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뉴스 진병훈 기자) 숨이 막힐 만큼 고도를 넘어가면 모든 것이 고요해진다.
온 세상을 뒤흔드는 것처럼 끝없이 회전하던 기체는 더 이상 야속하지 않다.
제한된 시야 안에서 숨을 죽이고 버텨내면 그동안 지나쳤던 절망과 좌절감을 한순간에 잊게 된다.
퍼스트맨의 첫 장면은 데이미언 셔젤 감독이 어떤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지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그래비티’의 농도 짙은 비주얼에서 탈피하고자 했던 그 집요함은 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꺾이지 않는다.
닐 암스트롱의 우주선은 인류를 향한 애증과도 같다.
딸과 동료를 잃는 과정에서 당시 미국인들의 비난까지 한 몸에 받았던 닐 암스트롱의 머릿속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주제다.
자서전의 저자 제임스 R. 핸슨과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한 미국인이 달에 발을 내딛는 역사적인 현장보다 주변에 만연했던 희망과 절망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로 인한 감정은 고스란히 우주 비행선으로 옮겨져 밀실 공포까지 느껴질 정도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비주얼과 긴장감이 동반한 할리우드의 기존 기성품을 사치로 여긴다. 대신 닐 암스트롱을 연기한 라이언 고슬링과 배우들의 세세한 표정을 클로즈업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닐 암스트롱이 달에 가기까지 겪어야만 했던 극적 공포와 지독한 고독 앞에는 모든 위험의 가능성이 도사리는 우주비행선의 내부 구조뿐이다.
성조기를 꽂는 장면이 제외됐다는 이유로 이 영화가 반미 논란을 일으켰다는 것이 얼마나 무의미한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