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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만의 시계 있다”…‘은주의 방’ 류혜영, 조급함 버리고 여유를 찾다

  • 김하연 기자
  • 승인 2019.01.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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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연 기자] 3년간 공백기를 가졌던 류혜영이 ‘조급함’은 버리고 ‘여유’를 찾아 대중들에게 돌아왔다.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효자동의 한 카페에서 류혜영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류혜영은 지난 22일 종영한 올리브 ‘은주의 방’에서 은주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이날 종영 소감을 묻자 류혜영은 “사실 ‘은주의 방’팀이 ‘백일의 낭군님’이라는 좋은 작품을 찍고 와서 호흡이 잘 맞춰져 있었다. 숟가락만 얹은 기분으로 들어가서 너무 편안하고 행복하게 촬영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12월 5일 촬영이 끝난 후 ‘은주의 방’을 떠나보내기 위해 하와이로 40일간 여행을 다녀왔다는 류혜영은 한층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은주의 방’은 인생이 제멋대로 꼬인 셀프 휴직녀 심은주가 셀프 인테리어에 눈뜨며 방을 고쳐가는 과정에서 망가진 삶도 회복해 가는 인생 DIY 드라마로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당초 원작을 보지 않았다는 류혜영은 작품에 캐스팅된 후 웹툰을 보게 됐고, 은주에게 깊은 공감을 느꼈다고. 

“자신이 선택해서 백수가 된 29세 취준생이 겪는 고민, 성장해나가는 모습들이 공감이 됐고 은주의 감정을 잘 따라갈 수 있었다. 웹툰을 보고 은주의 감정을 따라가면서 힐링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걸 드라마로 표현해서 웹툰의 취지가 잘 전달된다면 시청자들도 ‘은주의 방’을 통해 힐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그는 웹툰 원작인 작품을 드라마화 시키면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함’을 잃지 않으려 했다고 밝혔다. 

“은주라는 캐릭터를 보고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주는 어디에나 있을 있고, 나 혹은 친구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내 또래 청춘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시작했기 때문에 최대한 현실적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19년 된 잘생긴 남자친구가 있다는 건 판타지지만. (웃음)”

류혜영은 극 중 캐릭터와 본인의 닮은 점으로 ‘그가 처한 상황’과 ‘고민’들을 꼽았다. 자신의 꿈과 진로에 대해 혼자서 치열하게 고민해나가는 은주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것이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  영화 ‘특별시민’ 이후 그가 공백기를 선택한 이유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큰 관심과 덩달아 따라온 조급함 때문이었다. 

“이 관심을 이어가고 싶어서 빨리 다른 작품을 하고 싶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컸다. 그런 조급함이 나한테는 안 좋게 작용할 것 같아서 쉬었다. 진짜 중요하고 멀리 있는 것을 위해 조금씩 가야 하는데 그걸 보지 못하고 눈 앞이 흐려진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한동안 공백기를 가졌던 그는 “나 스스로 중심을 단단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되게 컸다. ‘특별시민’을 찍고 쟁쟁하신 선배님들께 프로가 가진 마음가짐을 배웠다. 그리고 돌아보니까 내가 너무 작아졌고, 한계에 대해서도 느끼게 됐다. 그래서 나 스스로한테 관심을 돌려서 고민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고민을 하는 동안 나만의 시계가 있다는 걸 느꼈다. 남의 시계를 좇아가는 건 불행해지는 것 같고, 나의 시계를 따라 흘러가는 게 좋을 것 같다. 남들이 보기에도 그게 더 편안하고 좋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공백기 후 선택한 첫 작품, 그리고 주연이라는 타이틀에 부담감도 있었을 터. 

“부담감도 엄청났다. 하지만 그 부담감 덕분에 더 많이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 현장은 바쁘게 돌아가니까 깨닫고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데 ‘은주의 방’은 주 1회 방송돼서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있는 현장에서 차근차근 배워나갈 수 있었다”

3년 만의 드라마 복귀에서 눈에 띈 점은 바로 김선영과 모녀 사이로 나왔다는 것. 김선영과 류혜영은 tvN ‘응답하라1988’에서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로 한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3년 후 모녀로 호흡을 맞춘 그들의 우정은 남달랐다.

“이번에 오랜만에 작품을 했는데 ‘은주의 방’에 선영 선배님이 엄마로 출연한다는 말을 듣고 너무 감사해서 출연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덕분에 힘이 된다고 문자를 드렸다. 그랬더니 선영 선배님이 ‘너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고 말해주셔서 너무 감동이었다. 같이 붙는 장면이 아니어도 내 엄마가 선영 선배님이고, 그런 선배님의 마음을 알고 촬영하니까 너무 감사했다”

류혜영은 김선영뿐 아니라 감독, 스태프들을 비롯해 함께 연기한 동료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촬영 현장은 굉장히 화기애애했다. 주 2회 드라마보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서 스태프들도 기운이 좋았다. 아침에 나와서 촬영하고 저녁에 들어가서 충분히 잠을 자니까 컨디션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런 컨디션의 사람들이 모여서 즐겁게 촬영하다 보니까 그 기운이 화면으로도 전달이 된 것 같다. 정말 행복했다” 

긴 공백기를 거쳐 선택한 ‘은주의 방’을 통해 류혜영은 다시 한 번 배우로서의 방향성을 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배우들은 어떤 작품을 하고 나서 새로운 작품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에 대해 늘 고민한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공백기를 가지면서 고민도 하고 많은 걸 깨달으면서 스스로에 대해 알게 됐다”며 “이제 새로운 작품을 할 용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쉬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현장에 나가는 게 무서운 마음도 있었다. 예전에도 그렇게 잘하지는 못했지만, ‘더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무서운 마음도 있었는데 해소됐다. 자신감이나 자존감도 회복이 됐다”면서 “치열하게 고민했던 시간 속에서 얼마나 성장했는지도 느껴보고 싶었는데 이 작품 하면서 어느 정도는 ‘성장했구나’라는 걸 스스로 깨닫는 지점이 있었다. 차지가은 많이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라고 ‘은주의 방’을 통해 얻은 것을 설명했다.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드라마에 약 3년 만에 복귀하는 류혜영을 위해 팬들도 앞장서서 응원에 나섰다. 드라마 본방사수와 홍보는 물론, 촬영장에 커피차를 보내는 등 류혜영을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에 류혜영은 “너무 감동이었다”며 울컥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작은 마음들이 쌓이고 쌓여야 완성되는 걸 아니까. 친구, 다른 배우들이 해주는 것도 고맙지만 그것보다 오랜만에 현장에 나왔는데 팬들이 잊지 않고 응원을 보내주니까 벅차올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옛날에는 ‘팬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대단한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응답하라1988’ 하고 나서 감사하게도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생기니까 그때서 실감을 하게 됐다. 그 이후부터는 나를 봐주고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좌절하게 될 때도 일어나게 된다”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힘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너무 소중하다”고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류혜영은 그간 영화 ‘나무뒤에 숨다’, ‘졸업여행’, ‘나의 독재자’, ‘해어와’, ‘특별시민’, 드라마 ‘스파이’, ‘응답하라1988’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그의 작품 선택 기준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적당히 전 작품과 비슷하면서도 도전할 수 있는 어느 지점에 있는 역할을 선택하는 것 같다. ’이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은 무조건 믿고 본다’ 하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또 내가 선택하는 작품이 대중들에게 ‘좋은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서 단순히 어떤 역할을 보고 선택하기 보다 일단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이냐를 먼저 생각한다”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어느덧 데뷔 12년 차. 류혜영은 12년 이란 시간동안 연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늘 새롭고 재미있다”며 “아직 멀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어느 날은 되게 힘들었다가도 어느 날은 뿌듯했다. 모든 직업이 다 힘들겠지만, 배우라는 직업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직업적인 것 말고도 인간적으로도 깊게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일인 것 같다” 

이날 류혜영은 간단하면서도 확고한 2019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2019년 계획은 작품을 하는 것이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후회가 되지는 않지만 조금 많이 조급했던 것 같다. 일에 있어서도 생활에 있어서도 그 조급함이 나한테는 좋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돼서 여유로운 사람이 되려고 한다” 

이에 어떤 작품에 출연하고 싶냐고 묻자 그는 “더 늦기 전에 액션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하고 싶은 게 되게 많다”며 “이번에 OST에 처음 도전해봤는데 너무 뿌듯하고 좋더라. 뮤지컬 영화, 의학 관련 이야기도 하고 싶다”고 들뜬 모습으로 답했다.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류혜영 / 눈컴퍼니 제공

끝으로 그는 함께 작업한 배우, 스태프 그리고 이 세상 모든 ‘은주’에게 인사를 건넸다. 

먼저 류혜영은 “같이 작업한 스태프, 배우들 따뜻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받은 것 같다. 혼자 촬영한 게 아니라 모든 스태프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밀어준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같이 한 식구들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이어 “이 나라에 은주들이 많을 것 같은데 그분들이 ‘은주의 방’을 보고 힘내서 긍정적으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나 또한 은주를 연기하면서 아니 은주언니 덕분에 힘을 얻었으니까”라고 덧붙이며 은주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조급함을 벗어나 자기만의 시계를 찾아 돌아온 류혜영은 그의 바람처럼 한층 여유로워진 듯 보였다.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그의 모습에서 더욱 오랫동안, 다양한 작품을 통해 그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계획으로 새 작품을 언급한 만큼 브라운관, 스크린을 통해 반짝이는 그의 모습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지 않을까. 2019년 또 다른 작품으로 돌아올 류혜영을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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