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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우상’ 설경구, “탈색 머리는 부성애 표현 방법 중 하나”

  • 신아람 기자
  • 승인 2019.03.13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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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기자] 데뷔 후 첫 탈색 머리에 도전한 설경구가 그 이유에 대해 전했다. 

지난 11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명실상부 최고 연기파 배우로 인정받아온 설경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우상’은 아들의 뺑소니 사고로 정치 인생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남자, 목숨 같은 아들이 죽고 진실을 찾아 나서는 남자, 사고 당일 비밀을 간직한 채 사라진 여자까지 저마다 맹목적으로 지켜내려 했던 우상을 좇아 폭주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한공주’로 이름을 알린 이수진 감독의 신작 ‘우상’은 제69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되며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설경구/ CGV아트하우스 제공
설경구/ CGV아트하우스 제공

설경구는 아들을 잃고 절망에 빠진 아버지 유중식 역으로 분했다. 데뷔 이래 최초로 노랗게 탈색하며 이번에도 한계 없는 변신을 선보인다.  

죽은 아들이 연루된 사고의 비밀을 파헤치는 집요한 부성애와 억울하게 자식을 잃은 비통한 심정, 자신의 말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세상을 향한 분노가 뒤섞인 다양한 모습의 유중식은 오직 설경구만이 해낼 수 있는 뜨거우면서도 차가운 역할이었다. 

집요한 배우 설경구와 이수진 감독이 만난 탓일까. 개봉 전 두 사람은 불화설이 언급되기도 했다. 

설경구는 이 부분에 대해 “감독님이 욕심이 많아서 집요한 부분이 있다. 장난스럽게 말했던 부분이 불화설로 번진 것 같다”라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이 감독의 집요함 덕분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뽑아냈다는 설경구는 “화면을 꽉 채우려고 하는 감독이다. 무언가 생각나면 꼭 해야 하는 성격이다. 화면이 살아있길 바라는 집요함이 있는 인물이었다”라며 전체적으로 신뢰가 생기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수진 감독에게 이런 집요함이 있다면 설경구는 연기적인 부분에서 집요함이 있는 배우였다. 유중식이 다리를 저는 신을 연기하기 위해 설경구는 실제로 병뚜껑을 자신의 발에 붙이며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투혼을 발휘했다. 

혹여 저는 다리의 방향을 헷갈릴까 봐 병뚜껑을 붙이고 연기했다는 설경구. 이렇게 집요한 배우와 감독이 만나 완성도 높은 작품을 완성 시킬 수 있던 것.

설경구/ CGV아트하우스 제공
설경구/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는 각자의 우상을 좇아 맹렬하게 돌진하는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려냈다. 

그중 유중식은 핏줄에 대한 우상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설경구는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유중식이라는 인물이 너무 답답하고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설득시켰던 것은 유중식의 그 답답함을 풀어보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처음에 유중식이 너무 답답했다. 왜 이런 선택을 해야 하고 아들 사고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왜 다른 결정으로 일을 망가뜨리는지 이해가 안 됐다. 그런 답답함을 풀어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다”

포스터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 중 하나는 설경구의 탈색 머리다. 데뷔 이후 첫 탈색을 시도한 설경구는 안 해봤던 부분이라 좋았다며 웃어 보였다. 

유중식과 아들 부남이는 같은 탈색 머리다. 두 부자관계에 대한 옛 회상이나 구체적인 단서는 언급되지 않는다. 이에 왜 꼭 탈색 머리를 선택했을까라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설경구는 중식과 부남의 탈색 머리는 부성애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였다고 설명했다. 

“구남이는 3~4세 지능을 가지고 있는 아들이다. 예를 들면 중식은 에어컨 선비 출장에 그런 아들을 항상 데리고 다녔을 것이다. 혹시 잃어버릴 수도 있고 그때 머리로 알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머리색으로 동질감을 느끼고 부성애를 표현하는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실제 내가 중식이었어도 아들과 같이 탈색을 했을 것 같다”

그러면서 “이 감독이 욕심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지난해 시상식을 꽤 다녔는데 탈색 머리를 가리기 위해 스프레이를 뿌리고 다니라고 했었다”라며 웃어 보였다. 

설경구/ CGV아트하우스 제공
설경구/ CGV아트하우스 제공

영화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사건의 단서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상징적으로 그려지면서 시사회 이후 일각에서는 “어렵다”, “친절하지 않은 영화”라는 반응들로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설경구 역시 불친절한 것은 있는데 낯선 영화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정의했다. 

“받아들이지 말고 본 게 답이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사건으로 시작하는데 앞으로 훅 빠지는 이야기다. 세 사람이 공통된 이야기로 만나지만 서로 엮어지지 않는다. 각자 다른 감정을 가지고 만나기 때문에 세 사람을 서로 이용해야 한다. 억지로 맞추려 하지말고 다 보고 정리를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보면서 생각하면 복잡한 영화다. 쉽게 접근하면 다 보고나서 정리가 되는 영화다”

설경구가 온몸으로 그려내는 절절한 부성애와 한계를 모르는 연기 변신은 ‘우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영화 ‘우상’ 3월 20일 개봉.

<인터뷰②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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