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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돌학개론] 아이즈원 미야와키 사쿠라-이채연, ‘프로듀스48’과 ‘컬러라이즈’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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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프로듀스48’이 끝난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다. 이 프로그램으로 탄생한 걸그룹 아이즈원은 성공적인 데뷔 이후 순항하고 있다.
 
그래서 방송 직후도 아니고 이 팀의 데뷔 직후도 아닌 이 시점에 굳이 기획기사를 쓴다는 것은 다소 새삼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굳이 펜대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이벤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2018 MAMA(Mnet Asian Music Awards,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FANS’ CHOICE in JAPAN이다. 사실 이 행사도 이미 끝난지 몇 주 지났지만, 그저 손이 이끄는 대로 써보려 한다.

아이즈원 미야와키 사쿠라-이채연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아이즈원은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Mnet ‘2018 MAMA(Mnet Asian Music Awards,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 FANS’ CHOICE in JAPAN(이하 ‘2018 MAMA'’에서 다양한 퍼포먼스 무대를 선보였다.

 

 
이날 아이즈원은 오프닝 무대를 장식하며 ‘2018 MAMA’의 포문을 열었다. 먼저 올 블랙 슈트 패션으로 남다른 비주얼을 자랑한 멤버들은 소녀시대 ‘The Boys’ 커버 무대를 통해 완벽한 군무와 걸크러쉬 매력을 자랑했다.

 
여기에 최예나와 혼다 히토미(이하 히토미)는 몬스타엑스, 트와이스, 갓세븐과 함께 합동 무대를 펼쳤다. 두 멤버는 리드미컬한 덥스텝 버전(DUBSTEP VER.)으로 편곡한 조용필의 '바운스(Bounce)' 무대를 통해 '2018 MAMA’ 신인상 수상자다운 독보적 퍼포먼스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이어진 본 무대에서는 12명의 소녀들이 그룹 아이즈원으로 데뷔하기까지의 여정을 담은 VCR이 공개돼 감동을 더했다. 이들을 탄생시킨 ‘프로듀스 48’의 파이널 엔딩곡 ‘꿈을 꾸는 동안’과 달콤하고 청아한 음색이 담긴 첫 번째 미니앨범 ‘컬러라이즈(COLOR*IZ)’ 수록곡 '비밀의 시간'을 통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또, 색다르게 꾸민 데뷔곡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와 ‘프로듀스 48’의 경연곡이었던 ‘루머(Rumor)’를 아이즈원 버전으로 재해석한 무대 또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2018 MAMA’를 통해 최초 공개된 ‘루머’ 아이즈원 버전 무대에 팬들의 호평이 이어졌다.

 
팬들 사이에서 역대급 연출이라 호평 받은 이 많은 무대 중 단연 눈길을 끈 것은 ‘꿈을 꾸는 동안’과 ‘비밀의 시간’ 파트에서 나온 미야와키 사쿠라(이하 사쿠라)와 이채연의 댄스였다. 두 사람의 댄스 전 ‘프로듀스48’ 한일 연습생 우정의 상징인 사쿠라의 ‘채연 함께 데뷔하고 싶어’ 장면이 vcr로 나왔을 때, 여러모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기 때문.
 
그래서 이번 기사에서는 그 바로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말로 풀어볼까 한다. 사쿠라와 이채연의 이야기가 이번 기사의 메인이긴 하지만 아이즈원 전체에 대한 이야기기도 하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 이야기도 꽤나 비중 있게 들어가 있으니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좀 뜬금없이 하는 이야기이지만 기자도 편견과 아집과 무지로 가득한 인간이라 몇 가지 진리라 맹신하는 문장이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몇 년 전 강연에서 들었던 김정운 교수의 “‘인간의 욕구’은 감탄욕이다”라는 발언이다. 여기서 감탄욕이라는 것은 ‘감탄하고 싶은 욕구’와 ‘감탄 받고 싶은 욕구’를 말한다.
 
이 발언을 아이돌업계로 적용하자면 주로 ‘감탄하고 싶은 욕구’는 팬들이, ‘감탄 받고 싶은 욕구’는 아이돌들이 채우는 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돌을 포함한 연예인은 사실상 세상에 나를 선보였을 때 잘 감탄하게 만들수록 돈을 버는 직업. 근데 일정 수준 이하의 감탄만 발생시킬 수준이라고 한다면 데뷔 자체를 할 수 없고, 데뷔한다고 해도 생계유지비 이하의 돈을 벌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프로듀스’ 시리즈엔 아직 데뷔를 못한 연습생 뿐만 아니라 이미 데뷔를 한 프로아이돌들도 꽤나 문을 두드린다. 데뷔를 했지만 꿈을 이룬다는 문제와 경제적 여건 모두 만족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프로듀스101 시즌2’로 치면 뉴이스트, ‘프로듀스48’로 치면 애프터스쿨 이가은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아이즈원(IZ*ONE) 권은비 / 서울, 정송이 기자
아이즈원(IZ*ONE) 권은비 / 서울, 정송이 기자

 
현 아이즈원 멤버로는 리더 권은비가 여기에 해당한다.
 
미모, 몸매, 보컬실력, 댄스실력 등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대표적인 팀 내 육각형 멤버로 평가받는 권은비. 지금은 아이즈원이 됐기에 다소 과거의 일이 됐으나, 어쨌든 연습생 신분일 때 그에게는 부족한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시간이었다.
 
95년생인 그에게 있어서 올해는 꽤나 아슬아슬한 시간이었다. 아재 위즈원 입장에서 95년생(아재 팬 중엔 95학번이나 95군번도 있으시리라)이 나이와 시간을 걱정한다는 것은 그다지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까마득한 선배인 에이핑크 남주(2011년 데뷔), AOA 설현(2012년 데뷔), EXID 정화(2012년 데뷔) 등이 같은 95년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권은비의 스타트가 결코 빠른 것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다른 팀 갈 것도 없이 아이즈원 안에서만 봐도 권은비, 사쿠라, 강혜원, 최예나 밑으로는 전부 2000년대 이후 생들로, 멤버 12명 중 90년대의 공기를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는 인원이 8명이나 된다. 이런 시대에 한번 데뷔를 실패했고, 향후 데뷔도 기약할 수 없는 95년생. 시즌1 때 이해인이 말한 ‘급한 언니’ 그 자체이며 상황에 따라서는 꿈을 접어야 하는 시나리오도 각오해야 할 수 있다.
 
데뷔 전의 권은비가 실력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까지 와야 했을까.
 
결국 ‘나를 알아주는(+감탄해주는) 이’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제대로 사용해줄 사람과 제대로 알아봐줄 사람. 그러니 늘 분량 문제와 편집 문제로 논란이 일어나지만, 제대로 살아남을 경우 확실히 꿈에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기도 한 ‘프로듀스’ 시리즈에 도전할 수밖에.
 
한편, 권은비의 사례 정도까진 아닐 수도 있으나 다른 아이즈원 멤버들 중에서도 인정과 감탄에 대한 갈망이 컸던 친구들이 제법 존재한다.

아이즈원(IZ*ONE) 조유리 / 서울, 정송이 기자
아이즈원(IZ*ONE) 조유리 / 서울, 정송이 기자

 
그중 한 명이 ‘아이돌학교’에서 한번 데뷔 실패의 아픔을 겪은 현 아이즈원 메인보컬 조유리.
 
엠넷 ‘아이돌학교’가 2017년에 진행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사실상 2년 연속으로 엠넷 아이돌 서바이벌에 출연한 아이돌이기도 하다.(함께 출연한 스톤뮤직 배은영-이시안, 프로미스나인 장규리도 여기에 해당)
 
여튼, 조유리는 ‘프로듀스48’ 방송 당시에 “나는 걸그룹이 하고 싶은데 아이돌 보컬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끈바 있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존재하는데 잘하고 못하고 문제를 떠나 ‘어울리지’ 않는다니. 아이돌의 경우에는 이 이유 하나으로도 데뷔를 못할 수도 있어서 당사자로서는 자존감이 낮아져도 이상하지 않다.

심지어 조유리의 경우에는 한 번 아이돌 서바이벌에서 탈락한 케이스이니 이 말을 그냥 흘려듣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이즈원(IZ*ONE) 김민주 / 서울, 정송이 기자
아이즈원(IZ*ONE) 김민주 / 서울, 정송이 기자

 
다른 멤버는 아이즈원을 대표하는 비주얼 멤버 중 한 명인 김민주.
 
방송 당시 연습생들이 뽑은 비주얼 센터 2위(현 아이즈원 멤버 중에선 1위다)에 이름을 올린 아이돌이지만 데뷔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를 애매하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자신감 없어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줬다. 스스로 적은 별명 ‘애잔한 개구리’가 방송 중 모습과 너무 딱 맞아 그대로 캐릭터가 된 케이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방송 인터뷰에 따르면 데뷔가 여러 번 무산되면서 자신감이 떨어졌다고.
 
이 낮은 자신감을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 방송 초반 그룹배틀평가 미션 때인데, 프로그램 초반 최고의 빅매치였던 ‘너무너무너무’ 1-2조의 대결 준비 당시 여러 멤버들에게 센터로서 추천을 받았음에도 본인이 고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룹배틀평가 전 등급평가에서 낮은 등급(D -> C등급)을 받았음에도 이전까지 전혀 인연이 없었을 사쿠라에게 선택 받아 소위 어벤져스(너무너무너무 2조) 조에 들어가는 행운을 얻었는데, 이 행운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지 않은 사례. 결과적으로 이 어벤져스 조는 센터를 여러 번 바꿔서 연습하는 등 온갖 고생을 다하게 된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센터가 알파이자 오메가인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센터를 거절한다니. 센터가 누가 되느냐 하는 문제로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하는 ‘프로듀스’ 시리즈 참가자의 선택이라고는 믿기 힘든 모습이다. 센터가 아니어서 푸시도 못 받고 분량도 공기가 돼 최종화까지 가지도 못하고 중간 순위발표식에서 떨어지는 시나리오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는 프로그램인데 말이다.
 
이미 시리즈가 두 번이나 진행된 프로그램이라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었던 김민주였음에도 잘할 자신이 부족했던 것.

아이즈원(IZ*ONE) 혼다 히토미 / 서울, 최시율 기자
아이즈원(IZ*ONE) 혼다 히토미 / 서울, 최시율 기자

 
이어 AKB48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아이즈원이 된 히토미(사쿠라와 나코는 HKT48 소속이므로). 그는 AKB48을 대표하는 시스템인 총선에서 상위권은커녕 중위권도 노리기 힘든 무명이었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프로듀스48’에서는 트레이너들에게 노력과 재능을 인정받아 개인평가 최종 A등급을 받은 일본인 연습생(그 마츠이 쥬리나가 최종 B였다)이며, ‘너무너무너무’ 1조 연습 때는 한국인 연습생들보다 안무 습득을 빨리해 역으로 가르쳐주기도 한 아이돌.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런 능력이 총선 순위 내지 인지도 상승에 그리 도움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도움이 됐다면 애초에 순위가 낮지도 않았을 터)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프로듀스48’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꿈꾸던 세계 데뷔는커녕 고향인 토치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이돌 생활을 마무리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다.(고향이 도시가 아닌 시골로 알려져 있어 방송 당시에 팬들이 ‘농어촌 전형’으로 영업하던 아이돌 중 한명이기도하다)

아이즈원(IZ*ONE) 이채연 / 서울, 정송이 기자
아이즈원(IZ*ONE) 이채연 / 서울, 정송이 기자

 
이어 이번 기사의 메인 중 한 명인 이채연.
 
이채연은 현 아이즈원 멤버는 물론이고 ‘프로듀스48’에 참가한 아이돌들을 통틀어 단연 최고의 실력자다.
 
댄스실력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프로그램 내 넘버원이며 보컬도 매우 준수하다. 넘버원 댄서이면서도 최종화 전에 있던 평가 중 노래를 불러야 하는 평가(기획사평가, 그룹배틀평가, 콘셉트평가)에선 전부 메인보컬을 담당한 재원.
 
트레이너로 출연한 소유가 춤으로는 자신이 역으로 레슨을 받아도 될 실력이라 극찬한 멤버이며, 개인등급평가 기간 중 몸이 아파 연습을 많이 못했음에도 기획사 평가A -> 영상 평가 A등급을 따낸 로열A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실력 측면에서만 보면 데뷔 커트라인은 아득히 뛰어넘은 케이스. 실력 부족으로 트레이너들(특히 배윤정)에게 혼나는 경우가 많고, 실력의 성장으로 감동을 주는 경우도 많은 편인 프로듀스 시리즈이지만 이채연은 여기에 해당 사항이 없었다.
 
그러나 이런 그에게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감 부족이라는 문제가 존재했다. 이채연에게 있어 자신감 부족이란 ‘잘할 자신’이 아니라 ‘선택받을 자신’이다.

 

엠넷 ‘프로듀스48’ 홈페이지
엠넷 ‘프로듀스48’ 홈페이지

이미 ‘케이팝스타’와 ‘식스틴’이라는 두 번의 서바이벌을 치른 그. 보통 한 번하기도 힘든 서바이벌을 두 번이나 했는데도 데뷔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 번째 서바이벌에 도전한 것인데, 이게 당사자 입장에서 기분 좋은 서사라고 할 수는 없다. ‘프로듀스48’ 프로필상 이채연의 소개 문구는 ‘서바이벌 잘.알! It’s 채연 타임!’인데, 굳이 누가 이런 서바이벌에 여러 번 출연해 ‘잘알’이 되고 싶을까.
 
돌이켜 보면 이채연은 순위 흐름이 꽤 좋은 참가자이긴 했으나 ‘확정적인’ 데뷔 멤버였다고 할 수는 없었다.
대부분의 주차에서 10위 이하의 순위를 기록했기에 안심할 수 없는 위치였고(실제로 12인 밖으로 밀려난 적도 있고), 최종화에서는 정말 아슬아슬하게 12위를 기록했다. 순위가 딱 한 단계만 낮았어도 데뷔 실패.
 
그나마 온라인 투표 결과는 제법 양호한 편으로, 현장 경연 평가에선 실력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납득하기 힘들 정도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던 경우가 있었다.
 
특히 댄스포지션 평가에서는 정말 자신이 있는 걸크러쉬 타입의 댄스를 정말 잘 아는 노래인 ‘쏘리 낫 쏘리’에 맞춰 췄음에도 1등을 거머쥐지 못했으니, 이정도 겪으면 자신의 실력에 대한 불신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I AM’ 조의 인원 재조정 장면. 이채연이 리더라고 표기돼 있다 /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콘셉트평가 때는 원래하고 싶었던 ‘I AM’ 조와 2차 배정조인 ‘다시 만나’ 조에서 모두 튕겨져 나와 타의에 의해 ‘1000%’ 무대를 하게 됐다. 콘셉트평가 조에 들어갈 연습생은 국민프로듀서들이 정하지만 2차 순위발표식 이후 조 재배치는 연습생들이 결정하는데, 이때 연습생들에게 선택받지 못한 것.

 
결과적으로 이채연은 ‘프로듀스48’에서 현장평가에 온 국민프로듀서, 함께 연습을 하는 연습생 모두에게 선택받지 못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중 ‘I AM’의 경우에는 이채연이 2차 순위발표식 전까지 리더로서 타 멤버들 연습을 도와준 팀이니 충격이 더욱 컸을 터.
 
마지막으로 간 ‘1000%’ 조의 경우에는 기존에 연습했던 연습생들이 대부분 2차 순위발표식 때 떨어진 조. 결과적으로는 조원 재배치 때 본래 희망하던 조에서 튕겨져 나온 연습생들이 여기에 몰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곡은 원래 내가 원하던 노래가 아니고, 팀원들 대부분은 연습이 안 돼 있고, 선택받지 못한 충격으로 본인 멘탈 역시 말이 아닌 상태.
 
이 모든 악조건을 뚫고 좋은 무대를 해서 반등에 성공하긴 했지만 누구라고 이런 시나리오를 겪고 싶을까.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그는 프로그램 중간에 “센터는 자신감과 비주얼 두 가지가 필요한데 저에게는 그 두 가지 모두 없다”라는 발언을 했는데, 아무리 잘하고 실력이 있어도 ‘선택 받음’이라는 이름의 보상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이런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보통의 연습생은 잘하는 것은 살리고 못하는 것은 보완해서 국민프로듀서들에게 인정받겠다는 스탠스를 취하는데, 엄청나게 잘해도 선택해주지 않는다면 연습생 입장에선 어떤 것을 해야 할까.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꽃이라 해도 누군가 봐주지 않는다면, ‘이름 모를 꽃’이 돼 버린다.
 
아이돌이란 누군가의 마음 속 행성에서 핀 ‘유일한’ 장미꽃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왕자에게 ‘길들여지지 않은’ 무수한 장미꽃 중 하나가 돼 버린다.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서울, 정송이 기자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서울, 정송이 기자

 
그런데 길들여지지 않은 ‘장미꽃’이 될 위험성이 충분히 있던 이채연을 그 누구보다 앞서 선택한 연습생이 있었으니, 그 사람이 바로 ‘벚꽃’ 사쿠라다.
 
‘프로듀스48’ 방송 당시 기획사평가->등급 재조정평가->센터 선발전->‘엠카 내꺼야’ 무대까지 모두 종료된 이후, 연습생들은 타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바로 그룹배틀평가.
 
‘엠카 내꺼야’ 무대 센터였던 사쿠라는 이 그룹배틀평가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기 전, 같이 무대를 설 연습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얻게 된다. ‘엠카 센터’ 사쿠라는 이 권리를 모든 연습생 중 가장 먼저 행사했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그리고 그런 그의 첫 선택이 이채연이었다. 이로써 이채연은 ‘프로듀스48’에서 연습생에게 선택받은 최초의 연습생이 된다.
 
이렇게 이채연을 모든 연습생 중 가장 먼저 선택한 사쿠라는 사실 앞서 언급한 아이즈원 멤버들과는 정확히 반대되는 입장에 있었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그 치열하다는 AKB48 총선에서 전체 3위를 기록할 정도로 대인기 멤버이며, ‘프로듀스48’ 방송 당시에도 다수의 센터를 차지한 요주의 인물로 주목받은 아이돌이다.

엠넷 ‘프로듀스48’ 홈페이지
엠넷 ‘프로듀스48’ 홈페이지

 
실제 방송 중에도 가장 낮은 주차 등수가 7위일 정도로 데뷔 자체는 문제가 없던 멤버. 1, 2, 3, 4, 5위를 골고루 다 해봤다. 데뷔는커녕 순위발표식 생존부터가 문제였던 여러 연습생 입장에선 그야말로 꿈의 연습생. 심지어 2012년(AOA와 EXID의 데뷔년도다)에 데뷔해 활동을 6년 이상 했음에도 98년생 21살로 나이도 어리다.


그런데 바로 이 ‘천하의 사쿠라’가 완전 초반인 기획사평가 때부터 ‘불안감’을 이야기했다.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인기 아이돌로서 자신의 위치를 즐겨도 충분했을 이 연습생은 자신의 위치가 일본이기에 가능했을 수 있다고 냉정히 이야기한다.
 
방송 당시 사쿠라가 이야기한 불안감은 실력에 대한 불안감.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본방 당시 ‘일본에서 건너 온 아이돌 최종보스’ 같았던 사쿠라는 속으로 F등급을 각오하고 있던 연습생이며, 이미 충분히 성공한 아이돌의 입에서는 도저히 나올 것 같지 않은 “인생을 바꾸고 싶다”는 발언까지 한 소녀였다.

사쿠라는 앞선 멤버들과는 좀 다른 의미에서 ‘나를 알아주는 이’가 부족했던 셈인데, 사실상 ‘프로듀스48’ 방송 전까진 ‘실력이 늘고 싶다’는 열망에 대해 제대로 귀 기울여 주는 이가 없거나 충분치 못했던 것.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AKB48 운영 입장에서 보자면 어차피 춤&노래 실력이 매출에 영향을 끼치는 주요 잣대가 아니므로 사쿠라의 이러한 뜻을 들어줄 이유가 없을 것이다. 

좀 단순하게 말하면 트레이닝 1시간을 시키느니 악수회를 한 번 더 잡는 게 더 이득이었을 것.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프로듀스48’ 방송을 보다보면 일본 연습생들이 그 짧은 방송 기간 동안 실력이 제법 느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EX : 소유에게 발성법을 배운 후 보컬이 제법 좋아진 나카니시 치요리), 이는 한국 트레이너들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보면 AKB48 시스템을 굴리는 운영 측이 ‘가수’로서 아이돌들의 육성에 얼마나 소홀히 하고 있는지 짐작하게 만드는 장면이기도 하다. 전세계를 통틀어 손에 꼽는 초대형 음악시장인 일본에서 마음먹고 이 소녀들의 실력을 작정하고 키우고자 했다면 못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사쿠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아줬다면’ 굳이 먼 한국땅에 와서 미칠 듯이 빡빡한 스케쥴을 소화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실 사쿠라 정도의 위치에 서 있는 사람 입장에서 ‘프로듀스48’ 도전은 꽤나 하고 싶지 않은 선택이다.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서울, 최시율 기자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서울, 최시율 기자

 
인기도 충분히 많고 돈도 충분히 벌고 있고 있는데 먼 나라 와서 거의 군대에 가까운 합숙을 해야 하고, 자신의 명성에 금이 갈 수도 있는 위험한 촬영도 해야 한다. 일본 스케쥴을 빼주는 것도 아니라 방송 중간에도 계속 한일 두 나라를 계속 오고가야 했고, 부족한 시간 때문에 잠도 줄여가며 연습에도 매진해야 한다.
 
굳이 왜 이런 짓을 해야 할까.
 
근데 사람이란 ‘굳이 이런 짓’을 해야 할 순간을 이따금 맞이하게 된다. 사쿠라는 실력이 부족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했고, ‘일본의 톱아이돌’이라는 위치를 넘어 ‘글로벌 아이돌’이 되고 싶어 했다.
 
교과서에서 배우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그를 굳이 움직인 셈.
 
이런 그의 행보를 보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문구가 문득 떠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이 새가 알을 깨뜨리고 새로운 세계로 날아오르기 위해선 좋은 ‘깃털’이 필요하다. 사쿠라에게 그 깃털의 이름은 바로 이채연이었다.

이채연 / 인천, 최시율 기자
이채연 / 인천, 최시율 기자

 
누군가의 꽃이 되는 꿈이 간절했던 깃털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경기, 정송이 기자
아이즈원(IZ*ONE) 미야와키 사쿠라 / 경기, 정송이 기자

 
새로운 세계로 날아가기 위한 깃털이 간절했던 벚꽃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선망과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도와줘야할 친구로서 사쿠라를 대한 이채연.

엠넷 ‘프로듀스48’ 방송 캡처

 
그 누구보다 이채연의 실력을 인정하고 그의 무대에 격하게 감동했던 사쿠라.
 
연습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처음으로 얻었던 연습생과 그 연습생에게 호명된 최초의 연습생이었던 두 사람은

엠넷 ‘2018 MAMA’ 네이버티비캐스트 영상 캡처
엠넷 ‘2018 MAMA’ 네이버티비캐스트 영상 캡처

 
데뷔조 확정 전 다른 연습생의 이름을 부른 마지막 연습생이 되고

엠넷 ‘2018 MAMA’ 네이버티비캐스트 영상 캡처
엠넷 ‘2018 MAMA’ 네이버티비캐스트 영상 캡처

 
데뷔조 확정 전 다른 연습생에게 이름이 불린 마지막 연습생이 됐다.

엠넷 ‘2018 MAMA’ 네이버티비캐스트 영상 캡처
엠넷 ‘2018 MAMA’ 네이버티비캐스트 영상 캡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은 단 한자리인 12위의 자리를 이채연이 차지해 이 서사는 완벽하게 완성됐다.
 
기자 입장에서 이 서사가 더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프로듀스’ 시리즈 자체가 좀 총성 없는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국민프로듀서라는 이름을 가진 ‘랜선 군인’들이 전략을 짜고 전투를 벌이고 동맹을 맺고 전선을 형성하는 전쟁터. 때에 따라 내 아이돌에게 위협이 되는 경쟁자는 찍어 누를 생각도 심심치 않게 하는 살벌한 곳이다.
 
기존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프로듀스48’ 역시 정치라는 이름의 전쟁이 꽤나 살벌했는데, 이 전쟁이 지켜만 보는데도 사람 마음을 지치게 하다 보니 최종화에 대한 기대감이 그리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와중에 저 장면을 본방송으로 봤으니 말 그대로 전쟁터에 핀 처럼 보일 수밖에. 무수한 연습생을 절벽 끝으로 몰아넣어 분량을 뽑아내는 ‘프로듀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장면이 이런 아름다운 우정일 줄은 정말 몰랐다.

아이즈원(IZ*ONE)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아이즈원(IZ*ONE)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여튼, 사쿠라와 이채연을 비롯한 ‘프듀48’ 최종 12인은 방송 내적인 이유와 외적인 이유로 나름의 위기도 겪지만 ‘나를 알아주는 이’에 의해 아이즈원이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이런 그들의 데뷔 앨범이 ‘컬러라이즈’고 데뷔곡이 ‘라비앙로즈’.
 
‘컬러라이즈(COLOR*IZ)’는 ‘색칠을 입히다’라는 뜻을 지닌 영단어 ‘Colorize’와 동일한 발음을 활용한 앨범명이다.
 

오프 더 레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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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원의 열정을 가장 잘 형상화 할 수 있는 컬러인 붉은 색(RED)을 중심색, 레드를 가장 아름답고 정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미(ROSE)를 콘셉트로 잡았다.
 
‘COLOR*IZ’에서 ‘IZ’가 아이즈원의 ‘IZ’고, 이 ‘IZ’가 숫자 12(아이즈원 멤버 숫자)와 닮은 영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이 앨범의 이름은 ‘12가지의 색깔’로도 해석 가능하다.

아이즈원(IZ*ONE)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아이즈원(IZ*ONE) / 톱스타뉴스 HD포토뱅크

 
타이틀곡 ‘라비앙로즈(La Vie en Rose)’는 처음 공개되는 아이즈원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으로, 파워풀하고 중독성 강한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프랑스어로 ‘장밋빛 인생’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아이즈원의 열정으로 너와 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인생을 장밋빛으로 물들이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기사를 쓰기로 결심한 이후에 ‘컬러라이즈’와 그 수록곡들을 다시 보고 듣다가 생각난 시가 있는데 바로 김춘수 시인의 ‘꽃’이다.
 
워낙 유명한 시니 유식한 척하려고 언급하는 것이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이 ‘꽃’의 내용은 아래와 같다.

김춘수 ‘꽃’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 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오프 더 레코드
오프 더 레코드

 

나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게 될 그날을 기다리며 ‘비밀의 시간’ 속에서 살던 소녀들이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불러주고 나의 가치를 알아주는 순간 자신만의 ‘아름다운 색’을 발하고
 
그 모든 색깔의 공통분모인 정열의 빨강이 ‘라비앙로즈’(장미꽃길)을 만든다.
 
함께 ‘꿈을 꾸는 동안’.

 
이 시를 떠올리니 ‘컬러라이즈’라는 앨범의 기획 의도가 위와 같이 느껴졌다.

이번 기사에서 조명한 사쿠라와 이채연의 우정에 팬들이 감동하는 것도, 화제의 ‘붐바야’ 2조에서 꽃피운 강혜원과 사토 미나미의 ‘엄마딸’ 케미에 흐뭇해하는 것도, 조유리와 최예나의 찰떡궁합을 좋아하는 것도, 결국은 우리 역시 감탄하고 감탄 받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인정받고 싶다. 나도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현저한 감탄을 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거에 무심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당신의 그 마음 안에도 혹시 자그마한 기대가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이제 정말 2019년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새해에는 독자 분들 모두 부디 ‘나를 알아주는 이’와 ‘내가 알아주고 싶은 이’를 만나시기를.

아이즈원(IZ*ONE) / CJ E&M 제공
아이즈원(IZ*ONE) / CJ E&M 제공

아이즈원의 데뷔 앨범인 ‘컬러라이즈’의 앨범명은 어디 손 볼 곳 없는 훌륭한 이름이지만,
 

굳이 여기에 사족 하나 덧붙이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엠넷 ‘2018 MAMA’ 네이버티비캐스트 영상 캡처

 

컬러라이즈(COLOR*IZ) = 지음(知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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