란 ‘그냥 있으면 좋을 것 같긴 한 거’ 이상의 의미가 없을 지도 모른다. 본질적으로 내가 정말로 원하는 일, 원하는 꿈으로 향할 수만 있다면 인싸건 아싸건 별 상관이 없다. 인싸가 되는 게 자신에게 정말 에너지를 주는 일이라면 인싸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되고, 아싸로서 (남이야 어쨌건) 자기 좋은 일 하는 걸로 에너지를 받는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아웃사이더 형의 외톨이처럼 멋진 외톨이가 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 아웃사이더 ‘외톨이’ MV 캡처

 

만화, 애니메이션, 라이트노벨 등을 보다보면 아싸지만 능력이 있다, 아싸지만 이성에게 인기가 많다 뭐 이런 내용이 많다. 일종의 대리만족인 셈인데, 대리만족은 대리만족일 뿐 자발적 아싸가 된다고 해도 창작물 속 아싸들처럼 멋진 사람이 되고 멋진 라이프를 즐기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그냥 똑같은 아싸라고 해도 최소 ‘자아실현은 하는 아싸’가 되자는 이야기다. 한번 사는 인생, 이정도만 해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 아닐까.
 
일단 화자부터가 아싸인지라. ‘이런 인싸가 되자’ 보단 ‘이런 아싸가 되자’ 쪽으로 결론을 내게 됐다. 이 텍스트 역시 수많은 아싸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이 쓴 주저리이니 알아서 걸러 들어달라는 부탁을 드리면서 글을 마치겠다.
 
#화자에게_결여된_것 : 친구, 애인, 사회성, 친화력
 

#글_예상반응 : 찐특
 
※제목의 결여인간은 어떤 특정그룹을 대표해서 쓴 말이 아니라 글쓴이, 저 자신, 오로지 한명을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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