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반의 장미’ 정상훈, “창피하지 않은 배우가 되고 싶다”

(톱스타뉴스 김현서 기자) ‘배반의 장미’ 속 심선을 연기한 배우 정상훈을 만났다. 

기온이 훅 떨어진 1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배반의 장미’ 속 병남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 정상훈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영화 ‘배반의 장미’는 각자 자신의 인생이 세상 제일 우울하고 슬플 것이라 자부하는 3명의 남자와 1명의 여자가 만나 벌어지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극 중 정상훈은 잘 나가던 시나리오 작가지만 완성한 작품없이 슬럼프에 빠져버린 남자 심선을 연기했다. 

먼저 정상훈에게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의 소감을 물었다. 그는 “술술 읽혔다”며 “과거에 ‘기발한 자살여행’이라는 연극을 한 적 있다”고 이야기했다. 그 작품은 총 11명이 자살을 하러 모이는 내용이었다면서 이번 ‘배반의 장미’가 “자칫하면 무거울 수도, 신파가 될 수도 있는 작품이었는데 신선했다”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전날 진행된 ‘배반의 장미’ 언론시사회에서 배우 김인권이 정상훈의 아이디어가 많이 들어갔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묻자 “배우 욕심인데 리딩을 하다 보면 분량이 보인다”고 답했다. 자신은 생각한 아이디어를 털어내는 성격이라고.

그는 “개인적으로 애드리브가 나오는 것에 대해 되게 많이 떨었다”면서 “코미디라는 장르가 안 웃기면 큰일난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그는 “코미디 장르인데 스토리에 대한 설득을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다”고 고백했다. 결국 분명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연기하는 것이 좀 더 설득력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영화 속에서 독특한 딕션을 구상하는 정상훈. 그에게 목소리톤에 대해 특별히 영감을 얻은 적이 있냐고 묻자 “영감은 없다”고 단호히 대답했다. 대본 리딩 당시 연기가 심심했던 것 같다고 “김인권씨가 로우톤인데 나도 그렇다”라며 캐릭터가 살지 않을 것을 우려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목소리 톤과 함께 화법을 고민하던 그는 “작가라면 어떤 뉘앙스를 낼까 생각했다”면서 “일반적으로 아는 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꾸민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런 점에서 착안했다고.

목소리 의외에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눈빛을 신경썼다”고 답했다. 욕망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은 눈빛이라는 그는 “사랑에서 시작됐지만 어리석은 남성의 욕망, 예쁜 여자를 봤을 때의 욕망 등이 어떻게 보여질까 고민했다”고 답했다. 

섹시코미디를 그리고 있는 이번 ‘배반의 장미’의 관람 연령은 15세 이상이다. 수위조절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을 터. 정상훈에게 이에 대한 생각을 묻자 “실제로 나오는 건 별로 없고 상상으로 대체했다”며 “극 중 무대가 모텔이라는 제한적 장소”라고 답했다. 모텔이라는 공간에서 남자들의 발칙한 상상력을 거부감이 덜 들 수 있게 노력했다고. 

그는 “심선이란는 캐릭터가 빈 구석이 있어서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면서 “심리적 동기변화를 여자에게서 얻는 식의 코미디”라고 답했다. 

영화 속에서 제일 많은 노출씬을 보였던 정상훈은 “벗는게 창피하지 않다”면서 “사실 초반에 결벽증이 있는 친구로 묘사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편집으로 인해 그 사실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신의 몸매가 안 좋았다는 정상훈은 “배에 힘을 줬다”고 웃음을 짓기도 했다. 

‘비디오스타’에서 이번 ‘배반의 장미’를 촬영하며 귀신에 홀렸다고 말한 정상훈. 그는 “귀신이 있으면 대박친다는 의미에서 나왔던 말”이라며 “감독님이 상의탈의를 하라고 해서 벗고 촬영했다”고 이야기했다. 

해당 씬을 촬영한 후 감독님이 “왜 벗었냐”고 물었다고 “알고 보니 김인권씨가 성대모사 한 거였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넘어가는 다음씬 역시 이어지는 장면이라 옷을 입으면서 촬영했다고. “제가 좀 열이 많아서” 등의 애드리브를 사용하며 자연스럽게 옷을 입었다고 미소 지었다. 

정상훈에게 이번 ‘배반의 장미’에서 제일 만족한 씬이 있냐고 묻자 “맨 마지막즈음 울었던 씬”을 꼽았다. 자칫하면 정극으로 넘어갈 수 있음에도 잘 소화한 것 같다고. 

코미디의 대가로 알려진 그에게 개그감이 특별히 타고난 것인지 묻자 “SNL 덕분”이라며 호탕하게 웃음 지었다. 그는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했던 당시 덕분에 현재의 발판이 된 것 같다고 회상했다. 

SNL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는 그에게 출연 계기에 대해 묻자 “신동엽이 할 생각 없냐고 물어봤다”고 답했다. 하지만 당시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 캐스팅되며 고민이 깊었다고. 

결국 뮤지컬을 택한 그는 이후 국장님에게 공연을 보러 와달라고 여러번 부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결국 그의 공연을 본 국장님은 “시즌5 같이 하자”고 제의했다며 웃음 지었다. 그 후 승승장구한 그를 보며 신동엽은 “내가 좋아하는 맛집을 아는 사람들에게 소개해줬는데 좋아하는 것 같다”며 자랑스러워했다고.

이같은 인연으로 현재 드라마 ‘빅포레스트’에 동반 출연하고 있는 두 사람. 정상훈은 “솔직히 어려운 시간대에 들어가 있다”고 솔직 고백하며 “‘나 혼자 산다’와 붙는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SNL에 출연 후 인지도가 높아지며 ‘배우’ 정상훈보다는 ‘개그맨’ 정상훈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싫지 않았다”면서 “내가 먹고살 수 있게 해줬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하지만 ‘품위있는 그녀’ 이후 자신을 ‘배우 정상훈’으로 봐주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굉장히 소름돋았다고.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코미디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연기를 진짜 잘 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코미디에서 연기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게 안타깝다”고 이야기했다. 

현재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정상훈이지만 무대에 대한 그리움 역시 많다고. “여기는 편집과 음악을 깔아주면 도움이 되는데 그곳은 온전히 혼자 다 한다”면서 “공부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커튼콜의 박수는 잊을 수 없는 맛이 있다고. 

무명이 길었던 정상훈에게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는 “버틸 수 있는 힘이 있었다”면서 “남들이 보면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답했다. 자신의 와이프가 대단한 것 같다면서 “와이프를 잘 만나 잘 버틴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힘이 닿는다면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다”고 답했다. 특히 완성도 있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마지막으로 배우 정상훈의 목표를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내 주위 친한 배우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배우가 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끝까지 갈 것”이라고 말한 그는 “옆에 있는 사람이 가장 무섭다. 좀 더 생각하며 창피하지 않게 연기하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매사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코미디의 대가’ 정상훈이 보여줄 섹시코미디 ‘배반의 장미’에 대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오는 18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