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벌써 2018년이 거의 다 지나갔다. 날씨는 쌀쌀해졌고 시상식을 보유한 단체들은 이런 저런 상들을 연예인들에게 주기 바쁘다. 가요계도 마찬가지.
가요계 시상식들에는 전문가 투표도 있고 네티즌 인기투표도 있고 스폰서 시상도 있고 참 많이 있다. 하지만 이 기사에는 그런 거 없다.
오로지 기자 개인의 취향이 철저히 맞춘, 그리하여 권위라고는 전혀 없는 올해의 인상적인 걸그룹 노래 TOP15.
순서는 크게 의미 없으며(아래에 위치한다고 더 순위가 높은 곡이 아니라는 이야기), 여러 명곡을 보유한 팀이라 해도 한 팀 당 한 곡씩만 꼽을 예정임을 미리 밝혀둔다.
#(여자)아이들
- 라타타
(여자)아이들의 데뷔곡으로 그들을 올해 가장 강력한 신인 걸그룹으로 만들어준 노래이기도 하다.
‘한’도 좋은 노래이기는 하지만 ‘라타타’가 있었기에 ‘한’이 있었다고 보기에 ‘라타타’를 메인으로 세웠다.
다른 멤버들도 제 몫을 해주긴 했으나 작사, 작곡에 참여한 전소연의 하드캐리가 단연 돋보였던 곡. 데뷔 시점에 전소연이 가지고 있었던 프로듀싱 능력, 랩 능력, 무대 장악력 등이 팀의 운명까지 결정했다고 봐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걸크러쉬가 대세가 된 2018년 걸그룹 판을 후일 기억할 때 높은 확률로 거론될 것이라 보는 노래.
#프로미스나인
- 러브 밤
엠넷 ‘프로듀스48’에서 산전수전을 겪고 돌아온 장규리가 합류한 9인 완전체 프로미스나인의 컴백곡. 일일이 꼽기도 힘든 무수한 킬링파트와 신나는 멜로디가 주무기인 노래인데, 신기하게도 듣다보면 가사가 신경 쓰이는 곡. 처음에는 작사가를 의식하지 않고 듣다가 가사의 ‘말맛’이 꽤나 우수하다고 여겨 검색해본 케이스. 레드벨벳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태연의 ‘UR’ 등을 작사한 조윤경 작사가가 참여했다는 정보를 보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뮤직비디오가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있는데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올해의 걸그룹 뮤직비디오로도 꼽을 만한 작품이라고 판단된다. 폭발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영상제작자가 뮤직비디오를 ‘얼마나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
프로미스나인의 이전 작인 ‘투 하트’나 ‘두근두근’ 같은 활동들이 다소 어린 이미지(물론 멤버들 자체부터 매우 어리다. 그중 막내 백지헌은 2003년생)였기에 감상 시 부담스러울 때가 좀 있었는데, ‘러브밤’은 그런 면이 없다시피 해서 더 좋게 보는 편.
좀 지난 이야기긴 하지만 ‘러브 밤’ 뮤직비디오의 마지막 멜론 폭파 장면은 아마 (멜론)차트를 터뜨리고 싶다(=차트 상위권에 오르고 싶다)는 야망(!)을 드러낸 장면인 듯. 실제로 주요차트를 터뜨려버릴 그들의 미래를 한번 기대해보자.
#에이핑크
- 1도 없어
사실 ‘1도 없어’라는 곡은 에이핑크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노래인 동시에 전부를 잃게 만들 수도 있는 노래였다. 대부분의 앨범에 ‘핑크’라는 단어가 들어간다는 정체성도 버렸고,(‘1도 없어’가 수록된 앨범의 이름은 ‘원앤식스’다) 자신들의 주무기인 힐링 청순(파이브, 노노노)과 아련 청순(LUV, 내가 설렐 수 있게)도 선택하지 않았다.
본인들은 ‘청순 카리스마’라고 하지만 사실상 섹시&걸크러쉬에 가까운 노래인데, 청순 외길을 간다는 에이핑크가 기존에 쌓아놓은 이미지까지 내려놓고 대변신을 한 노래였으니 만약 이게 실패한다면 여러모로 부담이 컸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되돌아왔다.
다양한 음악장르와 컨셉 시도라는 측면에서 확실히 숨통을 텄고, 쟁쟁한 후배 걸그룹들과 ‘현역으로서’ 경쟁하는 장수 아이돌의 위엄도 잘 보여줬다.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작년 활동곡인 ‘파이브’는 팀을 다시 일으키는데 있어서는 적절한 선택이었으나 음악적으로는 좀 아쉽다는 감상을 했었는데, 이번 ‘1도 없어’는 성과에 대한 기대치+음악의 퀄리티 모두 만족했다.
하나 좀 아쉽다면 컨셉 자체는 굉장히 카리스마 넘치고 성숙한데, 노래의 화자는 그렇지 못한 것 같다는 정도.
어느 시상식에서 이런 상을 만들겠냐만, 올해의 걸그룹 킬링파트 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1도 없어’ 손나은의 ‘두 유 러브 미’ 파트에 주고 싶다.
#러블리즈
- 미묘미묘해
올해 러블리즈가 상반기 발표한 ‘치유’의 타이틀곡은 ‘그날의 너’였기 때문에 두 노래 중 상당히 고민을 했는데, 수록곡이긴 하나 ‘미묘미묘해’ 역시 충분히 인상적인 노래로서 이름을 올릴만하다고 판단해 메인으로 세웠다.
한해에 무수히 많은 걸그룹이 쏟아져 나오고, 그중 적지 않은 수의 걸그룹들이 귀엽고 깜찍한 컨셉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컨셉의 깜찍함이 노래의 퀄리티와 이어지지 않는 경우 역시 그 숫자만큼 무수히 존재한다. 보는 음악으로써는 그럭저럭 만족감을 주더라도 듣는 음악으로써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얘기.
그런 측면에서 ‘미묘미묘해’는 올해 나온 어느 걸그룹 활동곡들과 비교해도 절대 뒤지지 않을 귀여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음악 퀄리티까지 놓치지 않은 사례라 할 수 있다.
울림엔터테인먼트 선배 그룹인 인피니트의 ‘다시 돌아와’를 연상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기타사운드, 사랑의 미묘함과 예쁜 고양이(미묘)의 습성을 절묘하게 녹여낸 가사, 근 3분 동안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킬링파트 안무의 폭풍은 팬들의 정신이 쏙 빠지게 만든다. 서브타이틀곡이라 음악방송을 많이 못했던 게 아쉬울 정도.
가사 중 ‘내 맘이’를 ‘냄 맘미’라 발음하도록 프로듀싱한 것을 보면 정말 귀여움의 끝을 보여주기 위해 작정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야말로 알고도 당하는 귀여움이라 표현하지 않을 수 없다.
#여자친구
- 밤
신선함과 익숙함의 밸런스를 절묘하게 탄 여자친구의 2018년도 흥행작.
분명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와 같은 전작들과 차별점이 있는 노래인데, 그러면서도 여자친구의 강점은 그대로 잘 살린 케이스라고 평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여자친구의 강점은 탄탄한 보컬 실력, 아련하면서도 각 잡힌 안무, 순 한글에 가까운 아름다운 가사 등을 말한다.
팀 여자친구가 잠시의 시류와 프로듀서의 감 덕분에 뜬 팀이 아니라 충분히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고, 롱런도 가능한 팀이라는 것을 보여준 노래가 아닐지.
한편으로는 여자친구가 청순이 아닌 걸크러쉬 기반의 팀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감상이 들게 한 곡이기도 하다. 걸크러쉬라는 게 꼭 ‘센 언니’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니까. ‘멋짐’이 걸크러쉬의 본질이라 봤을 때 여자친구 역시 이 범주에 속하는 팀이 됐구나 싶었다.
근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즈음 ‘여름여름해’가 나왔다. 그냥 멋짐과 귀여움 둘 다 하는 팀이라고 정리해두자.
#레드벨벳
- 배드보이
무려 ‘DMZ’를 넘어 북한에서 울려 퍼진 노래로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후일 교과서에 실릴 가능성이 충분한 노래라 할 수 있다.
작년 하반기에 발표한 ‘피카부’에 이어 레드벨벳의 ‘벨벳 컨셉’을 한층 더 깊게 만든 노래. ‘러시안 룰렛’, ‘루키’, ‘빨간 맛’ 등 ‘레드 컨셉’의 연이은 히트 덕에 ‘벨벳 컨셉’이 소외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다 기우였다.
화자가 참 매력적인데, 나쁜 남자의 머리꼭대기 위에 서서 ‘너무 쉽게 오진 마. 재미없잖아’라고 말하는 여유와 자신감이 참 좋다. ‘배드’를 ‘멋짐’으로 받아 들이다면 이 노래는 ‘배드보이’보단 ‘배드걸’에 가까울지도.
예전에는 ‘나쁜 남자인 줄 알면서도 끌린다’ 이런 줄거리를 가진 가사들이 많았는데, 여기에서 한층 더 진화한 화자를 보여줬다고 생각.
내용이 완전히 같지는 않으나 들으면서 마마무의 ‘피아노맨’이 많이 연상된 노래이기도 하다. 두 노래 모두 각 걸그룹의 활동곡 중 손꼽히게 좋아하는 노래들이다.
#블랙핑크
- 뚜두뚜두
여전히 트렌디한 테디와 그런 테디의 노래를 100% 소화해낼 수 있는 블랙핑크의 콤비네이션.
사실 기자는 테디라는 아티스트를 프로듀서가 아니라 가수 원타임(1998년 데뷔)의 멤버로 접한 세대다. ‘원타임’이라는 노래가 나온 지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트렌디한 아티스트라는 것이 부럽다고 느껴질 정도.
여튼, 블랙핑크의 경우에는 활동 텀이나 곡수 같은 문제에 대해 비판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내는 곡마다 120%의 흥행적중률을 보여주고 있는 그룹이다. 어떤 식으로 여기던 간에 이 또한 능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러닝머신 위를 걸으면서 가장 많이들은 노래 중 하나이며, 2018년도를 대표하는 걸크러쉬 컨셉의 곡이라 평가해도 과장이라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도 노래나 무대 같은 요소에 있어서는 딱히 흠잡을 요소가 없다고 보고 있다. 데뷔곡 ‘휘파람’ 이후로 가장 마음에 든 노래였다.
아쉬운 것은 노래보단 앨범의 구성. 블랙핑크는 작년에 ‘마지막처럼’ 딱 한 곡(한 앨범에 한 곡이다)을 낸 팀이어서 이번 앨범에서는 좀 많은 곡을 수록해줄 필요가 있었다. 단독콘서트 내지 해외투어 같은 것이 언급되고 진행되는 시점에선 더더욱 그랬다. 근데 ‘뚜두뚜두’가 수록된 ‘SQUARE UP’의 노래 숫자는 단 네 개. 활동에 갈증을 느끼는 팬 입장에서 음악적 포만감은 확실히 부족했으리라 여겨진다.
하지만 주로 언급되는 몇몇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팀은 승승장구하는 상태여서 YG에서 딱히 전략을 바꿀 것 같진 않아 보인다.
#마마무
- 너나해
마마무라는 팀은 데뷔를 하는 그 시점부터 ‘유일한’ 걸그룹이었다. 케이팝 걸그룹 중에서 마마무 같은 팀은 마마무 밖에 없으며, 이와 같은 사실은 약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데뷔할 때부터 걸그룹 타이틀 달고 나온 팀이 선보이기 쉽지 않은 레트로 펑키 장르(Mr. 애매모호)를 들고 나온 팀. 사실 이 때문에 이 팀을 ‘걸그룹’으로 분류해야 하느냐, 빅마마나 버블시스터즈 같은 ‘여성보컬그룹’으로 분류해야 하느냐 하는 논의가 소소하게 있었다.
여튼 여성보컬그룹 못지않은(혹은 그 이상의) 실력, 미터기를 박살내버리는 비글미, 걸그룹이 쉬이 도전하기 힘든 장르에 대한 거침없는 도전 정도가 마마무의 색이라 여기는 입장에서 봤을 때, 올해 마마무의 노래들은 대체로 괜찮았으나 그중에서도 특히 ‘너나 해’가 제일 좋았다.
‘너나 해’는 정열적인 여름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라틴 기타 리프가 인상적인 레게톤 장르의 곡으로, 현역으로 활동 중인 걸그룹 중에선 마마무 말고는 거의 건드리기 힘든 장르의 노래다.
솔라의 ‘bra’ 파트에 취향저격 당하면 한동안 빠져나오기 힘들 것.
#슬기X신비X청하X소연
- WOW THING
‘Wow Thing’은 SM ‘스테이션 영’(STATION X 0)의 네 번째 곡으로 선보인 노래다.
힙합 비트와 팝 감성이 어우러진 팝 댄스곡으로, 가사에는 답답한 현실에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청춘의 패기를 나비에 비유해 곧 나만의 무대가 펼쳐질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다.
이 노래의 유일한 단점은 이 멤버 모아놓고 음악방송 활동을 안 했다는 것이다.
3대 기획사 SM의 저력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곡과 뮤직비디오. 이 노래, 이 컨셉을 그냥 1회성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회사 SM의 탄탄함을 상징한다. 3대가 아닌 기획사에서 받았으면 100% 타이틀곡 감이었을 것.
#국프의_핫이슈
- 루머
‘프로듀스48’에 출연한 김시현, 권은비, 한초원, 무라세 사에, 이시안이 컨셉평가 당시 소화한 곡. 결과적으로 이 멤버 중에서는 권은비만 아이즈원 데뷔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다소 소문이 흉흉한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 집착과 불안감을 너무나 잘 표현한 곡. 안무도 굉장히 섹시하고 퀄리티가 높아서 다수의 커버 댄서들이 유튜브에 커버 영상을 게재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즈원의 데뷔 앨범인 ‘컬러라이즈’에 수록된 컨셉평가곡 중 하나가 됐다. 아이즈원 데뷔 쇼콘에서 현 아이즈원 멤버들 중 다섯(권은비, 이채연, 김민주, 최예나, 김채원)이 소화하기도. ‘2018 MAMA in JAPAN’에서는 아이즈원이 12인 완전체 무대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주로 안무와 멜로디에 대한 호평이 많은 편이지만 가사도 매우 훌륭하다. 이정도로 멘탈이 바스러지는 화자를 잘 표현한 가사도 흔치 않다 싶을 정도. 특히 “쉴 틈 없이 말해봐 어떤 말도 들을 수 없게 네 안에 갇혀 숨이 멎어도” 파트에서 느껴지는 ‘파멸을 향해 가고 있다 것을 알지만 이를 벗어날 수 없는 화자의 심리상태’가 일품. 올해 들은 걸그룹 노래 중 ‘진실성’이 느껴진 몇 안 되는 케이스다.
김시현->이시안으로 이어지는 오프닝은 데뷔한 걸그룹의 타이틀곡 무대와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 임팩트를 선사한다.
#트와이스
- Dance The Night Away
앞서 TMI를 좀 이야기하자면, 기자 입장에서 트와이스의 곡 중 취향인 것은 ‘우아하게’나 ‘치어업’ 쪽에 더 가깝다.(=‘와일드 엣지’ 컨셉) 이 때 발매한 곡들이 매력적이라고 느껴진 것은 여러 가지 있지만 그중 하나 꼽자면 트와이스라는 매력 120%의 그룹을 무기로 도발적인 화자에 거침없이 도전했다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
사실 ‘치어업’ 화자 같은 경우엔 가수가 트와이스가 아니었더라면 과연 매력적이었을까 싶은 면이 있는데(받아들이기에 따라선 마이너스가 될 소지도 충분), 이 화자를 200% 매력적으로 소화해 메가히트곡으로 만든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 이후에 나온 ‘시그널’이나 ‘라이키’, ‘하트셰이커’ 같은 곡들에서도 트와이스가 사랑스럽기는 했지만, 안 그래도 사랑스러운 친구들한테 정석적인 ‘사랑스러운 곡’을 준다는 게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진 않았다.
‘Dance The Night Away’도 굳이 따지자면 후자에 속하는 노래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 노래가 긍정적인 측면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 겸 메인보컬 지효의 하드캐리 때문.
눈으로 한번, 귀로 한번 이렇게 두 번 팬들을 사로잡는다는 트와이스의 리더답게 지효가 춤으로나 노래로나 굉장히 소화를 잘해서 뮤직비디오와 무대를 여러 번 찾아보게 됐다.(심지어 비주얼적으로도 곡 컨셉과 완전 찰떡이었음) 이를 시작으로 곡 전체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 케이스.
#CLC
- 블랙드레스
예은과 승연의 하드캐리가 대단히 돋보인 곡. 단발로 변신한 예은은 남다른 카리스마와 미모를 선보여 활동당시 ‘CLC 단발 걔’로 통했다.
또한 단순히 예뻐진 것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아이돌 서바이벌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표정연기도 대단히 잘 수행해 이 활동에 있어서만큼은 CLC 센터였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CLC의 대표 댄스담당인 승연은 정말 조금이라도 춤 실력이 모자랐다면 그대로 개그소재가 될 수 있었던 댄스브레이크를 카리스마 넘치고 섹시하게 잘 표현했다. 시작부터 끝까지 전반적으로 안무가 다 괜찮았던 ‘블랙드레스’에서도 화룡점정에 해당.
#아이즈원
- 라비앙로즈
엠넷 ‘프로듀스48’을 통해 선발된 12인이 뭉친 걸그룹 아이즈원의 데뷔앨범 ‘컬러라이즈’의 타이틀곡.
노래 제목을 만약 다르게 만든다면 ‘아이즈원 행진곡’ 정도 되지 않을까. 제복 스타일의 의상을 입은 아이즈원이 이 노래의 무대를 선보일 때 모습을 보면 ‘위풍당당’이라는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클라이막스 파트에 ‘La La La La Vie en Rose’하면서 12멤버가 나란히 워킹을 선보이는 모습은 위즈원 대군을 이끌고 승리의 장미 꽃길로 나아가는 장군들 같아 보이기도.
또한 리더 권은비의 ‘꿈이라도 좋아 빨갛게 칠해봐 언제든 깨어날 수 있게 내가 불러 줄게’ 파트는 마치 하나의 연설처럼 느껴진다.
귀엽고 어린 멤버들이 많은 팀이긴 하지만 우아하고 걸크러쉬한 노래를 데뷔곡으로 선택한 것은 영리한 선택. 충성도 높은 여성팬들을 만들기에도 적합하며 연말연시 시상식에서 선보이기에도 매우 좋은 노래다.
무대를 보면서 하나 재밌던 것은 노래 자체가 가지고 있는 컨셉이 우아함과 걸크러쉬라고 해서 모든 멤버들이 무표정+도도한 분위기를 연출하진 않는다는 것. 큰 틀은 유지한 상태에서 12 멤버들의 능력, 성향이 조금씩 드러나게 만들어 이를 캐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각자의 색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 열정의 붉은 색을 만든다는 ‘컬러라이즈’의 앨범 소개와도 훌륭히 부합.
안무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라비앙로즈’ 안무는 그냥 딱 봐도 매우 어려운 안무지만 12명이나 되는 멤버들을 최대한 빠짐없이 센터에 세우려고 하다 보니 더 어려워진 감도 있다. 센터 장원영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잡아주면서 다른 멤버들도 무대 위 주인공으로 빛나게 만든다는 점(ex : 야부키 나코의 통칭 ‘나코 타임’)에서 더욱 고평가 받아 마땅한 안무.
#오마이걸
- 비밀정원
음원 발매 전 jtbc ‘아는 형님’을 통해 노래와 안무를 선공개 한다는 과감한 선택부터 시작해 멜로디, 가사, 안무, 뮤직비디오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는 마스터피스 그 자체.
특히 음악방송이 없는 월요일에 6주에 걸쳐 진행한 ‘비밀정원’ 콘서트는 ‘빌드업의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만들었다. 이 당시 WM엔터테인먼트의 행보는 대형 기획사가 아닌 소속사라면 참고할 만한 면이 분명 존재.
여러 장점으로 가득한 노래이나 그중에선 믿고 보는 서지음 작사가의 노랫말과 그동안 충실히 쌓아올린 오마이걸의 세계관이 녹아든 뮤직비디오에 좀 더 점수를 주는 편이다.
자기불신이 강한 리스너들에게 좀 더 추천하고픈 노래인데, 그 이유는 기자 역시 제법 자기불신이 강한 편인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적도 없고 당장 눈앞에 존재하는 희망도 없을 때 자신의 가능성을 믿지 않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인 동시에 손쉬운 선택이긴 하지만, 그렇게만 생각하면서 살기엔 인생은 비극적이다 싶을 정도로 길다.
기나긴 인생에서 잠시 잠깐이라도 살만한 순간이 있었다고 느끼기 위해, 속는 셈 치고 자신 안에 ‘비밀정원’이 있다고 믿어봐 주시길.
#K/DA
- POP/STARS
K/DA는 LoL 게임 내 챔피언인 아리, 아칼리, 카이사, 이블린을 팝 아이돌로 형상화한 것으로, 라이엇 게임즈 뮤직 팀에서 전세계 팝과 패션, 문화 등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라이엇 게임즈만의 색깔을 담아 제작한 가상 그룹이다.
K/DA의 신곡 ‘POP/STARS’는 힙합과 일레트로닉, 팝 등 다양한 장르의 영향을 받아 탄생한 곡으로, 특히 올해 롤드컵이 한국에서 열린 것을 기념하고자 K-POP의 느낌도 살렸다
라이엇 게임즈 뮤직 팀에서 작사와 작곡뿐 아니라 믹싱과 전체 프로덕션까지 제작 과정 전체를 전담한 ‘POP/STARS’는 11월 3일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롤드컵 결승전 오프닝 세레모니에서 미국의 유명 싱어송 라이터 매디슨 비어(Madison Beer)와 (여자)아이들의 미연-소연, 자이라 번스(Jaira Burns)의 멋진 공연으로 화제가 됐다.
특히 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12월 13일 기준 조회수 1억 1천을 돌파한 상태. 인기 K-POP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조회수에 버금가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정식 걸그룹의 노래였다면 주저 없이 올해의 걸그룹 노래 1위로 꼽았을 곡. 게임과 K-POP으로 대표되는 현대 한국의 이미지를 제대로 살리는 동시에 노래까지 잘 뽑았다.
#탑15외_단평
핑크판타지
- 이리와
올해 접한 걸그룹 타이틀곡 중 묘한 걸로만 치면 단연 최고.
우주소녀
- 부탁해
천장캠 버전 공식 뮤직비디오가 나온다면 유료결제를 해서라도 볼 안무. 소위 ‘우주소녀 스타일’을 더욱 공고하게 만든 곡이다.
위키미키
- 트루 발렌타인.
틴크러쉬를 표방하는 팀 위키미키의 노래이기도 하고, 소위 타이틀곡도 아니다보니 연말연시에 보고 듣긴 쉽지 않겠으나 완전히 언급 안 하고 넘어가기에는 아쉬워서 선정. 곡과 활동시기 선택이야 아티스트와 기획사가 알아서 할 일이긴 하겠으나 이 정도 퀄리티의 노래와 안무를 가지고 있었으면 발렌타인데이 주간에 이 노래를 타이틀곡 삼아 컴백하는 게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프로모션 전개를 위한 아이디어가 넘치게 나오지 않았을까.
구구단
- 더 부츠
팀 구구단의 장점을 살리는 가장 올바른 선택. 사실 ‘더 부츠’의 전작인 ‘초코코’와 그 뮤직비디오는 ‘더 부츠’보다 더 기자의 취향에 부합하는 작품이긴 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아이돌그룹의 노래와 뮤직비디오라는 것은 아티스트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해당 노래와 뮤직비디오는 창작자의 예술적 욕심(실험적인 영상 연출, 과감한 주제의식 표출 등등)에 아이돌이 역으로 활용된 감이 있었다. ‘더 부츠’의 경우엔 보컬라인이 탄탄한 구구단의 장점을 잘 살린 노래로 아카펠라 버전을 티저에 넣는 젤리피쉬의 과감한 선택도 괜찮았다.
그룹의 수순이 구구단 세미나 ‘샘이나’로 프리데뷔-> ‘나 같은 애’로 구구단 완전체 정식 데뷔 -> ‘낫 댓 타입’ -> ‘더 부츠’였으면 어땠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드림캐쳐
- What
아이돌계에도 다양성 상이 존재한다면 드림캐쳐에게는 무조건 한 자리 줘야 된다. 유일무이한 헤비메탈 걸그룹으로 올해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남자 기자들은 물론이고 여성 기자들마저 감탄하게 만든 몇 안 되는 팀. 그 현장에 있었기에 당시 탄성은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EXID
- 알러뷰
솔지가 돌아온 5인 완전체 EXID의 컴백곡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기념비적인 노래. 멤버들이 미디어 쇼케이스에서 직접적인 해석은 하지 않았지만, 뮤직비디오엔 ‘지나친 술은 자제 하자’는 캠페인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만취 상태에서 자주 저지르는 흑역사들이 뮤비 전반에 걸쳐 나온다)
아마 뮤직비디오 제작진은 ‘알러뷰’의 ‘알’을 ‘알콜’로 해석한 모양. 곡이 나오고 얼마 안 돼서 연말연시가 됐기 때문에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나온 뮤직비디오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노뜬금_시상
올해의_포토타임 – 러블리즈 ‘생츄어리’ 미디어 쇼케이스
올해 기자가 직접 취재를 한 쇼케이스 중에 러블리즈 ‘생츄어리’ 미디어 쇼케이스만큼 현장에서 ‘현웃’이 터진 경우는 노라조 ‘사이다’ 쇼케이스 밖에 없었다. 이는 절대 과장이 아니며 그 이유는 미디어 쇼케이스 포토타임 영상을 보면 저절로 알게 된다. 미주의 포토타임 때 손으로 입을 틀어막으면서 웃고 있던 케이의 모습을 현장에서 봤다는 것이 소소한 자랑거리. 포토타임 대기 중일 때 모습이라 취재 영상에는 안 나온다.
올해의 표정연기 - 6벤져스 왕크어 ‘인스트럭션’
굳이 ‘프로듀스48’에서 최고의 표정연기를 꼽자면 ‘너무너무너무’ 장원영, ‘맘마미아’ 무라세 사에, ‘루머’ 이시안 등에 대한 얘기가 안 나올 수 없긴 하지만, 앞선 인원들은 잘할 것 같은 걸 잘한 케이스인데 반해 왕크어는 걸크러쉬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였던 연습생이 질 높은 표정연기를 선보인 것이기에 선정. 반전이 워낙 심해서 방송 당시 ‘이 왕크어가 셀럽파이브의 그 왕크어가 맞냐’는 반응도 많았다.
올해의 케미 – 유니티
KBS ‘더유닛’을 통해 선발된 9인이 모인 걸그룹. 어느 팀의 팬이 됐던 간에 케미면에서는 우리 팀 아이들이 최고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말 유니티는 산전수전공중전까지 다 겪은 아이돌들이 뭉쳐서 만든 프로젝트 걸그룹이어서 이런 팀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케미가 있었다. 의진, 예빈, NC.A, 윤조, 이현주, 양지원, 우희, 지엔, 이수지 모두 좀 더 잘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아이돌들. 그래서 이 유니티 활동이 조그마한 보상이라도 되길 바랐는데 아쉽게도 그렇게까지 되진 못했다. 자체 예능 등에서 굉장히 센 입담을 보여주던 팀으로 아마 활동 기간이 좀만 더 길었으면 왕년 핑클 수준의 수위를 보여주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과거형이 된 팀이고 일부 멤버들은 아이돌로서 활동은 그만할 것 같다고 말한 상태. 아마 다시 모이기는 쉽지 않겠으나 각자의 길에서 잘되길 바란다.
올해의 걸그룹_멤버 - (여자)아이들 전소연
인상적인 곡 15개 중 세 곡이 그가 참여한 노래이기 때문에 선정.
(여자)아이들 - ‘라타타’
슬기X신비X청하X소연 - ‘WOW THING’
올해의 걸그룹 노래 가사 - 오마이걸 반하나 ‘하더라’
오마이걸의 첫 유닛인 오마이걸 반하나의 데뷔앨범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에 수록된 노래. ‘하더라’를 들어야 ‘바나나 알러지 원숭이’에서 무슨 얘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알게 된다. 팀 오마이걸이 귀여움과 청순함을 무기로 삼는 팀임에도 가끔 ‘불편한 진짜 감정’을 담은 노래를 낼 때가 있는데(ex : ‘핑크오션’에 수록된 곡 ‘낙낙’), 그런 케이스의 정점에 해당하는 곡. 노래 제목을 ‘카더라’로 읽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다
[여돌학개론] ‘오마이걸 반하나’, 소외와 오해와 이해의 이야기…‘반은 하나가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