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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모이’ 엄유나 감독, “우리말을 지킨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사람의 온기 전달하는 영화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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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신아람 기자) “책 냄새, 사람 냄새, 술 냄새 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말모이’ 엄유나 감독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말모이’는 우리말이 금지된 1940년대 말을 지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독특한 제목의 출처는 우리말이 사라질 뻔했던 우리 역사다. 주시경 선생이 한일 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선생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이다. 

첫 데뷔작 개봉을 앞둔 엄 감독은 모든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사뭇 긴장한듯한 모습이었다. 

엄유나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유나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영화 ‘택시운전사’ 각본을 통해 이름을 알린 엄 감독. 그가 직접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조선어학회 사건, 주시경 선생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평균 상식적으로만 알고 이었던 역사적 사실이었다는데 우연히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우편물을 모아 말을 모으고 사전을 만드는 것에 동참했다는 자체가 감동적이더라”

특정 위인들의 이야기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엄 감독은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한다.

첫 데뷔작 완성본을 보고 만족스러웠냐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것이 기적 같다며 벅찬 표정으로 답했다.

“시나리오 작가로 시작했는데 지금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진 자체가 기적 같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완성된 작품을 보고 있다. 영화로 만드는 모든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장면들을 볼 때 그 당시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간다. 단순히 영화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뒤에 있었던 과정들과 사람들이 겹쳐져서 보인다”

엄유나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유나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1940년대를 배경으로 한 ‘말모이’는 기존 독립운동가 항일투쟁을 다뤄왔던 일제 강점기 영화들과는 소재면에서 확연한 차별성을 지닌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부러 차별화를 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던 시작 지점은 평범한 사람들의 참여와 그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했다. 이름을 남길 수도,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닌데 그 마음이 무엇이었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차별성이 발생한 것 같다”

주변에서는 오히려 그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걱정과 우려도 많았다고.

흔히 일제 강점기 영화라 하면 적대자가 강력하게 등장해 갈등을 유발하고 발생하는 항의를 거칠게 하는 것들이 존재하기 때문.

이에 반해 ‘말모이’는 갈등보다는 따뜻한 동지애를 그려 먹먹한 감동을 선한다. 엄 감독 역시 이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이 다른 일제 강점기와 다른 것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함께한 배우들에 대한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특히 김판수 역할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유해진을 염두에 두고 썼다고 말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사람들 모두가 귀한 사람들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유해진이라는 배우는 귀한 배우처럼 느끼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연기도 잘하시고. 일단 김판수라는 인물이 성장의 변화가 크다. 그 역할에 제일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엄 감독의 예상대로 극중 유해진은 자신만의 연기 색깔로 김판수 역을 완벽히 소화해냈다. 영화 제목 그대로 ‘말맛’을 맛깔스럽게 표현해낸 그의 연기에 ‘역시 유해진’이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엄유나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유나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이 연기한 김판수는 사전을 만드는 인물이 까막눈이라는 신선한 설정으로 모든 장면에 재미를 불어 넣으면서도 여운 진한 감동을 남긴다.

판수를 까막눈으로 설정한 이유는 가장 평범한 사람이 전하는 값진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판수 성장 이야기가 되려면 마음의 변화, 사고의 성장도 필요하지만 표면적으로 보이는 까막눈이 글을 배워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면 우리말의 소중함을 더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윤계상 역시 여태껏 관객들에게 사랑받으면서 꾸준히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며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첫 영화이다 보니까 의견도 많이 주시고 상의도 많이 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앞서 윤계상은 인터뷰에서 엄 감독 첫 데뷔작 출연에 대해 대화 10분 만에 불안감이 다 사라졌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엄 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철저한 준비를 해왔다. 영화를 준비하면서 바라본 1940년대는 어땠는지 물었다.

이에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한 만큼 최소한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나서야 쓸 수 있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해방 직전 돌아가신 분들이 많더라. 조금만 버티셨다면 해방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 아픈 역사가 많지만 그중 하나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그 시절에는 조선말을 못하는 어린이들도 많았고 조선말을 써본 적도 없다는 기록들도 많더라. 그런 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우리나라 실제 역사를 바탕으로 그려낸 ‘말모이’는 관객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동시에 선사하기 충분하다. 

하나 현실적인 내용을 위주로 담다 보면 영화적 재미보다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해질 수 있는 바.

이 지점에 대한 고민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다큐멘터리 요소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이런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영화를 만들고 있으면서 감동, 재미를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면 영화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엄유나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엄유나 감독/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그린 영화라고 해서 무조건 교훈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단순히 외래어를 쓰지 말자가 아닌 한 번 쯤은 우리말의 소중함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친 엄 감독.

끝으로 이 영화를 ‘우리말을 지킨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책 냄새, 사람 냄새, 술 냄새 나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온 가족이 영화를 보고 서점에 가서 사전이 아니더라도 책한권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친구들끼리 보고 술한잔 마실 수 있는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다시 한번 쳐다볼 수 있는 그런 영화, 사람의 온기를 전달했으면 좋겠다”

영화 ‘말모이’는 1월 9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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