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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포커스] ‘암수살인’, 증거 아닌 ‘사람’에 초점...차별화된 수사물이 담은 의미

  • 한수지 기자
  • 승인 2018.10.04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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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지 기자] 영화 ‘암수살인’은 시작부터 달랐다. 팽팽한 심리전 속에는 범인과 형사 중심이 아닌 한 사람, 한 사람의 ’피해자‘들이 있었다.

‘암수살인’은 부산에서 발생한 암수범죄(피해자는 있지만 신고도 시체도 수사도 없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살인사건)를 바탕으로 감옥에서 추가 살인을 자백한 살인범과 사건을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 실화극.

15년 형을 받고 복역 중인 살인범 강태오(주지훈)는 사건 발생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추가 살인 7건을 자백한다. 아무도 믿지 않는 이 자백을 들은 김형민 형사(김윤석)가 해당 사건들을 파헤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극 중 김윤석이 맡은 김형민 형사는 실제 배우 김윤석이 인터뷰에서 누누이 말했듯 ‘가장 바람직하고 이상적인 형사’에 가깝다.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는 범인 말을 믿고 무모하리만큼 피해자를 추적해 나가는 그를 향해 누군가 당신이 틀렸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그때 형민은 “다행이다. 나 하나만 바보 되면 그만이니까”라고 답한다. 그의 말은 뒤통수를 맞은 듯 얼얼하게 다가온다.

범인 수사에만 초점을 맞췄던 기존 수사물과 가장 다르게 다가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의 실적을 위해서도 아니며, 이미 잡힌 범인을 사형시키려거나 무기징역을 받아내는 것이 완전한 목적도 아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피해자를 죽음을 밝히는 것이 형민이 수사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다시는 발생해서 안 되는 잔혹한 범죄이기 때문에 범인은 완전한 죗값을 받아야 한다는 것. 그뿐이다.

영화는 피 튀기는 잔인한 장면도 숨막히는 추격전도 없다. 스텍타클한 수사물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른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하지만 김윤석과 주지훈의 대면 장면은 대사 하나하나 그 숨결만으로도 긴장감을 선사한다. 감옥 속에서 퍼즐처럼 추가 살인의 단서를 흘리며 형사를 도발하는 살인범과 실체도 없고 실적과 고과에 도움되지 않는 사건을 쫓는 형사. 형사는 범인의 자백을 하나라도 더 이끌어내려 하고 범인은 그런 형사 머리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밀도 높은 심리전을 이어나간다. 그들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때론 그 어떤 추격전보다도 스릴 있게 다가온다.

영화 속 강태오(주지훈)는 줄곧 김형민(김윤석)을 향해 “넌 나 절대 못 이긴다”라고 말한다. 지능 좋은 강태오는 사건의 장소 시간 인물을 정확히 기억하면서 법에 대해서도 빠삭해 어떻게 하면 자신이 그 법망을 뚫고 빠져나올 수 있는지 잘 아는 인물이다.

하지만 형민과의 싸움을 한다고 생각하면서부터 그는 이미 진 걸지도 모른다. 형민은 애초에 그와 싸울 생각이 없다. 강태오의 어떤 도발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형민의 모습에서 관객들은 이미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특히 김윤석과 주지훈 두 사람의 뛰어난 연기력이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장 큰 무기다.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장면도 두 사람의 공기만으로도 압도적으로 뒤바뀐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수사 기록과 과정을 토대로 재구성된 영화 ‘암수살인’은 우리의 일상에서 언제라도 벌어질 것 같은 생생한 극적 리얼리티로 지금껏 수면 밑에 감춰져 있던 암수살인 사건의 한 가운데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그리고 한 형사의 집요한 수사 과정을 통해 놓치고 있던 무언가를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 ‘관심’. 감독은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암수범죄’를 만들며, 본분을 지켜낸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영화 ‘암수살인’ 스틸 / 쇼박스

앞서 ‘암수살인’은 유가족의 동의를 구하지 않아 상영금지 가처분의 위기를 맞기도 했다. ‘피해자’를 중심으로 한다면서 정작 유족을 고려하지 못한 안타까운 처사였다. 현재 제작사 측의 진심 어린 사과로 소송은 취하된 상태.

고비가 있었지만 영화 속 그들이 담은 ‘진심’만은 진실되게 전달되리라 믿는다.

총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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