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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종합]'여성단원 상습 성추행' 이윤택, 1심 징역6년에 항소…검찰도 항소

  • 장영권 기자
  • 승인 2018.09.2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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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권 기자] 극단 여성 단원들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은 이윤택(66)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검찰도 같은 날 항소하면서 양측은 2심에서 유무죄 판단을 놓고 다시 한번 다투게 됐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이 전 감독은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검찰 역시 같은 날 항소장을 냈다.

1심 선고 다음 날인 20일에는 이 전 감독 측 이모씨가 항소장을 내기도 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고인의 배우자, 직계친족, 형제자매 또는 1심의 대리인이나 변호인은 피고인을 위해 상소(항소·상고)할 수 있다.

이 전 감독은 연희단거리패 창단자이자 실질적인 운영자로 배우 선정 등 극단 운영에 절대적 권한을 가진 점을 이용해 2010년 7월∼2016년 12월 여성 배우 9명을 25차례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2016년 12월 여성 배우의 신체 부위에 손을 대고 연기 연습을 시켜 우울증 등 상해를 가한 혐의도 받는다.

이달 19일 1심은 공소사실 중 상당 부분을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6년을 선고했다.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치상)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법원은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 연합뉴스
극단 단원들을 상습 성추행한 혐의(유사강간치상)로 구속기소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법원은 이 전 감독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하고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의 취업제한을 명령했다 /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는 단원을 지도한다는 명목으로 반복적인 성추행 범죄를 저질렀다"며 "연극을 하겠다는 소중한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의 권력에 복종할 수밖에 없던 피해자들의 처지를 악용해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1심 판결 당시 '미투' 운동으로 고발된 사건 중 첫 실형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미투 운동의 진앙지인 연극계의 취약한 구조를 감안한 판결이라고 연극계는 입을 모았다. 

1심 판결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작가와 연출자로 큰 명성을 누렸고 단원들뿐만 아니라 연극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 사건 피해자들 대부분이 별다른 사회경험도 없이 오로지 연극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피고인 지시에 순응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 전 감독을 비롯, 연극계의 고발이 활발해지자 곪은 것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권력구조로 인한 불공정한 계약 관행, 인권 침해 등의 부당노동행위가 쌓여 예술계 성폭력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당시 연극인들이 1년간 예술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평균 수입은 1285만원에 불과했다. 인기 배우를 포함한 평균일뿐 대다수의 배우들은 최저소득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단을 좌지우지하는 자가 일자리를 빌미로 한 성폭력을 가능케 하는 구조다. 특히 이 전 감독이 이끈 연희단거리패 같은 극단 체제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 있다. 젊은 단원들이 단체에 만연한 악습에도 불구, 쉽게 벗어날 수 없게끔 한다. 사실상 저임금을 강요받는 '열정페이'가 난무한다.  

공연계 관계자는 "연기지망생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웬만한 소속사에 들어갈 수 인원은 한정돼 있다"면서 "쉽게 문을 두드리는 것이 극단인데, 열악한 극단에서는 처음부터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전 감독 같이 몇몇 권력자가 연극판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를 수 있었던 까닭은 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극계는 불투명한 구조 탓에 정확한 시장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  

관객수, 티켓 판매량 등 공연시장에 믿을 만한 데이터를 구축해주리라는 기대를 모은 공연계 통합전산망의 본격적인 구축은 지지부진하다. 공연계의 산업화는 여전히 요원하다.  
  
이 전 감독에게 실형은 마땅하다는 연극 기획자는 "전문가들조차 대학로에 극단이 얼마나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시장 규모가 작다 보니 일반사람이 큰 관심을 갖지 않고 있다. 이윤택보다 덜 유명한 사람이 미투 대상자였으면 공론화도도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강도가 약하다고 비판한 또 다른 기획자는 "이번 처벌이 연극계에 성폭력을 없애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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