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영화 도어락이 하우메 발라게로의 ‘슬립타이트(2011)’를 각색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세자르(cast. 루이스 토사)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최악의 캐릭터지만 영화는 감정이입의 장으로 올림으로써 매우 위험한 선택을 하고 있다.
최악의 변태 캐릭터인 세자르에게 이런 기회를 준 발라게로는 히치코식의 스릴러를 믿고 허무주의의 비극으로 몰아간다.
아이러니하게도 ‘슬립타이트’는 매우 영리한 영화였다.
아무 의욕도 없이 매일 눈뜨던 세자르가 클라라(cast. 마르타 에투라)를 통해 행복을 찾는 그 과정은 여전히 변태스럽지만 뒤늦게 발동하는 서스펜스가 뒤섞이면서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세자르의 극단적인 선택과 클라라의 울부짖음이 절정으로 치닫는 순간 울리는 팡파르가 기괴하게 느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도어락은 발라게로의 이런 과감한 선택 중에 극히 일부만 가져왔다. 나머지는 현재 여성들이 처한 불안감으로 배열해 한국식 공포물로 변모시켰다.
피해 여성이라고 할 수 있는 경민(cast. 공효진)의 시선으로 달라진 점 또한 국내 정서와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다만 세자르에 해당하는 캐릭터는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시공간 밖에 존재하는 악마로 묘사되어 있다.
경민의 주변을 감싸는 불안감과 사회적 불신 밖 마지노선을 그가 지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선택이 옳은지를 따지기 전에 복잡미묘한 감정을 내세웠던 세자르가 그저 악마화가 되어 소비됐다는 점은 원작의 충격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불행한 일이다.
또한 경민 주변의 캐릭터들이 극단적인 언행을 함으로써 무모하게 소비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세자르는 그의 희망을 매일같이 앗아가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는 사회적 배경과는 별개의 문제다. 경민이 처한 상황이 인위적으로 전개될 때마다 아쉬움이 남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