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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말모이’ 유해진, 매번 새로움을 선사하는 다작 배우의 비결?…“연기에 대한 끝없는 의심”

  • 신아람 기자
  • 승인 2018.12.20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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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람 기자] 유해진이 연기에 대한 신념을 밝혔다. 

20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말모이’ 김판수로 분한 유해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말모이’는 우리말이 금지된 1940년대 말을 지켜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 독특한 제목의 출처는 우리말이 사라질 뻔했던 우리 역사다. 주시경 선생이 한일 합병 초기인 1911년에 시작했으나, 선생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남은 최초의 국어사전 원고를 일컫는 말이다.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이 연기한 김판수는 감옥수를 밥 먹듯 드나들다 조선어학회 사환이 된 까막눈이다. 그는 조선어학회 사람들을 만나 사십 평생 처음 가나다라를 배우고 ‘말모이’직업에 같은 뜻을 가진 동지로 함께하게 된다.  

‘럭키’ 이래 ‘택시운전사’, ‘공조’, ‘1987’, ‘완벽한 타인’까지 단 한 번도 이미지 반복이 없었던 유해진.

사전 만드는데 까막눈이 주인공이라는 신선한 설정은 유해진만의 매력과 연기력이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10월 개봉한 ‘완벽한 타인’ 이후 두 달 만에 돌아왔지만 진부함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다. 이것이 배우 유해진이 지닌 힘이 아닐까.

이러한 반응에 “사실 이번 영화가 버라이어티한 액션이 아니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참신한 이야기고 이런 착한 영화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웃어 보였다.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가 연기한 김판수는 처음엔 가벼워 보이지만 갈수록 진중한 역할이다. 어떤 점에 초점을 맞췄냐는 질문에 “말을 몰랐던 사람에서 글을 알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관객분들이 봤을 때 자연스럽게 보이길 바랐다”라고 답했다.

이어 “딸을 가진 부모로서 한심한 인물에서 자식 학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고 결국엔 자식들의 이름을 지키기 위한 아버지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잘 그려지길 바랐다. 두 가지의 변화가 급작스럽지 않고 서서히 자연스럽게 넘어가야 한다는 고민이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다른 실존 인물들과 달리 김판수는 허구 속 인물로 참고할 부분이 없어 힘들진 않았을까. 오히려 없었기에 표현이 자유로웠다는 그는 조금 더 생각이 확장돼서 좋았던 것 같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미 연기력이 입증된 베테랑 배우지만 유해진은 여전히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극중 판수의 헤어스타일부터 사소한 행동까지도 모두 연출된 것들이었다고. “판수가 처음엔 올백 스타일에서 나중엔 앞머리를 내린다. 또 침을 안 뱉기 시작하고 의상도 약간의 변화가 있다”

뿐만 아니라 글을 배우고 처음 연필을 잡은 손 모양까지도 다르게 표현해냈다.

연기적으로는 판수가 변하는 지점에 대해 “사명감을 갖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들어왔던 것 같다. 우리말을 무조건 꼭 지켜야기 보다는 한글에 눈을 뜨게 되고 그러면서 서툴지만 글에 중요함을 느끼게된다. 그러다가 덕진이나 순희의 창시 개명이 이어지면서 애들 이름은 지켜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까막눈이었던 김판수가 글을 배우면서 새 삶을 살아가는 전환점을 맞이했던 것처럼 실제 배우 유해진에게 그런 경험이 있었을까.

이에 유해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바뀌는 것 같다. 다른 시각을 갖게 되고 많은 것들이 새롭게 보이는 것 같다. 특별한 계기라기보다는 세월이 지나가면서 몰랐던 것들에 대해 크게 보는 시각의 변화가 있는 것 같다”라며 웃어 보였다.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끼친 영향력일까. 다작 배우 유해진의 열일 행보에도 그의 연기는 매번 신선하고 다르게 느껴지는 바.

“연기에 정답은 없다. 감독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 ‘왜?’라는 질문을 많이 한다. 내가 알고 표현을 해야 관객들도 잘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모르고 표현하면 보는 관객들도 지친다. 항상 의심한다. 나 자신에대한 의심도 굉장히 많다. 그 부분 때문에 감독님들도 힘들어할 때도 있지만 그것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계속되고 거기서 좋은 결과가 나온다”

이런 그의 노력과 의심들이 기존 대본에 없던 명대사들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또 배우 유해진이 지닌 강점 중 하나인 애드리브. 이번 김판수 역시 다소 진중하고 무거울 수 있는 배경에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역할을 자신만의 연기력으로 소화했다.

극중 판수가 흥얼거리는 노래도 직접 만들었다는 그는 “판수가 집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나오는 노래다. 가사가 아주 판수스러운데 뒷부분은 편집됐다. 당시 분위기를 비슷하게 표현할 가사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 나온 노래다”라며 즉석에서 노래를 흥얼거려 웃음을 자아냈다.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유해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렇듯 인간미와 함께 웃음과 감동으로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줄 아는 배우 유해진.

유해진의 판수는 그의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물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역사의 기록이 놓쳤을지 모르는 사람의 이야기. 영화 ‘말모이’는 2019년 1월 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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