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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PERCENT’ 에이핑크, 2014년과 2019년 그리고 ‘기억 더하기’

  • 이정범 기자
  • 승인 2019.01.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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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범 기자] 좀 더 오랜 시간을 쌓아가는 것조차도 상당한 노력과 치열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 현재의 에이핑크가 딱 그러하다.
 
에이핑크는 7일 오후 6시 미니 8집 ‘PERCENT’를 발매했다. 음반명인 ‘PERCENT’에 어떠한 숫자도 붙이지 않고 오롯이 사용해 무한한 자신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각오를 담았다.
 
그들은 지난 5일, 6일 양일간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2019 PINK COLLECTION : RED & WHITE(2019 핑크 컬렉션 : 레드 & 화이트)’를 개최해 8000여명의 팬들과 만났다. 이날 ‘PERCENT’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도 같이 했다.
 
에이핑크는 이번 콘서트에서 지난 7월 과감한 변신에 성공하며 또 다른 전성기를 열어준 곡 ‘1도 없어’를 시작으로, ‘NoNoNo’와 ‘하늘높이’로 오프닝부터 강렬한 무대를 선사했다.

에이핑크(Apink) / 서울, 최규석 기자
에이핑크(Apink) / 서울, 최규석 기자

 
이어진 무대 또한 지난 9년간의 에이핑크의 변화를 드러내는 곡들로 풍성하게 채워졌다. 에이핑크의 과감한 변신을 담아낸 미니 7집 ‘ONE & SIX’의 곡들과, 음악 방송 6관왕을 안겨준 곡 ‘FIVE’ 등 최근의 발표 곡부터 데뷔곡인 ‘몰라요’와 ‘청순돌’로서 정점을 찍게 해준 곡인 ‘LUV’, ‘Mr. Chu’, ‘내가 설렐 수 있게’ 등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에이핑크 /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에이핑크는 솔로 무대를 통해 6인 6색의 매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먼저 정은지가 등장해 퀸의 ‘We Will Rock You’와 ‘We Are The Champions’를 열창해 카리스마를 뿜어냈다. 김남주는 바니걸 복장으로 등장해 이효리의 ‘U-Go Girl’를 귀엽고 섹시하게 소화했다. 윤보미는 카밀라 카베요의 ‘Havana’로 수준급 안무를 선보여 장내를 라틴의 열기로 채웠으며, 손나은은 아리아나 그란데의 ‘Santa Tell Me’를 스포티한 느낌으로 꾸며냈다. 오하영은 아이비의 ‘A-Ha’로 섹시미를 뽐냈고, 박초롱은 찰리 푸스의 ‘Done For Me’를 성숙한 매력을 드러냈다.

에이핑크 /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이날 에이핑크는 콘서트에서 신곡 ‘%%(응응)’ 무대를 최초로 공개해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팬사랑도 빛났다. 공연 말미 에이핑크는 팬들의 감동적인 이벤트에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멤버들은 “2019년 첫 목표 콘서트였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팬 분들 덕에 큰 힘을 얻는다”, “올해도 더 많이 사랑하겠다”며 팬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에이핑크 팬클럽 판다들이 단독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특히 김남주는 “제가 듣기로 다섯 번째 단독 콘서트를 펼친 최초의 걸그룹이라고 들었다. 정말 감사하고 기적적인 일인 것 같다. 팬들 덕분에 우리가 빛난다. 저희는 여러분 없으면 무존재”라고 전하며 애틋함을 표현했다.
 
공연이 막바지에 다다르자 에이핑크는 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사진으로 남겼다. 마지막 곡을 마치고도 이어지는 팬들의 뜨거운 요청에 에이핑크는 앙코르 곡 ‘말보다 너’와 ‘Boo’까지 마치며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에이핑크 팬클럽 판다들이 단독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에이핑크는 3시간 가량의 단독 콘서트를 훌륭히 이끌며 ‘9년차’의 저력을 입증했다. 이번 콘서트는 ‘RED(레드)’와 ‘WHITE(화이트)’라는 두 가지 컬러를 내세운 타이틀에 걸맞게, ‘청순’에서 ‘카리스마’까지 변화해온 지난 9년간의 에이핑크의 성장과 현재, 그리고 무한한 가능성을 담아낸 공연으로 의미가 깊었다.

찰리푸스 트위터

 
특히 이번 콘서트 중 박초롱은 뜻밖의 셀럽이 관심을 가져 눈길을 끌었다.
 
찰리 푸스는 지난 6일(한국 시각) 에이핑크 팬이 올린 박초롱의 콘서트 솔로 무대 영상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리트윗하며 칭찬했다.
 
찰리 푸스는 자신의 곡 ‘Done For Me’를 커버한 박초롱의 영상을 리트윗하며 “와우 누구야?(Wow who is that)”라고 남기며 감탄했다.

박초롱은 지난 5일 열린 에이핑크 5번째 단독 콘서트 ‘2019 PINK COLLECTION : RED & WHITE(2019 핑크 컬렉션 : 레드 & 화이트)’에서 찰리 푸스의 ‘Done For Me’를 커버한 솔로 무대를 선보였다. 영상 속 박초롱은 자신만의 청순하면서도 고혹(!)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원곡자인 찰리 푸스 역시 박초롱에게 큰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찰리 푸스는 최근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정말 좋아한다(I really like BTS's music)”라는 글을 남기며 방탄소년단의 팬임을 자처하고, 워너원 하성운 등의 스타들을 언급해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찰리 푸스가 박초롱까지 언급하자 글로벌 팬들의 관심이 또 다시 쏠렸다.

에이핑크(Apink) ’응응(%%)’ 티저 /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에이핑크(Apink) ’응응(%%)’ 티저 /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7일 베일을 벗은 에이핑크의 미니 8집 ‘PERCENT(퍼센트)’는 음반명인 ‘퍼센트(%)’에 어떠한 숫자도 붙이지 않고 오롯이 사용해 무한한 에이핑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각오를 담았다.
 
타이틀곡 ‘%%(응응)’은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몽환적인 댄스곡으로, 멤버들은 외로움과 타협하지 않고 좋은 사람을 기다리겠다는 여자의 마음을 표현해냈다. 일상 속 ‘ㅇㅇ(응응)’이라는 단어를 기울여 ‘‘%%(응응)’으로 표현했다.

SBS ‘정글의 법칙’에서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에이핑크의 미니 8집 ‘PERCENT’에는 타이틀곡 외에도 사랑을 바라는 여자의 마음을 담은 ‘안아줘요’, 칠(Chill)한 사운드의 댄스곡이 멤버들의 보컬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느낌적인 느낌’, 세련된 스윙(Swing) 장르의 화려한 베이스 라인이 돋보이는 신스팝 댄스곡 ‘줄다리기’, 사랑하지만 이대로 충분하다는 내용을 담은 힙합 사운드 곡 ‘Enough’, 편지를 노래하는 듯한 가사와 슬픈 멜로디의 곡 ‘기억 더하기’ 등 에이핑크만의 색깔이 묻어나면서도 다채로운 음악 장르가 수록돼 눈길을 끈다.
 
지난해 ‘1도 없어’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해 ‘핑크러시’ 열풍을 일으켰던 에이핑크. 그들은 ‘청순 카리스마’ 콘셉트의 연장선에 있는 이번 앨범에서도 연속해 높은 성과를 거뒀다.

에이핑크 팬클럽 판다들이 단독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에이핑크는 8일 오전 9시 기준 신곡 ‘%%(응응)’으로 주요 음악 사이트인 벅스뮤직, 소리바다, 지니, 올레뮤직, 멜론 등 각종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거나 상위권에 안착해 9년차 독보적 걸그룹 에이핑크의 굳건한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해외에서 반응도 뜨거웠다. 에이핑크는 8일 오전 9시 기준 미니 8집 ‘PERCENT(퍼센트)’로 해외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홍콩, 대만에서 1위를 차지하고,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의 TOP5 진입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총 21개국의 차트에 진입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자랑했다.

에이핑크 팬클럽 판다들이 단독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빌보드는 지난 7일(현지 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에이핑크, 화려한 신곡의 남자에게서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다(Apink Know What They Want From a Man On Bouncy New Track: Listen)’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빌보드는 “K팝 걸그룹 에이핑크가 ‘%(응응)’ 타이틀곡으로 한 신보 ‘PERCENT(퍼센트)’로 2019년의 첫 월요일을 장식했다”고 밝히며, “80년대의 영향을 받은 관능적인 곡 ‘%%(응응)’은 멤버들이 각자 그들이 사랑해야만 하는 사람의 타입을 노래함에 따라 강렬한 신스, 쪼개지는 비트, 내려치는 퍼커션으로 진행된다”고 신곡에 대해 소개했다.

빌보드

 
이어 빌보드는 신곡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밝은 신스가 속도를 내며 내리치는 코러스 멜로디를 향해가면서 ‘반질반질 겉으론 번듯하네 헛수고인 걸 That is not enough baby 맘이 많이 따뜻한 게 중요해 그런 사람이 아님 안 될 것 같아’라는 노랫말을 표현한다”며 곡의 표현력을 설명하는가 하면, “노래의 영어 제목은 ‘예(yes)’, ‘좋아(okay)’, ‘응(uh huh)’를 의미하는 한국어 문구인 ‘응응‘을 나타낸다. 곡 전체적으로 반복돼 나타나며, 기울이면 마치 두 개의 퍼센트 부호를 겹쳐놓은 듯하다”며 한국어 제목에 담긴 의미까지 자세히 다루기도 했다.
 
더불어 ‘%%(응응)’ 뮤직비디오에서도 다뤘다. 빌보드는 “신곡 뮤직비디오에는 어둡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 '핑크 팩토리'에서 에이핑크 멤버가 코팅된 입술부터 보석으로 장식된 총까지 다양한 물체들을 조합하면서 등장한다”며, “뮤직비디오는 그들이 남자의 슈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심장을 적시기 위해 사용하는 밝은 핑크빛 액체에 그들의 아이템들을 떨어뜨리면서 마무리된다. 그동안 그들은 매혹적인 안무 퍼포먼스를 펼치며 부드러운 핑크 의상과 때때로 스팽글 룩 사이에서 다채롭고 드라마틱하게 변모한다”며 스토리와 외적인 스타일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에이핑크(Apink) 손나은 / 서울, 최규석 기자
에이핑크(Apink) 손나은 / 서울, 최규석 기자

 
그리고 에이핑크의 음악적 성장과 변화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뤘다. 빌보드는 “에이핑크의 신보는 지난 7월의 ‘1도 없어’와 연결된다. 이번 신곡에서도 그들의 커리어 초기에 알려졌던 천사 같은, 걸리시한 사운드에서 그들의 카리스마 넘치고 강렬한 면모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성숙해가며 이전에 보였던 음악적 변화가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또 빌보드는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에이핑크의 컴백 기자간담회 내용까지 다뤘다. 빌보드는 “기자간담회에서 에이핑크는 자신들에게 맞는 새로운 음악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에 대해 ‘에이핑크의 숙제’라고 설명했다”고 전하며, 멤버 남주가 “‘1도 없어’의 가사는 연인에게 이별을 선언하지만, ‘%%’의 가사는 ‘내가 원하는 사람을 찾을 때까지 외로움에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밝혔던 인터뷰를 인용하며 음악적인 부분에 대해 자세히 되짚었다.
 
빌보드는 “에이핑크는 2011년 데뷔곡 ‘몰라요’를 발표했으며 그 이후로 매력적인 스윗한 팝 음악 브랜드를 통해 한국 차트의 정상을 꾸준히 차지해왔다”며 에이핑크의 커리어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렇게 빌보드로부터 심도있는 조명을 받은 에이핑크. 현재는 콘서트와 함께 진행된 컴백이 마무리 되고도 약 일주일 지난 상태다. 에이핑크는 한국에 이어 2월 일본에서 동명의 타이틀 ‘PINK COLLECTION’을 내세운 단독 콘서트를 개최해 해외 팬들을 만난다.

 
에이핑크는 지난 20일 방영된 SBS ‘인기가요’에서 미니 8집 ‘PERCENT(퍼센트)’의 타이틀곡 ‘%%(응응)’의 마지막 무대를 1위로 화려하게 장식했다.
 
그들은 MBC 에브리원 ‘쇼챔피언’, Mnet ‘엠카운트다운’에 이어 총 3관왕에 등극했다. 에이핑크는 2주간의 짧은 활동에도 강력한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9년차 걸그룹의 음악방송 1위는 2015년 소녀시대 이후 2번째 기록으로 더욱 의미가 깊다.

 
에이핑크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활동 마무리 소감을 전했다. 특히 윤보미는 “팬 여러분, 연말부터 콘서트, 컴백까지 함께 달려오느라 고생 많았어요! 활동도 짧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많은 추억 남긴 행복한 활동이었어요. 9년차라는 이유로 많이 부담될 때도 있고 걱정도 많아지기도 하지만 우리 팬들과 함께할 때만큼은 서로에 집중해서 행복하기 만한 것 같아요”라며 아쉽고도 즐거웠던 활동 마무리 소감을 남겼다.

 
그들을 향한 해외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에이핑크 지난 8일 오전 9시 기준 미니 8집 ‘PERCENT(퍼센트)’로 해외 아이튠즈 앨범 차트에서 홍콩, 대만에서 1위를 차지하고,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의 TOP5 진입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덴마크, 호주, 캐나다, 러시아 등 총 21개국의 차트에 진입하며 글로벌한 인기를 자랑했다.
 
이처럼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이번 활동. 기자는 이번 콘서트와 컴백 활동을 보면서 문득 2014년 에이핑크가 떠올랐다. 공식 팬클럽인 판다가 이 글을 보고 과연 공감을 할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떠오른 이유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일단 이번 컴백에서 2014년 에이핑크가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퍼센트’ 기자간담회 속 정은지의 ‘1년 2컴백 발언’이었다. 정은지의 1년 2컴백 발언은 상당히 선언적인 면이 있었다.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를 건네받고 한 첫 발언이 이것이기 때문이다.(정은지는 지난해 솔로앨범 ‘혜화’ 발매 기념 라운드인터뷰에서도 1년 2컴백의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에이핑크 팬클럽 판다들이 단독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팬들 사이에서도 년초 컴백이 1년 2컴백의 포석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것을 사실상 오피셜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에이핑크는 2014년을 마지막으로 1년에 2컴백 이상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타이틀곡으로 이야기하자면 2015년 ‘리멤버’, 2016년 ‘내가 설렐 수 있게,’ 2017년 ‘파이브’, 2018년 ‘1도 없어’ 활동이 한해 활동의 전부였다.
 
2014년 이후에 데뷔한 걸그룹들이 1년 3컴백도 심심치 않게 하는 것을 감안하면, 에이핑크는 ‘현역’ 걸그룹 중 확실히 활동 간 텀이 긴 편에 속한다. 그런데 딱 2014년도엔 그렇지 않았다.

 
2014년은 에이핑크가 ‘미스터츄’, ‘LUV’를 발매한 해였다. 이때는 막내 오하영이 미성년자였는데 올해 스물네 살이 됐다.
 
근데 2014년엔 에이핑크 리더 박초롱의 나이가 바로 스물네 살이었다. 그래서 ‘스물 네쨜’ 애교가 이 해에 나왔다. 판다들이라면 무슨 애교인지 아시리라.

데뷔할 때부터 박초롱은 소위 ‘나이 드립’을 많이 하는 멤버였다. 에이핑크에선 최연장자이기 때문에 나이 먹는 걸로 놀림도 많이 당했다. ‘LUV’ 활동 끝나고 2015년이 됐을 때 그가 반오십(25살)이 됐다고 놀리는 멤버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근데 막내인 오하영이 바로 그 스물 네 살이 되자 박초롱은 하고 싶은 것을 많이 하라고 조언했다. 콘서트 속 그는 “요즘은 20대에 충분히 많은 것을 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 중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걸그룹계 대표 집순이인 박초롱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여서 특히 관심이 갔다. 집에 있는 것이 그렇게 좋다던 그가 ‘많은 것을 해보지 못한 것’에 후회한다니. 박초롱에게도 이제 스물 네 살은 확실히 ‘어린 나이’가 된 것이다.

 
그리고 2014년의 에이핑크는 사실상 대한민국을 통틀어 유일하게 청순 컨셉을 구사하는 걸그룹이었다. 2013-2014년도 걸그룹계는 섹시가 대세(걸스데이, AOA, 피에스타, 헬로비너스, EXID 등)였기에 본래 청순계열 쪽이었다고 할 만한 팀들도 섹시로 노선을 바꾸기도 했다.

에이핑크(Apink) 박초롱 / 서울, 최규석 기자
에이핑크(Apink) 박초롱 / 서울, 최규석 기자

 
하지만 2019년 현재는 다르다. 리더 초롱이 기자간담회에서 “이제 청순을 보여줄 팀들은 우리 말고도 많이 있다”고 언급했다. 청순한 컨셉을 할 다른 후배들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 대한민국 유일무이 청순걸그룹이라는 에이핑크의 리더 입에서 “우리가 보여줄 수 있는 청순은 다 보여드린 것 같다”고 말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고자 하는 배경을 설명한 것이다.
 
2014년도는 사실 후발 청순 걸그룹인 러블리즈가 데뷔한 해이기는 하다. 하지만 연말이 다 돼서 나왔기 때문에(데뷔곡 ‘캔디 젤리 러브’ 2014년 11월 17일 발매) 한해의 트렌드 중 하나로 이야기하긴 힘들었다. 2015년이 되고 나서 여자친구, 오마이걸 등의 팀들이 데뷔했고, 이들이 박초롱이 말한 ‘우리 말고도 청순을 보여줄 후배’들로서 가요계에서 활약 중이다. 이젠 2014년-2015년도에 데뷔한 걸그룹들이 당시 에이핑크의 연차가 됐다. 2014년은 에이핑크가 데뷔 1천일 팬송인 ‘굿모닝 베이비’(2014년 1월 13일)를 발매한 해이기도 한데, 이 후배들도 이제 데뷔 1천일은 훌쩍 넘겼다.

 
‘굿모닝 베이비’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자면 이 노래는 데뷔 1천일 기념 팬송인 동시에 6인 체제 에이핑크의 첫 팬송이기도 하다. 2012년에 발매한 첫 팬송인 ‘4월 19일’은 7인 체제 에이핑크로 낸 곡이고, 2013년도에는 따로 팬송을 발매하지 않았기 때문.(‘시크릿가든’의 수록곡 ‘유유’를 팬송으로 보는 시각은 좀 있다)
 
이 ‘굿모닝 베이비’ 이후 에이핑크는 꾸준히 팬송을 내고 있다. 2015년 ‘새끼손가락’, 2016년 ‘네가 손짓해주면’, 2017년 ‘Always’, 2018년 ‘기적 같은 이야기’가 그러하다.

 

 

스페셜 앨범 ‘Dear’의 타이틀곡인 ‘별의 별’과 ‘핑크레볼루션’의 수록곡 ‘To. US’ 같은 곡들까지 감안하면, 이젠 팬송만 따로 분류해서 앨범을 내도 될 정도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컴백 앨범 ‘퍼센트’를 감상하다보니 팬송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 노래는 ‘기억 더하기’다.
 
원택(1 Take), 탁(TAK) 프로듀서가 만든 이 노래는, 명확히 ‘팬송’이라 부르기는 힘든 노래이긴 하다. 하지만 이 가사 속 이야기는 현재 에이핑크와 판다들의 상황을 정확히 대변한다.
 
‘기억 더하기’의 가사는 아래와 같다.

에이핑크 팬클럽 판다들이 단독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문득 쓸쓸한 밤이 나를 찾아온
지친 하루의 끝쯤에서
매일같이 걸어가는 바쁜 시간 속
나와 같이 발을 맞춰주는 너
 
가끔 흔들리고 무거운 날이 올 때마다
넌 언제나 내 곁에서 날 감싸주네
 
왠지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려 해
너무 자연스럽게 내게 들어온 너
이 순간 속에서 기억 하나를 더한다는 건
마치 영화 같은 걸 난 이제야 알았어
 
수많은 사람 속에 나를 찾아낸 너
어떻게 알았을까 너무 알고 싶어
설명할 수 없는 거 말이야 감정은 보이지 않잖아
이 물음표 나를 웃게 하는 걸
 
가끔 흔들릴 때마다 너를 떠올리게 돼
내 곁에서 이대로만 계속 있어 줄래 Oh
 
왠지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려 해
너무 자연스럽게 내게 들어온 너
이 순간 속에서 기억 하나를 더한다는 건
마치 영화 같은 걸 난 이제야 알았어
 
혹시 네게 밤이 온다면 내가 너를 비춰줄게
네가 내게 해줬었던 것처럼
너무나도 달랐던 너와 내가 만난 건
우연은 아닐 거야
 
왠지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려 해
너무 자연스럽게 내게 들어온 너
이 순간 속에서 기억 하나를 더한다는 건
마치 영화 같은 걸 난 이제야 알았어
 
이제야 알았어
난 이제야 알았어
놓지 않을 거야 우리

 

에이핑크(Apink) 김남주 / 서울, 최규석 기자
에이핑크(Apink) 김남주 / 서울, 최규석 기자

가사의 메시지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기억을 더해나간다는 행위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 마지막 하나는 기억을 더해나가는 우리의 관계를 놓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 가사를 보고 약간이라도 뭉클한 감정이 든다면 아마 당신은 판다일 것이다.
 
2019년 현재 에이핑크는 미지의 영역 위에 서 있는 팀이다. 일단 3대 기획사에 속하지 않은 걸그룹이 9년차가 된 시점에도 팀 단위로 활동한다는 것부터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단독콘서트를 열 정도로 팬덤을 유지하면서 활동한 경우는 그냥 ‘없다’고 잘라 말해도 된다.
 
그리고 청순으로 시작한 팀치고는 그 예를 찾기 힘들 정도로 아주 늦게 컨셉 변화를 시도한 팀이기도 하다. 

에이핑크 팬클럽 판다들이 단독콘서트를 축하하기 위해 보낸 화환 / 이정범 기자

 
예를 들어서 이야기해보겠다. 먼저 대한민국 레전드 청순걸그룹 핑클.
 
핑클의 데뷔앨범 타이틀곡인 ‘블루레인’은 1998년 5월 25일에 나왔다. 그리고 이런 그들이 섹시 컨셉으로 변신한 노래인 ‘NOW’가 나온 시기는 2000년 10월 1일이다. 약 2년 사이에 방향성이 완전히 달라진 셈.
 
많은 걸그룹들의 롤모델이자 한 시대의 정점 소녀시대. 이들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는 2007년 8월 3일’에 나왔다. 이들이 걸크러쉬 컨셉으로 최초 변신한 노래인 ‘소원을 말해봐’는 2009년 6월 25일에 발매됐다. 걸크러쉬 걸그룹으로서 변신을 선언한 곡이나 다름없는 ‘런 데빌 런’의 경우에는 2010년 3월 22일에 발매됐다. 소녀시대도 데뷔 이후 약 2~3년 사이에 컨셉이 확 변한 것이다.
 
에이핑크와 동기 걸그룹이라 할 수 있을 달샤벳이나 헬로비너스는 어떨까. 달샤벳의 데뷔곡 ‘슈파 두바 디바’는 2011년 1월 4일에 발매됐다. 그런데 섹시 걸그룹으로 변신을 선언한 곡인 ‘내 다리를 봐’가 2013년 6월 20일에 발매했다. 선대 걸그룹들과 마찬가지로 약 2년 만에 팀의 방향이 달라진 셈. 헬로비너스의 데뷔곡 ‘비너스’는 2012년 5월 9일 발매됐으며, 섹시 컨셉으로 변신한 곡 ‘끈적끈적’을 2014년 11월 6일에 발매했다. 이 경우에도 컨셉이 바뀌는데 걸린 시간은 약 2년 정도.

에이핑크(Apink) / 서울, 정송이 기자
에이핑크(Apink) / 서울, 정송이 기자

 
이런 앞선 사례들이 있는데 에이핑크는 한 컨셉을 7년차까지 유지하다 8~9년차부터 변화를 주고 있는 셈이다. SM, DSP(과거 대성기획)처럼 아이돌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획사에서도 이런 식으로 안 했으니, 사실상 참고할 선례가 없는 셈이다. 이젠 에이핑크 본인들이 타 그룹과 기획사들이 참고할 선례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사실 이번 경우처럼 단독콘서트+기자간담회+새 앨범 발표를 한 번에 진행한 것 역시 참고할만한 다른 선례가 충분히 쌓여있다고 보기 힘들다. 프로듀스 시리즈 아이돌들이 활약하기 시작하면서 ‘쇼콘’이라는 개념이 도입은 됐지만, ‘쇼콘’하고 ‘단독콘서트’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앨범 발매하면서 쇼케이스 겸 미니 콘서트를 하루 진행하는 것하고, 20곡 이상의 노래를 이틀에 걸쳐 소화하는 경우가 같다고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런데 하루에 약 3시간 동안 진행되는 콘서트를 준비하는 도중에 잠깐 시간 내서 기자간담회까지 진행했으니. 에이핑크나 플랜에이 직원들이나 얼마나 고생했을지 눈에 선하다.

KBS2 ‘슈퍼맨이 돌아왔다’

 
컴백 전 손나은의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 팀 단체 ‘런닝맨’ 출연 등의 빌드업을 보여준 것치고 컴백하고 나서 플랜에이 행보가 아쉽다는 목소리가 있긴 한 것으로 안다. 컴백 활동도 2주로 짧은 편이고, 컴백을 했는데 팬들이 원하는 만큼 방송에 나오지 않았던 것도 불만요소였을 것이다.
 
‘슬램덩크’ 속 주인공팀 북산이 최강 산왕까지 이기는 파란을 보여줬지만, 다음 경기에 귀신 같이 패배했을 때 느낌이 이와 비슷하려나.
 
기자 역시 예전 체제의 플랜에이에 비판적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나, 그래도 이번 컴백의 경우에는 나름 참작할만한 부분이 있다고 본다.

이정범 기자

 
아마 플랜에이 입장에서도 ‘파이브’ 활동이나 ‘1도 없어’ 때 정도로 컴백 플랜을 세웠으면 수고도 덜고, 욕(!)도 덜 먹었을 것이다. 외려 칭찬을 받지 않았을까.
 
하지만 10년차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에이핑크라는 팀이 ‘현재’를 유지하고, ‘미래’를 바라보기 위해선 이전까지와는 달라야 한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근 4~5년 가까이 1컴백만 진행해온 멤버들의 마음을 무시할 수도 없던 상황에서 참고할만한 사례도 없으니. 비판의 여지가 있다고 해도 ‘할법한 시행착오’였다고 보인다.
 
그저 ‘현재진행형인 존재로서 에이핑크’를 유지하고자 하는 의지 하나는 충분히 느꼈다는 것만으로도 기자는 만족한다. 분명 에이핑크나 플랜에이나 의지는 매우 충만했다고 생각한다.

에이핑크(Apink) 정은지 / 서울, 최규석 기자
에이핑크(Apink) 정은지 / 서울, 최규석 기자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렇고 콘서트에서도 그렇고 유독 정은지는 ‘7년차 징크스를 깬 팀’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신화 같은 팀이 되고 싶다는 말은 예전부터 했었는데 이번에 레파토리 하나가 더 추가된 것이다.
 
이 발언은 어느 정도 ‘자기암시’에 가깝다고 느껴진다. 그 깨기 어렵다는 7년차 징크스를 깼으니 앞으로도 우리는 더 계속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자기암시’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상상해봤다.
 
콘서트 속 멤버들의 발언을 보면서 ‘팀의 현상유지’에 대한 불안이 어느 정도 느껴지긴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손나은이 “이제 벌써 26살이다”라는 말을 했으니.

에이핑크(Apink) 윤보미 / 서울, 최규석 기자
에이핑크(Apink) 윤보미 / 서울, 최규석 기자

 
윤보미가 “여러분이 원하는 것 지키려고 노력하겠다”고 한 것도 마찬가지. 이 발언 역시 한해 한해 완전체 에이핑크를 유지해나간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도전이 될 걸 예감하고 한 말이라 본다.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어려울지라도 노력하겠다는 것 아닐까. 그냥 함께 영원하자고 쉽게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자체는 인정하고 똑바로 현재를 바라봐야 ‘진정한 영원함’을 추구할 수 있다.
 
물론 부정적으로 보자는 것은 아니다. 9년차나 된 팀이 앞으로도 계속 함께 하고 싶어서 아등바등 노력하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직도 팬들의 마음에 진심으로 감동하고 우는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나에게 에이핑크란?’이라는 질문에 팬들이 답한 글들이 담긴 영상을 보고 벅 차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익히 알던 에이핑크가 아닌가.

 

아이돌판에서 그룹의 탄생과 소멸을 바라보다 보면, 아직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예정된 이별을 조용히 기다리는 경우를 수도 없이 보게 된다. 에이핑크와 비슷한 연차인 팀은 물론이고 더 활동경력이 적은 팀들도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럴 때 팬들은 그 예정된 이별을 직감하면서 슬퍼할 뿐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게 된다.

에이핑크(Apink) 오하영 / 서울, 최규석 기자
에이핑크(Apink) 오하영 / 서울, 최규석 기자

 
지금의 판다는 적어도 그런 상황은 아니다. ‘우리 애들’ 신곡을 홍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단콘 참석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티켓팅에 참여하고, 플랜에이에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분통을 터뜨리기도 한다. 이 모든 감정들은 ‘현역 걸그룹’의 팬으로서 살고 있음을 증명한다. 적어도 판다들이 이런 감정들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는 한, 에이핑크 역시 계속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에이핑크 / 플랜에이엔터테인먼트

 
현역 걸그룹 중에서는 베테랑 중 베테랑이지만, ‘신화 같은 팀’이 되는 여정은 이제야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도 치열하게 ‘기억 더하기’에 나설 에이핑크의 행보를 함께 지켜보자. 9년차나 됐음에도 ‘무한대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퍼센트’라는 앨범을 낸 그들의 앞날을 함께 응원해주실 분들은 ‘응응’이라 대답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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