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드림웍스 제작진의 새해 애니메이션 ‘구스 베이비’가 2일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오후 4시 30분 언론/배급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16일 개봉예정인 영화 ‘구스 베이비’는 까칠 싱글남 구스 잭과 어느 날 갑자기 그를 엄마로 임명한 아기 오리남매 오키&도키가 모험을 하면서 가족이 되는 이야기다.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성인 관점에서만 평가한다는 것이 다소 곤란하게 느껴지긴 한다. 성인 관객 입장에선 비판할 수 있는 점이라 해도 영화의 주요 타깃인 아동들에겐 그다지 의미가 없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눈에 보였던 것을 이야기 안 할 수는 없으니 그 어떤 권위도 없이 한명의 관객 입장에서 영화를 보고 난 뒤 들었던 감상에 대해 기술해보려 한다. 기술할 것은 주로 마케팅적인 측면이다.
먼저 이야기할 것은 국내 마케팅 담당이다.
국내 마케팅담당 측에서는 일을 할 만큼 했다고 평할 수 있다. 2019년 현재 기준 지상파3사인 mbc의 투탑 예능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나 혼자 산다’와 ‘전지적 참견 시점’의 주역인 전현무와 박성광을 캐스팅한 것은 여러모로 홍보라는 관점에서 ‘일 잘했다’고 평할만한 요소.
스타마케팅 이야기가 나오긴 하지만, 일단 홍보담당자 입장에선 영화를 수입+배급하기로 한 이상 널리 알려지는 게 최우선일 수밖에 없다. 스튜디오의 명성 그 자체가 흥행보증수표거나(디즈니, 픽사 등) 기존의 유명세가 엄청난 작품인 것이 아니라면(라이언킹 등) 유명세를 가진 누군가의 힘을 빌릴 수밖에.
그 누군가는 사람이 될 때도 있고 프로그램이 될 때도 있는데 ‘구스 베이비’의 경우엔 둘 다다. 전현무와 박성광 두 사람 모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연예인인데다가 그들이 출연 중인 방송도 최정상급 인기프로그램이니. 오히려 이렇게 딱 캐스팅 된 것이 신기할 정도다.
영화소개문구도 그렇고(나 혼자 사는 까칠남 잭) 영화 속 대사에서도 그렇고(‘전지적 참견 시점’을 연상케 하는 대사가 나온다) 이 작품은 현재 핫한 예능인과 인기 프로그램의 힘을 빌리고자 한다는 것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숨기기는커녕 적극적으로 널리 알려서 관객을 끌어 모으려고 한다.
결국 이런 라인업 덕분에 지상파인 KBS2 ‘연예가 중계’에서 홍보도 할 수 있게 됐으니. 흥행의 확률을 높이고 가능한 최대로 인지도를 쌓아올리는 것이 마케팅 업의 본질이라고 봤을 때 꽤 열심히 일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래서 얼마나 흥행하느냐는 하늘의 뜻이겠지만 말이다.
사실 유아, 박성광, 전현무 세 사람의 이름이 전면에 나와서 그렇지 기성 성우 라인업이 부실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전현무, 유아, 박성광 외에도 ‘구스 베이비’에는 다양한 애니메이션에서 열연을 펼친 국내 최정상급 성우들이 출연한다.
아기 오리 도키 역과 잭의 여자친구 진 역에는 ‘1대 도라에몽’ 역으로 유명한 김서영 성우가 맡았다.
구스 무리를 이끄는 빙 역에는 ‘명탐정 코난’의 유명한 탐정으로 유명한 이정구 성우가 참여했다.
야생의 지배자 반조 역에는 어린이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터닝메카드W’ 시리즈부터 ‘빅 히어로’의 ‘베이맥스’, ‘마당을 나온 암탉’ 등과 같은 다양한 애니메이션에 출연한 홍범기 성우가 열연했다.
이외에도 ‘모아나’ 마우이의 이장원 성우, ‘스폰지밥3D’의 스폰지밥 전태열 성우, ‘뽀로로 극장판’ 루피 홍소영 성우 등이 참여했다. 연출도 네임드 PD인 심정희 PD가 연출을 맡았다.
성우 팬들 입장에서는 상기한 성우들이 메인으로 참여한 ‘구스 베이비’를 원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만화왕국 SBS 시절 내지 투니버스가 ‘WE’ 앨범 내던 시절에 만화 좀 각 잡고 봤다 싶은 독자 중에 홍범기, 김서영, 이정구 성우의 이름을 모르는 이는 (아마도) 없을 테니, 이 세대에 속하는 독자들이라면 더욱 그랬을 수도.
이 부분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텐데, 기자는 그나마 마케팅 전략 전술이 확실히 잡혔기 때문에 심정희PD가 스타들이 들어갈 배역 외에는 기라성 같은 성우들을 캐스팅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해석한다.
사족을 좀 붙이자면 기자도 빙 역의 이정구 성우가 MBC ‘몬타나 존스’에서 주인공 몬타나 존스 연기할 때 본방사수하면서 만화를 본 사람이기 때문에 전문 성우의 중요성을 모르진 않는다.
다만 아직 검증된 스타 성우를 기용한다는 것이 영화판에서 확실한 마케팅 포인트로써 자리 잡힌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하는 소리.
스타의 영화판 애니메이션 더빙 논란은 현재 30대인 기자가 미성년자일 때도 나왔던 이야기(ex : 1995년 ‘돌아온 영웅 홍길동’)인데 이게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것은 여러 의미에서 꽤나 유감이다.
일단 국내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그 다음은 제작진이 염두 했을 마케팅 포인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 영화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는 영상미와 슬랩스틱 코미디다.
까칠한 거위와 귀여운 오리들이 겨울을 피해 따뜻한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본 줄기 안에서 영화는 자신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을 거의 쏟아내듯 보여준다.
제작진은 계절의 변화와 여행 중 만나게 되는 장소들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그게 어느 정도냐면 새 가족의 여행이라는 줄거리가 사실상 이를 위한 포석이라 해석해도 될 정도다.
그리고 이런 영상미들 사이사이를 채우는 것이 슬랩스틱 코미디.(심지어 악역도 슬랩스틱을 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선보일 슬랩스틱 코미디가 취향에 맞는 사람들에게 이 기사에 언급하는 부분들은 아무 의미가 없다. 웃겨보고자 하는 장면에서 시원하게 웃고 즐기면서 귀여운 새 가족의 매력에 흠뻑 취하면 그만.
다만 이 두 가지가 강력한 마케팅 포인트로써 장면을 꽉꽉 채우다보니 기자 입장에서는 아쉬운 것이 두 가지 정도 생겼다.
하나는 거위 잭의 깊이 부족
이야기 중반부 즈음에 잭이 왜 나 혼자 사는 까칠한 거위가 됐는지 나오는데, 이걸 그냥 대사 한 줄로 처리하고 넘어간다.
근데 사실상 거위 잭이 원탑인 영화에서 이런 식으로 사연을 대사로 넘겨버리면 영화 전체의 깊이가 약해진다.
유명 만화인 ‘슬램덩크’의 인기 캐릭터 정대만. 그의 사연과 감정이 충실히 묘사되지 않았다면 과연 그가 쏟아내는 명대사들에 공감하고 그의 활약을 짜릿하게 느꼈을까. 최고의 농구 유망주였던 그가 어떻게 양아치가 됐는지, 그리고 어떤 과정을 통해 회개했는지 상세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캐릭터에 힘이 실리는 것이다. 이와 비교하면 잭의 묘사는 다소 부실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자간담회에서 잭을 연기한 전현무도 자신을 까칠남(정확히는 까칠하면서도 츤데레 매력이 있는)이라 소개했는데, 사실 사람이 까칠해지는데는 대체로 이유가 있지 않은가. 타고난 성격이 원래 더러운 것이 아니라면 까칠함이라는 것은 인생의 여러 경험 가운데에서 생겨나기 마련이다. 잭 역시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이를 좀 잘 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사연 자체는 분명 깊이 있게 다룰만한 사연이었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이 부분이 단 3분이라도 충실히 표현됐다면 새 가족의 화합이 좀 더 감동적으로 느껴졌을 듯하다.
나머지 하나는 개연성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만화 ‘원피스’로 치면 견문색 패기(타인의 기척을 느낄 수 있는 능력)가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캐릭터를 막론하고 누군가를 찾는 걸 지나치게 잘한다.
특히 홍범기 성우가 연기하는 악역 반조는 처음엔 좀 그럴 듯하게 주인공 일행을 추격하는 듯 하더니 중반 즈음부터는 거의 고양이 홍길동이 된다. 그가 어떻게 주인공 일행을 찾았는지 전혀 설명이 없다. 이게 마지막으로 갈수록 더하다.
그리고 잭 일행은 걸어서 이동하고(심지어 갓 태어난 오리 두 마리를 케어하면서 이동) 거위 가족은 날아서 이동하는데도 이동거리가 별로 차이 나지 않는다. 심지어 잭이 다른 거위 떼보다 한참 늦게 출발했는데도 후일 비행 중인 그들을 발견하는데, 이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설명이 없다.
몇몇 장면들을 봤을 때 아예 생각을 안 해둔 것 같진 않은데 최종본이 나오는 과정에서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영상미와 슬랩스틱 코미디를 많이 보여 줘야하고, 아동 대상 영화여서 플레이타임이 길면 안 되니 결국 이야기의 고리가 될 만한 요소(=마케팅 포인트가 아닌)들이 잘린 것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저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동심을 충전한다는 마음으로 영화관을 찾는다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어린이 관객은 말할 것도 없고) 사실 성인 관객들이 어릴 때 봤던 만화영화도 ‘구스 베이비’와 크게 별 차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이점이 이 영화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 옛날 생각하면서 본다는 자세로 관람하면 몇몇 장면에서 추억에 젖을 수도 있고.(무려 깜XX소다 광고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품 감상을 꼭 평론가적인 시야에서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다만 영화 막바지 즈음에 나오는 한 장면이 영화 시나리오를 짤 때부터 생각해둔 회심의 명장면으로 보이는데(어쩌면 이 장면 때문에 ‘구스 베이비’가 탄생했을 수도 있다), 이야기의 빌드업이 충실히 진행됐다면 ‘인사이드아웃’과 같은 영화에서 느꼈던 감동을 ‘확’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이런 장문의 글을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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