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이정범 기자) 아직 오마이걸을 궁금해하고 기대할 것이 많은 걸그룹이다.
오마이걸은 10월 20일과 21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단독 콘서트 ‘2018 가을동화’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
오마이걸은 최근 여섯 번째 미니앨범 ‘Remember Me’를 발매, 타이틀곡 ‘불꽃놀이’를 통해 시크하면서도 도도해진 눈빛과 올 블랙 패션 등 이전에는 만나볼 수 없었던 매력을 발산하며 인기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2018 가을동화’는 이렇듯 새로운 매력으로 중무장한 오마이걸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더욱 뜨거운 호응과 함께 매진을 기록한 바 있다.
‘2018 가을동화’는 2016년 진행했던 ‘여름동화’에서 이어지는, ‘동화’를 콘셉트로 한 오마이걸의 단독 콘서트.
전석 매진을 기록한 멤버들은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콘서트 준비에 매진했다.
#시작부터_전력질주
이번 오마이걸 콘서트의 특징이라면 후반부에 배치 되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대표곡들이 매우 전진배치 됐다는 것이다.
콘서트 초반 다섯 곡이 ‘윈디데이’, ‘클로저’, ‘한 발짝 두 발짝’, ‘러브 어 클락’, ‘윈디데이’였는데 이 곡들 모두 그들을 대표하는 타이틀곡과 서브타이틀곡이다. 사실상 ‘시작부터 달리겠다’는 오마이걸의 의지를 드러낸 세트리스트인 셈.
이 곡들의 무대가 끝나고 ‘궁금한 걸요’-‘메아리’-‘식스틴’ 무대까지 마친 이후에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선보이는데 많은 노력을 할애했다.
굳이 설명을 붙이자면 초반의 경우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오마이걸의 무대가 집중돼 있고, 중후반에는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모습을 담은 무대들이 안배돼 있던 것.
이러한 설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식스틴’ 무대 이후 바로 선보인 멤버들의 개인무대 자체가 놀라움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도전
‘몽환청순’ 걸그룹 오마이걸의 실질적 센터인 유아가 선보인 섹시 컨셉 무대 ‘보름달’, 밝고 유쾌한 재간둥이인 승희의 진지한 발라드 무대 ‘이름에게’, 오마이걸의 막내이자 귀여움 담당인 아린이 섹시에 도전한 ‘퀸’과 ‘토요일 밤에’, 걸그룹 멤버에게서 보기 힘든 락스피릿을 보여준 비니의 ‘Moves Like Jagger’까지. 오마이걸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팬클럽 미라클들조차도 쉬이 상상하기 힘든 무대 구성이었던 셈.
개인무대 이후에는 캠핑컨셉으로 무대를 꾸민 이후 어쿠스틱 메들리를 선보였다. 어쿠스틱으로 편곡된 곡은 ‘인 마이 드림’, ‘너의 귓가에 안녕’, ‘버터플라이’, ‘아지트’, ‘낙낙’, ‘리얼 월드’. ‘너의 귓가에 안녕’처럼 아예 라이브로 선보이는 것은 처음인 노래도 있을 정도로 실험적인 무대였는데, 오마이걸은 라이브는 물론이고 곡과 곡사이에 펼치는 만담도 완벽하게 해내 눈길을 끌었다.
첫 번째 콘서트인 ‘여름동화’ 당시에 비해 확실히 여유가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웃고 떠들며 관객들과 호흡하면서도 어쿠스틱 무대 특유의 호흡을 잃지 않았다. 그냥 주어진 무대 충실히 선보이는 것만 해도 큰 과제였던 신인시절에 비하면 아티스트로서 ‘그릇’이 커졌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
이후에는 소녀시대의 데뷔곡이자 청순 걸그룹의 교과서라고도 할 수 있는 ‘다시 만난 세계’ 커버를 선보였으며 이후에는 걸크러쉬한 매력이 가미된 ‘트와일라잇’, ‘큐피드’, ‘컬러링북’ 무대를 선보여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기자들의 경우엔 사전에 세트리스트를 전달 받아 뭘 보여줄지 대략은 알고 있었지만 ‘큐피드’ 댄스브레이크의 경우에는 팬들 입장에서 상상하기 힘든 무대(데뷔곡이기도 하고 오마이걸 활동곡을 통틀어 손꼽히게 귀여운 곡이다보니)여서 반응이 더욱 컸다.
이들 무대까지 다 마친 이후에는 이번 활동의 타이틀곡이자 제목 그 자체부터 엔딩을 상징하는 ‘불꽃놀이’ 무대가 이어졌으며 앵콜 무대에는 실질적으로 팬송이라고 할 수 있는 ‘B612’와 ‘우리 이야기’ 무대를 선보였다.
앵콜 무대 이후에 멤버들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와 콘서트 소감을 전했고 ‘일루전’을 끝으로 ‘가을동화’를 ‘정말로’ 마무리했다. ‘가을동화’의 마지막곡이 ‘일루전’인게 상당히 의미심장했는데, 오마이걸과 팬들의 ‘동화’ 같은 시간이 ‘환상’처럼 지나가고 현실로 돌아왔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듯했다.
#궁금한걸요
마지막 멘트 때 멤버들이 선보인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팬들과 멤버들에 대한 감사, 오마이걸과 팬들의 성장이었다. 특히 막내 아린이 “멤버들과 미라클이 성장했다”고 말한 대목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원히 아기일 것만 같았던 아린의 눈에 타인의 성장이 보였고, 그게 기특하게 보였다는 것이니.
멤버들의 마음 모두를 대표하는 멘트는 비니에게서 나왔다.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운을 뗀 그. 비니는 “여기 온 분들은 우리가 궁금하고 우리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여기 와 준 것이지 않나. 누군가가 누구를 알고 싶어 하고 사랑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안다. 그래서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 아니었으면 콘서트도 못했을 것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로 보면 짧은 멘트이지만 이 짧은 멘트를 하기까지 그는 여러 번 눈물을 삼키고 감정을 추슬러야 했다.
사실 이 멘트는 영화건 가요건 스포츠건 팬의 존재로 인해 먹고 사는 산업(그 산업에 종사하는 직업)이라면 절대 잊지 않아야 할 핵심적인 본질이다.
문화를 소비하러 올 때 팬들은 ‘기대감’을 가지고 그곳에 방문하며, ‘기대감’을 줄 수 없는 문화(혹은 아티스트)는 팬들을 모을 수 없다. 아직 다들 어린 나이기는 하지만 오마이걸이라고 이를 모를 리 없다.
사실 그렇기에 이번 ‘가을동화’에서도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했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미라클에게 오마이걸이 궁금한 아이돌일 수 있을까
현재 이상으로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돌이 될 수 있을까
‘가을동화’ 준비를 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냈다는 그들의 머릿속에는 위와 같은 생각들이 있지 않았을까. 세트리스트를 보고 엔딩 멘트를 들으면서 기자는 이런 짐작을 해봤다.
그리고 오마이걸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앞으로도 충분히 궁금해할만 한 걸그룹이 맞다
2시간 내내 ‘디어 마이 봉’(오마이걸 공식 응원봉)을 흔들었던 현장의 미라클들도 다 같은 생각이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