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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 감독의 뚝심, 아쉬운 감정 과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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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뉴스 김노을 기자) ‘다큐멘터리’ 장르는 사실을 기록하고 진실을 탐구하려는 자세를 견지할 때 힘을 얻는다.

대중에게 배우로 익숙한 추상미가 연출한 입봉작 ‘폴란드로 간 아이들’은 다큐멘터리의 덕목을 충실하게 지키며 뚝심있게 전진한다.

영화는 전쟁고아들과 폴란드 선생님들의 비밀 실화를 찾아 남과 북 두 여자가 함께 떠난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담았다.

1951년 1,500여 명의 한국 전쟁 고아들은 낯선 땅 폴란드로 보내진다. 폴란드에 당도한 아이들은 그곳 선생님들을 ‘마마’ ‘파파’라고 부르며 따랐고, 선생님들도 비슷한 역사의 상처를 가진 아이들을 사랑으로 품었다.

하지만 8년 뒤, 아이들이 갑작스럽게 송환 명령을 받아 북한으로 떠나게 되자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생사조차 알 길 없이 그리움에 사무친다. 그건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당분간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냉혹한 현실에 그 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스틸컷 / 커넥트픽쳐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스틸컷 / 커넥트픽쳐스

영화는 어느 숲속 기찻길에서 시작된다. 이후 이 기찻길은 세 번 정도 더 등장하는데, 바로 이 기찻길이 전쟁고아들을 태운 기차가 지났던 철로라는 사실이 드러난 후부터 관객들은 전혀 다른 감정으로 기찻길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 철로 위에 추상미 감독과 배우지망생이자 탈북민인 이송, 두 사람이 함께 한다는 데서 오는 의미가 남다르다.

추상미 감독과 이송의 관계 역시 영화의 진행에 따라 변화를 맞이한다. 마음을 닫고 있던 이송은 추상미 감독에게 속내를 털어놓고, 추상미 감독은 이송의 상징적 엄마로 자리한다. 이로써 두 인물의 관계성은 영화가 품은 의미와 정확히 상통한다.

전쟁고아들을 품은 선생님들의 마음은 부정(父情)과 모정(母情)에서 비롯됐으며, ‘상처의 연대’가 그들을 하나로 이어지게 만들었다. 전쟁의 아픔을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아는 폴란드 선생님들은 전쟁고아가 된 아이들의 마음을 온전히 어루만지며 사랑을 실천했다.

일순간 아이들을 북한으로 보내야만 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 흘리는 선생님들의 진정성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오롯이 느껴지며, 관객들의 마음을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스틸컷 / 커넥트픽쳐스
영화 ‘폴란드로 간 아이들’ 스틸컷 / 커넥트픽쳐스

다만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추상미 감독은 대체로 관객보다 먼저 놀라고, 울고, 웃는다. 이는 영화를 보는 이로 하여금 완전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해 아쉬움을 남긴다. 또한 거의 매 씬마다 사용된 음악도 비슷한 맥락에서 감정의 과잉처럼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쭙잖은 아는 척이 남발하는 현시대에 상처와 치유의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추상미 감독의 뚝심은 이 영화의 큰 성취로 다가온다. 오는 31일 개봉. 러닝타임 79분. 전체관람가.

별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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