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이슈] 여성부, 과연 ‘여성’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충분 했는가…‘외모 가이드라인 논란을 보고’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9.02.20 20:45
  • 댓글
  • 조회수 172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범 기자] 여성가족부는 최근 방송프로그램 출연자 외모 가이드라인이 논란에 휘말리자,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을 손보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가부는 19일 논란에 휘말린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관련 설명 자료를 내고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해 본래 취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여가부는 2017년 펴낸 ‘성평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보완한 개정판을 지난 12일 방송국과 프로그램 제작사 등에 배포했습니다. 개정판에는 ‘방송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부록으로 추가됐습니다.
 
외모지상주의를 지양하고 다른 외모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도록 권고하는 내용인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한다’는 부분이 논란이 됐습니다.
 
안내서는 “‘음악방송 출연 가수들은 모두 쌍둥이?’라는 제목의 사례에서” 음악방송 출연자들의 외모 획일성은 심각하다”며 “대부분의 출연자가 아이돌 그룹으로, 음악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출연자들의 외모 또한 다양하지 못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부분의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같이 나타난다”고 덧붙였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정부가 방송 출연자의 외모까지 간섭하려는 시대착오적 규제라는 불만이 나왔습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1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단속,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냐”며 ‘외모 검열’이라고 말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여가부는 “안내서는 방송사, 제작진들이 방송현장에서 자율적으로 반영하는 것으로 규제나 통제라는 일부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러나 논란이 확대되자 19일 가이드라인 개선 방침을 밝히면서 추가로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여가부는 “방송에서 보이는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는 일반 성인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프로그램 제작할 때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는 차원에서 부록을 보완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제안을 검열, 단속, 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안내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방송 제작을 규제할 의도가 없으며 그럴 권한도, 강제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습니다.
 
비슷한 이야기는 이미 많이 나온 사안이니 좀 다른 부분에서 접근을 해볼까 합니다.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합니다. 제목 그대로 ‘과연 이 문제에 있어서 여성부가 다른 그 누구도 아닌 여성에게 충분히 배려심을 가졌는가’죠. 남녀 모두 가이드라인의 대상이 됐는데 왜 논지를 굳이 ‘여성’으로 한정지었는지에 대한 제 생각은 아래의 글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인간으로서_여성
 
‘누가 누구랑 닮았다’는 말은 해석하기에 따라서 여러 갈래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말입니다. 칭찬일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가이드라인에서는 충분히 ‘부정적인’ 표현이죠. 소주제에 무려 ‘쌍둥이’라는 워딩을 넣어서 문제를 지적한다고 글을 써놓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거 받아들이기에 따라선 그들이 해당 문구로 타겟팅한 여성들에 대한 비하 아닙니까? 음악방송이라는 단어를 딱 넣었으니 타겟팅의 대상은 주로 여자아이돌, 걸그룹들이겠죠. 非아이돌계열 솔로가수, 밴드 등을 지칭해 ‘쌍둥이’라고 표현하진 않았을 테니까요.
 
상당히 않은 취재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걸그룹들의 쇼케이스, 인터뷰를 진행한다보면 공통적으로 많이 듣는 말이 있습니다. 보통 팀이 가진 강점을 질문할 때 나오는 말인데 바로 ‘우리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있는 팀이어서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죠. 아니면 ‘기존에는 없는 매력’ 같은 걸 우리가 가지고 있고, 보여줄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곤 합니다. 이러한 말은 그들이 소속한 소속사의 체급, 당사자들의 인지도와는 무관하게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있지(ITZY) / 서울, 최규석 기자
있지(ITZY) / 서울, 최규석 기자

 
바로 얼마 전에 데뷔한 JYP의 신인 걸그룹 있지(ITZY)가 딱 그랬습니다. 이름 자체부터가 ‘너희가 원하는 매력 다 우리에게 있지’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데뷔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기자간담회)에서도 그들은 이점을 계속 어필했습니다.
 
물론 이를 세상이 받아들여주는 팀(아티스트)이 있는 가하면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스스로는 실제로 그런 존재라 생각하고 대중들과 팬들에게 인정받고 사랑 받으려 합니다. 언젠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갈고 닦죠. 외모로나 매력으로나 각자 개성이 있다고 스스로 여기는 편입니다. 그 가수들의 팬클럽들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죠. 설령 좀 닮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각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고 개개인의 매력은 다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 혹은 우리는 자신(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완전 생판 다른 곳에서 ‘너희 다 쌍둥이야’ 이래버렸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상황이라면 기분이 좋으시겠습니까? 심지어 연예인에게는 대단히 예민한 문제인 방송 출연을 언급하면서 ‘쌍둥이’라고 표현한 거죠.

여성부 홈페이지

 
“지금까지 볼 수 없던 매력”을 보여주겠다는 있지(ITZY)에게 누군가 ‘너희 다른 애들하고 비슷해 완전 쌍둥이야’라고 말한다고 상상해봅시다.(물론 멤버 중 채령은 아이즈원 이채연과 매우 닮았지만 두 사람은 애시 당초 친자매죠) 그들은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요.
 
만약 여성부가 이것이 ‘문제가 되는 표현’이라고 자각을 했다면 추가 설명을 내놓으면서 그들이 타겟팅한 아티스트들에게 사과도 했어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외모지상주의 타파가 지상과제라고 해도 딱히 범법을 저지른 것도 아닌 여성 아티스트들이 이런 ‘대접’을 받을 필요는 없죠.
 
아마 ‘감히’ 장관이 있는 부처에 이들이 반발심을 가지고 항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제가 한번 의문을 가져보겠습니다. 저 표현 솔직히 왜 넣으셨나요?
 
#노동자로서_여성
 
시나리오를 한번 써보겠습니다. 여성부의 가이드라인을 받아들여서 음악방송에 출연진이 정해진다고 생각해봅시다. 일단 주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이 글에선 대체로 여성 아티스트에 한정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과연 이랬을 때 누가 음악방송에 못나오게 될까요. 저는 꽤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 지적될만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는데 인지도가 부족하고 회사도 힘이 없는 아티스트’
 
이름이 이미 널리 알려진, 그리고 카테고리가 비슷한 아티스트들은 애초에 본인들끼리 일정이 겹치도록 잘 짜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일정이 맞을 경우 그때 ‘대전’이 일어나는 거죠.
 
가이드라인이 설령 ‘규제’의 성격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들이 손해 볼 건 그다지 없습니다. 인기도 있고 팬도 많은 아티스트가 이거 때문에 출연 못한다고 하면 외려 방송들이 손해를 보겠죠. 아마 팬들에게 항의도 무척 받을 것이고 꽤 높은 확률로 그 항의 수준이 방송사에서 감당할 수준을 넘을 것입니다. 방송 측에서 굳이 그런 항의를 받을 이유가 없겠죠. 인기 있고 인지도도 증명된 팀은 활동한다고 하면 기꺼이 받아주면 그만입니다. 문제는 그렇지 못한 아티스트들이죠.
 
여성부에서 ‘획일적인 미모’라고 정의한 여성 아티스트들이라고 해서 이 연예 시장 속 ‘강자’는 아닙니다. 외모가 주무기는 아닌 아티스트에 비하면 비주얼이 강점인 아티스트들이 조금 더 점수를 가져가긴 하겠지만 큰 들에서 보면 각자 가지고 있는 점수는 대동소이합니다. 미세하게 보면 차이가 나지만 그게 크게 의미는 없다는 얘기죠. 기획사 관계자들과 이따금 이야기하면 ‘나갈 방송’이 없다고 푸념을 하는데, 그 관계자들과 일하는 아티스트들의 비주얼이 부족해서 그랬던 게 아닙니다. 그냥 기회의 총량 자체가 적은 것이죠.
 
근데 이 적은 기회 총량 중 일부는 이미 어느 정도 고정적으로 가져가는 이가 있습니다. 근데 고정적으로 가져가는 아티스트라고 무슨 적폐인 게 아닙니다. 그들도 각자 나름대로 (위태로운 현재, 불투명한 미래 가운데) 열심히 일 해서 그 위치에 간 것이니 이걸 강제로 뺏는 것도 ‘정의’에 부합한다고 보긴 힘들겠죠.
 
그래서 상기한 정상급 아티스트들이 가진 파이를 굳이 강제로 어떻게 하진 않는다고 했을 때, 그나마 있던 기회까지 증발되는 건 지금 당장 위치가 불안한 여성 아티스트들입니다. 노동자로서 약자인 여성A에게 갈 수 있었던 기회가 같은 약자인 여성B에게 가는 거뿐이죠. 실력, 매력 이런 게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미 컨택된 아티스트들 중 ‘겹치는 외모가 많아서’ 여성A가 방송에 나올 기회가 사라지는 겁니다. 이걸 과연 여성A가 납득을 할까요.

샤이니 태민/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br>
샤이니 태민/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br>

 
실력이 부족한 경우라면 또 모르겠으나 비주얼이 된다고 실력이 모자라라는 법은 없죠. K-POP 시장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 중 이런 편견(= 비주얼이 되면 노래는 못할 거야)에 대한 반례로 제시 할 수 있는 사람은 못해도 두 자릿수는 됩니다. 현재 활동하는 가수 중 한명 언급하자면 (남성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현재 ‘WANT’로 활동 중인 샤이니 태민이 그 강력한 예라 할 수 있겠네요. 퍼포먼스 훌륭하고, 노래 잘하고, 음색까지 좋은데 얼굴과 몸매까지 다되니 많은 여성분들이 ‘무브병’(태민의 노래 ‘무브’를 앓는 가상의 병)에 걸리게 만든 것이죠.
 
만약 가이드라인대로 음악방송 섭외가 진행되고 위와 같은 사례들이 실제로 발생했을 때, 여성부는 실제로 ‘연예노동자로서 여성을 잘 보호한 부처’라고 평가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소비자로서_여성
 
위의 문단에서 좀 뜬금없이 샤이니 태민을 소환한 감이 있는데, 여기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면, 독자 분들께 한번 질문을 드려보고 싶은 것이 있거든요.
 
만약 이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이슈 때문에 샤이니 태민 같은 아티스트가 방송에 못나왔다고 가정했을 때, 이거 누구의 손해일까요? 누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경우엔 아티스트도 손해를 보지만 팬들도 손해를 반드시 보게 됩니다. 심지어 이 경우에 非 서울권 팬들의 타격이 굉장히 큽니다. 그나마 서울권 팬들은 방송에서 내 아티스트 못 봐도 년 중 몇 번은 직접 서울에서 진행되는 콘서트에 참가할 수도 있는데(물론 티켓팅 실패 때문에 못갈 수도 있지만), 非 서울권(非 수도권) 팬들은 콘서트 내지 팬미팅 같은 걸 ‘시도’하는 것 자체가 힘듭니다. 아무리 팬심이 충만해도 물리적 거리 때문에 발생하는 노력, 시간, 돈 이런 걸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러니 직캠이나 방송 같은 콘텐츠가 굉장히 소중한 것이죠.
 
근데 내 가수와 외모가 겹치는 사람이 많다는 이유로 막힌다고(물론 태민 씨와 진짜로 외모가 비슷한 아티스트가 몇이나 있겠습니까만) 하면 소비자로서 팬, 여성의 권리가 지켜진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런 문제로 여성 소비자들이 ‘내가 만나고 싶은 아티스트’를 볼 수 없다면 여성부는 과연 여성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라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K-POP 시장 자체가 여성 팬덤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면이 있기 때문에 남녀 모두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는다면 여성 K-POP 마니아들이 받는 데미지는 기본 두 배 이상입니다.
 
약간 다른 이야기를 좀하고 가자면 아이돌그룹의 경우에는 그룹의 유형이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됩니다. 여심을 공략하러 나온 남자아이돌그룹, 남심을 공략하러 나온 여자아이돌그룹, 그리고 여심을 공략하러 나온 여자아이돌그룹.
 
남성들이 좋아하는 남자아이돌도 있기는 하지만(샤이니, 하이라이트, 방탄소년단 같은) 애시 당초 기획단계에서 ‘남성 팬층’을 ‘공략’하기 위해 기획되는 남자아이돌그룹은 (실질적으로) 없다고 봐도 될 겁니다. 팬층 자체가 없다기 보단 ‘시장’이 없다고 말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죠.
 
여튼 이야기하고 싶은 건 세 번째에 해당하는 여심 저격형 여자아이돌입니다.

레드벨벳(Red Velvet) / 서울, 최규석 기자
레드벨벳(Red Velvet) / 서울, 최규석 기자

 
K-POP 걸그룹계에 있어 걸크러쉬 원년이라 할 수 있는 2009년으로부터 약 10년이 지났습니다. 이때를 왜 걸크러쉬 원년이라고 이야기하나면 ‘핫이슈’의 포미닛, ‘파이어’의 투애니원, ‘AH’의 애프터스쿨, ‘라차타’의 에프엑스 등이 연달아 데뷔한 해이기도 하고, 이 해에 소녀시대가 ‘소원을 말해 봐’, 브라운아이드걸스가 ‘아브라카다브라’를 발표했기 때문이죠.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걸크러쉬 타입의 아이돌 시장은 무시할 수 없게 성장했습니다. 현 세대를 주도한다는 레드벨벳, 블랙핑크, 마마무 같은 팀들도 걸크러쉬 계열의 팀들이고, 작년 최고의 신인 중 한 팀이라 평가받는 (여자)아이들도 여기에 속합니다.

블랙핑크 / 톱스타뉴스 포토뱅크
블랙핑크 / 톱스타뉴스 포토뱅크

 
아이오아이로 활동했던 최유정-김도연이 속한 위키미키와 앞서 언급한 JYP 신인 걸그룹 있지의 경우에는 틴에이저와 걸크러쉬 이 두 가지를 결합한 단어인 ‘틴크러쉬’를 표방하는 팀입니다. 또한 각자 소속팀을 벗어나 솔로가수로 활동 중인 청하(아이오아이), 선미(원더걸스)도 어떤 타입의 가수냐고 물으면 걸크러쉬 계열이라고 답할 수 있겠죠.

위키미키(Weki Meki) / 서울, 정송이 기자
위키미키(Weki Meki) / 서울, 정송이 기자
(여자)아이들((G)I-DLE) / 서울, 최규석 기자
(여자)아이들((G)I-DLE) / 서울, 최규석 기자
선미(SUNMI) / 인천, 최규석 기자
선미(SUNMI) / 인천, 최규석 기자

 

청하(CHUNG HA) / 서울, 정송이 기자
청하(CHUNG HA) / 서울, 정송이 기자

이렇게 소위 메인스트림에 있는 여자아이돌들 중 꽤 적지 않은 수가 걸크러쉬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굳이 걸크러쉬를 메인으로 잡는 팀이 아니라 해도 각자 자기 자신만의 걸크러쉬한 매력을 뿜어내려 하는 게 현재 K-POP걸그룹계의 경향이라 할 수 있겠죠.
 
이미 일본에서도 정상 가도를 달리고 있던 미야와키 사쿠라(현 아이즈원)가 아이돌 서바이벌인 엠넷 ‘프로듀스48’에 굳이 출연해 글로벌 아이돌로서 재데뷔를 꿈꾼 이유 중 하나도 K-POP 걸그룹, 아티스트들의 걸크러쉬한 매력 때문입니다.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서울, 정송이 기자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서울, 정송이 기자

 
이 이야기를 왜 이리 장황하게 하나면 여성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 방송 라인업을 짠다고 했을 때 이런 걸크러쉬 타입의 가수들(상기한 아티스트들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해도)에게도 영향이 갈 것인데, 이런 경우에도 소비자로서 여성이 손해를 본다는 거죠. 걸크러쉬를 하는 아티스트라 해서 피부가 희고, 몸이 마르고, 얼굴이 예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까요. 실제 그런 아티스트들이 존재하고 활발히 활동도 하고 있고.
 
이번 글에서 주제를 ‘여성’에 한정한 건 이 부문 때문입니다.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이긴 하나 결과적으로 방송에서 이를 받아들였을 때 노동자로서 여성의 기회 박탈, 소비자로서 여성의 기회 박탈이라는 두 가지 버튼을 동시에 누를 수 있는 것이죠. 남녀 아티스트 모두 가이드라인의 영향을 받는다면 소비자로서 여성의 권리는 배로 피해를 받게 될 것이고.
 
외모지상주의 타파는 분명 좋은 명제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여성들조차도 그런 외모들을 소비하는지부터 깊게 따져봐야겠죠. 마냥 외모지상주의가 나쁘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 커뮤니티
여성부 홈페이지

 

참, 가이드라인 보니깐 아동용 애니메이션 중 변신물도 지적하셨던데, 이거 작성 당시 이 분야의 원조격 만화인 동시에 90년대를 대표하는 소녀만화인 ‘세일러문’을 즐겨 본 세대들한테 ‘그땐 그거 왜 보셨어요?’라고 물어는 보셨는지 궁금해지는군요.
 
#본래의_취지
 
해당 가이드라인이 권익을 신장시키고자 하는 유형의 사람은 제법 분명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그 유형의 사람 안에 포함됩니다. 성별은 다르긴 합니다만.
 
저는 10대 후반 시절에 나름 활발히 활동하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을 때 참여한 여성분들로부터 ‘저 사람이 저렇게 뚱뚱하고 못생긴 사람이었다니’라는 메시지가 담긴 눈빛을 맞아본 적이 있습니다. 그땐 못들은 척 했지만 그런 뉘앙스가 담긴 말을 귀로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사실 경중으로 따지면 그 일은 별일이 아니긴 했습니다만 서른 살이 넘은 지금도 그때의 그 기억은 제 하루 24시간 중 약 30분을 지배합니다.
 
여성부에서 말하는 ‘다양한 얼굴이 인정받는 사회’가 되면 저 같은 사람 역시 혜택을 얻겠죠.

가이드라인에서 문제로 지적하는 과도한 다이어트, 불필요한 성형 같은 거도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틀림이 없습니다. 미디어가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일익을 해야 함도 두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목적이 맞다고 하더라도 그 목적을 향해 나아가는 길이 다 올바르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한 개 국가의 장관급 정부기관 정도 되는 곳이라고 한다면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더 치열하게 논의하고, 더 깊은 배려심을 가져야겠죠. 미디어의 비판 중 과장이나 오해라고 할 만한 게 있다면 적극적으로 해명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긴 합니다만, 그러면서도 스스로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내가 세상에 내놓은 것이 정말로 많은 사람의 많은 입장을 고려한 것인지.
 
제가 현대 미학의 기준에서 한참 벗어난 사람이긴 하나 그렇다고 기준에 부합하는 사람들의 기회가 줄어드는 쪽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을 보고 싶진 않습니다. 이게 온라인게임으로 치면 어떤 캐릭터가 유난히 좋다고 원성을 들었을 때, 다른 캐릭터들을 상향시켜주는 게 아니라 좋은 캐릭터를 하향시키는 쪽으로 패치 하는 거거든요. 이래서는 내 못남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그냥 다 같이 못나지는 거죠.
 
만약 여성부가 다양한 얼굴을 가진 아티스트(특히 여성)가 활약하는 방송환경을 만들고 싶다면 아예 아티스트들의 기회 총량 자체가 늘어날 수 있는 방법을 구상하거나, 다양한 얼굴을 가진 여성 아티스트들이 (소비자들에게 통할만한) 자신의 개성을 발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실질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더 맞지 않을 까 합니다.
 
단순히 방송에 얼굴만 비춰서는 혜택을 받은 아티스트 역시 제대로 된 수혜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죠.
 
연예산업은 달리 말하면 ‘매력산업’인데 뭐가 됐던 사람들이 보고 들었을 때 ‘매력’을 느낄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겠죠. 그냥 ‘전시’만 되선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프로농구(KBL)은 지난 11일 열린 제2차 임시총회 및 제3차 이사회에서 2019~2020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장신 200㎝·단신 186㎝)을 전면 폐지하고 모든 쿼터에 한 명의 외국인 선수만 기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꿨습니다.최근 3시즌 중 미국프로농구(NBA)에 10경기 이상 나선 선수는 KBL에서 뛸 수 없다는 경력 제한도 없앴죠. 외국인 선수 키+경력 제한이라는 정책을 시행한 이유가 존재하긴 했지만(= 한국선수 보호) 결국 그 누구(특히 한국 농구팬)에게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이런 사례와 비슷하게 평가받지 않길 바랍니다.
 
참 그리고 “제안을 검열, 단속, 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안내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방송 제작을 규제할 의도가 없으며 그럴 권한도, 강제성도 갖고 있지 않다”고 하신 것에 한 말씀 덧붙이고 글 마무리하겠습니다.
 
여성부는 최고 수장이 ‘장관’인 부처입니다. 사람이 제안을 ‘강제’라고 느끼지 않을 때는 상호 입장이 동등할 때죠. 장관이 존재하는 부처랑 자신이 동등하다고 생각할만한 문화, 예술, 방송 관련 단체 및 이해관계자가 몇이나 있을까요? 자신이 가진 위치와 권력의 강력함을 염두하면서 ‘제안’을 하셔야 오해를 덜 받습니다.
 
이상입니다.
 
아래는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 대한 여성부의 추가 설명 입장문.
 


□ 여성가족부가 12일 배포한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에 대한 여성가족부의 입장을 상세하게 설명드립니다.
 ㅇ 이 안내서는 방송실무자,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2017년 4월에 펴낸 ‘양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개정 보완한 것입니다.

  - 2017년 안내서에도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번 안내서에서는 여성가족부가 2018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부록(‘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추가하였습니다. 

□ 방송에서 보여지는 과도한 외모지상주의는 일반 성인 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에게도 부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ㅇ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분석결과, 지나친 외모의 부각, 획일적이거나 과도한 외모기준 제시, 외모지상주의 가치 전파 등이 부정적 사례로 나타났습니다.
 
 ㅇ 이에 따라 방송 제작진이 프로그램 제작할 때, 이런 요소들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는 차원에서 부록을 보완하여 안내서를 작성하였습니다.

□ 이러한 제안을 검열, 단속, 규제로 해석하는 것은 안내서의 취지를 왜곡하는 것으로, 여성가족부는 방송 제작을 규제할 의도가 없으며 그럴 권한도, 강제성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ㅇ 이 안내서는 방송 제작자들의 성평등한 시각과 인식 확산을 위한 안내용 자료입니다. 
 
□ 정부는 이전부터 우리의 일상과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가 의도치 않게 인권을 침해하거나 차별을 조장하는 일이 없도록 관련 보도나 프로그램 제작에서 지켜져야 할 원칙을 안내해 왔습니다.  
 
  * 예)성희롱 성폭력 보도수첩(2014년·2018년, 여가부·한국기자협회 공동)
       인권보도준칙(2011년, 국가인권위원회·한국기자협회 공동)  

       미디어 음주 장면 가이드라인(2017년, 보건복지부)
      아동학대사건 보도권고기준(2018년, 보건복지부) 

 ㅇ 그러나,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일부 표현, 인용 사례는 수정 또는 삭제하여 본래 취지가 정확히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습니다.
 



추천기사

해외토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