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살아남은 아이’ 최무성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스러운 사람의 이야기...자식 잃은 고통 알기 힘들어”

(톱스타뉴스 김희주 기자) 최무성이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스러운 사람의 이야기’라 표현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최무성을 만났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는 아들이 죽고 대신 살아남은 아이와 만나 점점 가까워지며 상실감을 견디던 부부가 어느 날 아들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 제20회 우디네극동영화제 화이트 멀베리상 수상,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상 수상, 제43회 서울독립영화제 최우수장편상 수상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먼저 화제를 모았고, 드라마와 영화, 연극 등 분야를 넘나들며 스펙트럼 넓은 연기를 선보이는 연기파 배우 최무성, 김여진, 그리고 충무로가 가장 기대하는 열여덟 천만 배우 성유빈이 열연을 펼쳐 극찬을 끌어낸 작품이다.

‘살아남은 아이’에서 아들을 잃은 아빠 ‘성철’ 역을 맡은 최무성은 현재 극단을 이끄는 연출가인 동시에 영화, 드라마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배우다.

영화 ‘살아남은 아이’의 장면은 성철(최무성)로 시작해서 미숙(김여진)으로 끝난다. 또 극 중 성철은 감정의 극과 극을 달리는 캐릭터이기도.

성철 역에 대해 최무성은 “제가 봤을 때, 성철은 전형적인 제 윗세대인 아버님 세대를 그대로 이어받은 느낌이다. 전형적인 한국 남자, 한국 사람 같다. 사회적인 체면도 생각해야 하고, 가정적으로는 부양해야하는 책임감도 크고, 그런 보편적이고 보수적인 한국 남자다. 그래서 자식의 죽음에 대한 고통을 자식을 의사자로 만들고 자식이 뜻깊은 일을 하고 죽었다는 것으로 위안을 받으며 이겨내려는 사람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비밀을 알게 되고, 분노하게 되고, 기현(성유빈)에게 화가 나는 거다. 근데 또 한국 사람 특유의 정으로 끝까지 차갑게는 못 대하고 결국엔 또 틀어지는... 그런 인물인 것 같다”라며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했다.

실제 기현 또래의 자녀가 있는 그에게 이번 작품이 감정적으로 힘들진 않았을까.

“작정하고 이 영화를 시작했다. 그래서 특별히 힘들지 않았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통스러운 사람의 이야기다. 고통스러운 사람이니까 오히려 평상시와 똑같이 해야 했다. 전반적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감정을 최대한 평온하게 진공상태로 안 만들면 못 견딜 것 같았다. 그래야 보는 와이프도 견디고 나도 견디니까. 최대한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렇게 접근하려 했다”

이어 “저는 깊게 (작품에) 빠지진 않는다. 실제 아들과 혼동하거나 그런 건 없다. 사실 우리 아들과 유빈이가 느낌이 비슷하긴 하다. 느낌이 비슷해서 대개 친근했다. (후유증과 같은 부분으로) 힘든 건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자식이 있으니까 인물을 이해하는 건 나았다. 사실 자식 잃은 고통은 모를 수밖에 없지만 나도 아빠니까 그 부분에 대한 감정선은 이해가 되더라”라고 밝히기도.

연극배우로 연기를 시작한 최무성은 2010년 영화 ‘악마를 보았다’로 대중에 얼굴을 알렸고 이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슬기로운 감빵생활’, ‘미스터 션샤인’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해 왔다.

그는 자신의 대표작을 꼽기가 어렵다며 “가장 날 알린 작품은 ‘응팔’. 근데 저는 ‘청담동 살아요’ 작업이 너무 즐겁고 재밌었다. ‘무정도시’도 좋았다. ‘응팔’은 아버지로서의 캐릭터가 좋았다. 너무나 다른 부분에서 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장 좋았던 캐릭터는 ‘청담동 살아요’ 속 역할이었다고.

“소중하기는 다 소중하다. 개인적으로 즐거웠던 건 악역보다는 ‘청담동 살아요’. 약간 인간적으로 만만한 느낌이 그냥 편안한 거 같다. 까다롭지 않고 소시민적으로 평소에 내 모습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소탈하고 털털하며 바보 같고 또 장난기도 있는 그런 캐릭터에 애정이 간다. 지금 ‘살아남은 아이’ 캐릭터도 고통스럽지만 평범한 역할이다. 악역도 소중하고 도전적이지만 괴롭고 슬프고 고통스러운 장면보다는... 누구에게 해를 가하는 장면이라 마음이 무거워진다”

이어 그는 코믹은 물론 멜로 장르에 대한 의욕도 드러냈다.

“중년 멜로 로망이 있다. 본격 중년 멜로 하고 싶다. 영화 ‘색계’ 너무 좋다. 영화 속에 멜로도 있지만, 세상 이야기도 있다. 그 영화 보고 시나리오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다. 그 세상 이야기 가운데 뭔가 이해하기 쉽지 않은 두 남녀의 이야기가 좋았던 거 같다”