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uantcast
[무비포커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잔잔한 일상 속에 가득 담긴 모순
  • 김민성 기자
  • 승인 2018.11.06 15:49
  • 댓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민성 기자] 특정 도시를 지정해 영화를 연출해왔던 장률 감독이 이번에는 군산에서의 이야기를 전한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전직 시인 윤영(박해일 분)이 한때 좋아했던 선배의 아내 송현(문소리 분)이 돌싱이 되고 우연히 만나게 되면서 군산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군산으로 즉흥 여행을 떠난 윤영(박해일 분)과 송현(문소리 분)은 묵을 곳을 찾아 한 민박집에 도착하게 된다.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메인 포스터 / 트리플픽처스 제공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메인 포스터 / 트리플픽처스 제공

그곳에는 민박집 주인(정진영 분)과 자폐증을 앓고 있는 딸(박소담 분)이 함께 살고 있었다. 민박집임에도 오는 손님을 무조건 다 받지 않는다는 국수집 주인의 말에 긴장했지만 다행히 윤영과 송현을 받아준다.

민박집에 머물면서 송현은 아내와 사별했다는 민박집 주인에게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송현은 윤영의 친한 선배의 아내였지만 이혼을 한 뒤 함께 여행을 온 것. 그동안 내심 송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던 윤영은 그 소식에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두 사람은 서로 호감을 가지고 군산 여행을 떠났지만 처음과는 달리 송현은 민박집 주인에게, 윤영은 민박집 주인의 딸에게 호감을 보이면서 점점 어긋나기 시작한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 트리플픽처스 제공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 트리플픽처스 제공

이렇듯 어긋나기만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되면서 영화 중후반부터는 초반에 나왔어야 할 이야기가 다시 전개된다. 

송현이 이혼을 한 뒤, 윤영을 우연히 만나게 된 시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처럼 독특한 영화의 구성을 보여주며 장률 감독은 관객들에게 신선함을 안긴다.

그러한 독특한 구성 속에 이어 영화 전반부에서는 일본에 대한 시선, 후반부에서는 중국에 대한 시선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시절 공업도시로 성장을 꾀했던 군산은 아직도 일제강점기의 잔재가 많이 남아있는 도시 중 하나인 곳이다. 이에 장률 감독은 원래 촬영 장소로 점찍어뒀던 목포보다 군산에 와서 더욱 많은 매력을 느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장률 감독은 우리들의 아픈 역사를 간직한 군산 속에서 숨겨진 모순 하나하나를 꼬집는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 트리플픽처스 제공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 트리플픽처스 제공

민박집 주인(정진영 분)은 재일 교포이자 일본식 전통 가옥으로 된 곳에 살고 있지만 방이 없다는 거짓말로 일본인 손님을 거부한다.

또한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남아있는 군산의 거리에서는 당시 일본의 만행을 보여주는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모순성은 주인공들에게까지 이어진다. 송현은 영화의 후반부에서 재중동포의 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조선족으로 오해를 받자 기분이 나쁘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분위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말하며 연변 출신인 윤동주 시인을 존경한다고 말한다. 

또한 재중동포에게 젊은 시절부터 반감을 가지고 있는 윤영의 아버지(명계남 분)는 아들 윤영을 화교 학교를 보냈으며 가사도우미로 조선족 여성으로 두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 트리플픽처스 제공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스틸컷 / 트리플픽처스 제공

이에 대해 장 감독은 지난 언론 시사회에서 “한, 중, 일 관계로 무엇을 얘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한, 중, 일 관계를 얘기하면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도 많이 얘기하지 않나. 그런데 세 나라의 관계는 일상에도 있다. 어떻게 보면 일상에 세 나라의 사람들이 사는 역사와 현실이 얽히는 모습을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실제 일상을 겪고 있으면서도 잊어버리고 있다. 군산에 가보시면 역사의 흔적들이 다 남아 있고 요즘 어딜 가나 조선족들이 다 보인다. 미군 기지도 있지 않나. 그런 게 모두 일상인 것 같다. 저는 큰 주제를 잘 모르고 뚜렷한 관점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일상의 관계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장률 감독의 말처럼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잔잔한 일상 속에 숨어있는 얽히고 설킨 존재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을 듯하다.

한편,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는 11월 8일 개봉이며 러닝타임 121분, 15세 관람가다.

# 완성도
★★★☆☆

# 연기력
★★★★☆

# 총점
★★★☆☆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