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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테이션 게임,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앨런 튜링의 삶

  • 진병훈 기자
  • 승인 2018.12.1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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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병훈 기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잠수함들이 연합국 선박을 침몰해 나가고 있을 때 런던 북쪽에는 암호 해독 작업이 한창이었다.

당시 독일군의 암호 체계였던 에니그마(그리어스로 수수께끼)를 깨기 위해 어릴 때부터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앨런 튜링이 수학 팀장으로 스카우트되었다.

애니그마는 타자기처럼 사용하는 암호 체계였는데 3개, 나중에는 8개로 불어난 회전체가 전혀 다른 철자로 타이핑되는 원리였다.

이런 회전체 시스템으로 경우의 수가 백만 가지가 넘었고 튜링은 이를 간파하기 위해 작업에 미친 듯이 매달렸다.

독일이 보내는 무전에서 철자를 가려내는 붐베(bombe, 고압 기체를 저장하는 강철용기를 일컫는 독일어)를 설치한 튜링의 집념은 집착으로 변해 갔고 군대를 향한 오만과 경멸은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게다가 법적으로 금지되었던 동성애까지 거침없이 발설하고 다녔다.

이미테이션 게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이미테이션 게임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튜링의 삶이 영화로 옮겨진 가장 큰 이유로는 그의 천재성과 더불어 자유로운 지식인이었기 때문이다.

19세 청년과 동거하던 튜링은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순진하게도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스스럼없이 말했고 결국 화학적 거세까지 당했다.

여성호르몬을 복용하던 기간이 끝나자 그는 그 마지막까지 영화처럼 마무리했다.

백설공주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탓인지 사과에 독약을 주사한 다음 깨물어 버린 것이다.

영화보다 더 영화처럼 살아간 그를 영화계에서 놓칠 리가 없다.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튜링의 천재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의 동성애자임을 자인하는 섬세한 연기력을 보여준다.

집착에 가까운 튜링의 학구열과 그로 인한 자학을 보여주는 연기는 컴버배치의 고민이 곳곳에 산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튜링의 삶은 처칠도 외면할 정도로 야만적인 시대에 의해 휘둘려져 있었다. 그의 삶을 완전히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되는 걸로 알려져 있는데 키이라 나이틀리가 그 배경을 뒷받침하고 있다.

튜링의 천재성이 빛을 발하는 영화의 극적인 장면보다 자학하고 그를 위로하는 키이라 나이틀리의 마지막이 더 기억에 남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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